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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순사건 지역전문가 양성과정 회원들이 여순사건 전국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적지 답사를 하고 있다
여순사건 지역전문가 양성과정 회원들이 여순사건 전국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적지 답사를 하고 있다 ⓒ 김경희
 
3개월 과정으로 '여순사건 지역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어릴 적에는 '여순반란'으로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순사건'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여파로 여수에는 인물이 없고 나서면 안 된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여수에서 태어나 여태껏 50여 년을 살아온 나. 올해가 '여순사건' 76주기인데 그러도록 나는 어디에서도 그날의 진실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여순사건 지역전문가 양성과정'을 공부하기 전에는 무심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주변에서 누구 한 명 말하는 사람이 없어 무관심했다고 하는 게 맞다. 
   
 14연대 주둔지이며 여순사건 발발지인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인근 모습
14연대 주둔지이며 여순사건 발발지인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인근 모습 ⓒ 김경희
   
교육과정에 따라 회원들과 함께 여수시 신월동에 있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했다. 그곳은 여순사건이 발생하기 전 육군 제14연대 병영이 있던 곳으로 여순사건 발발지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해군 항공기지였고 미군정 때는 14연대 주둔지였다.

중앙동 이순신광장도 수없이 갔지만 그곳이 1948년 10월 20일 오후 3시경 인민대회가 열리고 시가행진까지 했던 역사적인 곳임을 이제야 알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여수경찰서 아래 중앙초등학교(구 종산국민학교)에는 수도경찰 전남경찰 여수경찰 특수대가 주둔했다. 특히 부산의 5연대 1대대장이었던 김종원은 아무 죄없는 시민들을 부역 혐의자로 몰아 운동장 버드나무 아래에서 즉결 처분했다. 일명 '백두산 호랑이'라고 불렸던 악명 높은 그는 무고한 시민을 일본도로 머리와 목을 내리쳐 학살했던 자다. 

말로만 듣던 '만성리 형제묘'에 갔다. '형제묘'는 시신을 찾을 길이 없던 유족들이 죽어서라도 형제처럼 함께 지내라는 의미에서 '형제묘'라 이름 붙여진 곳이다. 너무 끔찍했다.

진압군과 경찰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 그곳으로 끌고가 5명씩 탑을 쌓아 장작더미에 기름을 부어 태웠고 가족들이 접근 못 하게 큰 바위를 굴렸다고 한다.

나의 무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내 고향 여수의 '여순사건' 참상을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렇게 아픈 역사가 숨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다.

순천 광양 벌교등 인근 지역에도 답사를 갔다. 듣고보니 여순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이 수천명에 달했다. '빨갱이 마을'이라 이름 붙여져 마을 전체가 불에 타고 온 마을 주민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
   
 여순사건 피해자 가족과의 대화에 나선 할머니가 오빠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여순사건 피해자 가족과의 대화에 나선 할머니가 오빠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김경희
   
주암 어느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아래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오셨고 잠시나마 76년 전 그날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지서 직원들이 반란군 행세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동무들, 배고프니 밥 좀 해주시오!'라고 해서 밥을 해준 것밖에 없는데 반란군과 한통속이라며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어요!"

그리고 "오빠는 순사들이 쏜 총에 맞아 돌아가셔서 여순사건 유족 보상도 못 받았어요"라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또 어떤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파, 부추김치는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너무 가슴 아프다. 

"김치가 풀이 죽어 벌겄고 쭈글쭈글 해진 게 내가 두들겨 맞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꼭 그 김치꼴이었던 걸 생각하면 치가 떨려요."

3개월의 '여순사건 지역전문가 양성과정'과 세 번의 답사는 눈감고 살았던 내 눈을 띄워 줬다. 마지막 종강식에서 여수 지역사회연구소 소장님께서 여순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그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을 말씀하셨다.

교육과정 내내 너무나 충격적이라 분노했고 또 그동안의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과연 행동하는 양심은 무엇일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공부해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여순사건#여수#유적지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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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가 재미있어서 시민 기자에 가입했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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