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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밤 천막농성장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한 시민이 나와 열린 금강을 향해 힘차게 트럼펫 연주를 했습니다. 밤 9시까지 트럼펫 연주가 계속 됐습니다. 농성장의 밤, 풀벌래소리와 바람소리가 트럼펫 소리와 함께였습니다. 

시민들은 금강변이 좋은가 봅니다. 한밤중에 폭죽을 터트리러 현장에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폭죽을 터트리고 한참을 금강에서 보내다가 떠났습니다. 시민들은 물을 가두지 않아도 하천에서 이미 친수를 즐기고 있습니다. 굳이 세종보 재가동을 통해 물을 틀어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녹조가 가득한 강을 만들려는 환경부에 분통이 터집니다.

교각에 시민들과 함께 그린 우리의 흔적은 아직 손바닥만 보일 정도입니다. 노아의 홍수가 온 것마냥 살려달라는 외침으로 보입니다. 물이 빠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멀리서 흰목물떼새 소리가 들려 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흰목물떼새가 우리에게 '잘살고 있다'는 안심의 신호를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흰목물떼새가 무사히 번식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농성 80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수염풍뎅이의 모습
 수염풍뎅이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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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천막농성장을 지키면 만날 수 있는 두 멸종위기종이 있습니다. 거의 매일 밤 만날 수 있는 수염풍뎅이와 여름 장마철에만 볼 수 있는 맹꽁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운 좋게 두 종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염풍뎅이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종입니다. 수염풍뎅이는 4년간 땅에 살다가 한 달간 성충으로 생활하면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한 달간의 성충 생활 동안 번식을 해야 한다는데, 아직 제대로 된 연구가 돼 있지 않아 정확한 생태가 파악돼 있진 않다고 합니다. 번식을 어떻게 하는지, 짝을 어떻게 찾는지 등 아직도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의 이치를 다 알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수염풍뎅이는 놀랍게도 농성장의 조명이 꺼지는 밤 10시 50분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인공조명아래 3시간여 동안 꼼짝하고 있지 않던 수염풍뎅이가 불이 꺼지자 바로 사라진 것입니다.

불이 꺼지자 사라진 수염풍뎅이

어설픈 생태지식으로 봤을 때 인공조명이 분명하게 멸종위기종인 수염풍뎅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조명이 수염풍뎅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염풍뎅이는 하천변에 땅 솎에서 4년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세종보가 담수로 수염풍뎅이의 유충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한 것은 년중 담수로인해 살 땅이 사라진 수염풍뎅이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지만 보호할 생각은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수염풍뎅이는 연구조차 돼 있지 않아 보호대책을 강구하기도 어려운 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담수 하고 보자는 식으로 세종보를 재가동 하려는 상황입니다. 보전과 보호는 뒷전이고, 개발과 토목사업을 앞세우는 환경부 행정이 죽었다고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맹'하고 '꽁'하고 울었다
 
 시멘트 틈사이로 대피한 맹꽁이
 시멘트 틈사이로 대피한 맹꽁이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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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종을 추가로 만났습니다. 맹공이 새끼입니다. 맹꽁이는 꼭 이맘때에만 만날 수 있습니다. 비가오는 장마철이 돼야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땅속에서 생활하고 번식을 위해 비오는 계절에 밖으로 나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는 농성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맹꽁이는 자연적응력이 떨어지는 종입니다. 그해에 갑자기 생겨난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물이 마를 수도 있고 갑자기 생기는 물웅덩이를 찾지 못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농성장이 있는 금강변은 물웅덩이를 찾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넓은 지역이 모두 맹꽁이 서식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보가 담수되면 이런 맹꽁이의 서식처도 협소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맹꽁이 서식확인은 세종보 담수를 막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맹꽁이는 인공빛을 찾아 모인 벌레를 사냥하기 위해 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밤에 '맹'하고 '꽁'하고 우는 맹꽁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작은 돌틈에 숨어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록할 사진만 찍고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한참 지나 다시 맹꽁이가 있던 자리로 가보니 떠나고 없었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다시 땅을 찾아 이동했나 봅니다.

80일 동안 천막농성장을 지켰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흰목물떼새는 무사히 번식을 마쳤고, 다양한 멸종위기종도 꾸준히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80일간 생명을 지켜냈습니다.

80일간의 천막농성장의 여정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곳에 깃들어 사는 멸종위기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맹꽁이와 수염풍뎅이를 지켜야 하니까요!
 
 기둥에 그린 그림 손바닦과 새만 보인다
 기둥에 그린 그림 손바닦과 새만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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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멸종위기종#수염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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