[기사수정 : 18일 오후 8시 7분]
'文정부 때 댐 중단 안 했다면 충청권 올여름 수해 막았다'
지난 1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일단 이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잘못됐다. '文정부 때 댐 중단 안 했다면 충청권 올여름 수해 막았다'고 썼는데, 문재인 정부 때는 건설 중이던 댐이 없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언급한 댐들과 올여름 수해지역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해당 기사는 "댐 건설이 추진됐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반대로 무산된 지역에서 올여름 큰 홍수가 발생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당시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무분별한 댐 계획들 때문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았던 시기다. 환경단체들의 댐반대 운동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거부감 때문에 댐계획들이 발붙이지 못했던 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된 4대강 사업은 5년 내내 사업의 적법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 등에 소환됐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폭우가 내려 물난리가 발생한 충청 지역에는 과거 상촌댐과 지천댐 등 댐 2개 건설이 예정됐었다. 해당 댐들은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댐 건설 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됐다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 발표 등을 계기로 건설이 무산됐다."
위 서술도 사실과 어긋난다. 2012년 댐건설장기종합계획은 내용과 절차에서 부실했던 터라 보고서조차 제대로 공개 되지 않았고, 이후 추진도 없었다.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 취지의 논의와 정부조직 개편도 모두 박근혜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촌댐은 충북 영동군 초강천 부근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총 저수량은 1900만t, 홍수조절량은 300만t으로 계획됐다. ... 충청권에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영동군에는 428.5㎜의 비가 내렸다. 충청권 평년 장마 기간 전체 강수량(360.7㎜) 보다 많은 양이다. 특히 지난 6~10일 충청권을 강타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5시간 동안 120㎜의 집중호우가 퍼부으면서 하천이 범람해 1명이 실종되고, 경부선 영동선 기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예정대로 상촌댐이 지어졌다면 상류에서 지방 하천으로 내려가는 물을 잡아둘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또한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기사에서 거론된 인명피해 발생은 법곡저수지 붕괴 때문인데, 법곡저수지는 초강천과 8km나 떨어진 금강의 다른 지류인 명천천 상류에 있다. 더구나 법곡저수지와 초강천 사이에는 산줄기가 두 개나 있고, 그 사이에는 영동천까지 흐르고 있어 초강천 물이 법곡저수지로 흘러갈 방법이 없다.
기차 운행이 중단됐다는 경부선과 영동선의 경로도 초강천과는 겹치지 않는다. '상촌댐이 물을 잡아둘 수 있어서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주장을 과연 어떤 전문가가 했을지 궁금하다. 아래에 붙인 지도에서 보면 기사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계산법
'지난달 23일부터의 홍수량이 428.5㎜나 됐다'는 내용도 상황을 과장하기 위한 기술에 불과하다. 지난달 내린 비는 이미 서해에 들어간 지 열흘이 넘었다. 홍수에 영향을 미친 강수는 기껏 2~3일치고, 초강천처럼 길이 60km에 불과한 하천은 하루 이하의 강수량만 영향이 있다. 그렇게 분석해야 객관적인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영동군 비 피해를 보도하는 다른 기사들을 찾아 비교해보면, 박상현 기자의 기사는 완전히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충남 청양에 계획됐다가 무산된 '지천댐' 일대에도 올해 홍수가 발생했다. 지천댐은 총 저수량 2100만t, 홍수조절량 400만t으로 계획됐다. 8~9일 밤 사이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저수지 제방이 붕괴되고 주택 5채가 침수된 충남 부여도 지천댐의 영향권이다. 부여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물난리가 났다. 만약 지천댐이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지천 수위를 낮추고 제방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역시 붕괴된 구교저수지는 청양군 지천과는 물이 전혀 섞이지 않는 금강의 다른 지류에 있으며, 지천에 댐이 생겼더라도 구교저수지의 붕괴를 막는 데는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침수가 발생한 부여군 양화면, 임천면, 세도면은 청양 지천을 흘러간 물이 금강에 합쳐져 지나치는 지역이며 30~40km 떨어져 있다. 이번에 침수가 발생한 지역보다 상류에 속하기는 하지만, 금강의 작은 지천에서 겨우 400만톤의 홍수를 조절했다면 피해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다니, 너무 억지스럽다. 도리어 금강 본류에 위치한, 홍수조절량이 2.5억톤이나 되는 대청댐에 주목했어야 한다. 박 기자는 '지천댐이 있었더라면'하고 기사를 쓸 게 아니라 '대청댐은 뭐하고 있었나? 무용지물인가?'라고 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의 침수는 금강의 제방이 무너져서거나 수위가 과도하게 높아서 생긴 게 아니다. 상류에 댐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 지역들의 배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그럼 농가가 수해 위험지역에 방치된 이유를 따지거나, 배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만들자고 주장했어야 한다.
관리되지 못한 댐, 인간에게도 큰 위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댐이 생기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 훼손은 물론이고, 막대한 건설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무엇보다 관리되지 못하는 댐과 저수지들이 인간에게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지금 인터넷에 '댐 붕괴'라고 쳐 보라. 얼마나 많은 사례가 나오는지. 그런데도 댐들을 자꾸 지어놓으면 관리비용은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물 관리는 과학의 영역이지 정략의 영역이 아니다. 더구나 큰 피해로 좌절해 있을 주민들을 호도하고, 잘못된 물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는 왜 이런 부실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참고로 <조선일보> 박상현기자는 지난해 미호강이 넘쳐 오송 참사가 나자마자 "환경단체들이 미호강 준설을 막은 탓이다"고 단독 보도를 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1심 재판 결과, 오송 참사의 원인은 제방을 불법으로 절개하고 공사를 벌인 업체와 이를 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그는 '낙동강 녹조 독소 이슈'와 관련해 대구MBC, 이승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반대로 기사화하고도 정정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