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먹지 않는 것도 아니다. 휴일이나 혹은 칼칼한 국물이 생각날 때 라면을 끓여 먹곤 한다. 그때마다 라면이 왜 대중적인 간식으로 끓임 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깨닫기도 한다.
라면을 끓일 때 나름의 순서가 있다. 보통 끓는 물에 라면, 수프를 넣는 방식과는 달리 나는 물이 끓기 전에 수프를 먼저 넣는다. 이 같은 방법에는 거창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끓여 먹을 때 라면 맛이 더 있다고 입맛이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자들은 라면은 무엇보다도 국물맛이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한 입 후루룩~ 마시면 '바로 이거지'라며 엄지 척을 한다. 특유의 진한 국물 맛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한들 국물은 조연에 불과하다. 국물은 말뿐이고 면발을 먹기 위해 라면을 끓일 정도로 라면의 진짜 주연은 면발이다.
그래서 나는 라면을 끓일 때 면발이 약간 덜 익을 즈음 아예 불을 꺼버린다. 그러면 식탁으로 이동하는 동안 자체 열에 의해 면발이 적당히 익어 내가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이 된다.
나는 라면뿐만 아니라 음식의 식감을 매우 중요시한다. 푸석거리지 않고 '와삭와삭' 거리는 사과를 선호하고, 물컹물컹한 떡보다 쫄깃한 떡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빵이, 질기지 않으면서 씹히는 식감이 부드러운 고기를 즐겨 먹는다.
미역국이나 두부 그리고 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부드럽기는 하지만 씹히는 식감이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그러나 같은 미역이라도 미역귀나 미역줄기는 그런대로 괜찮아하는데 이 둘 다 씹히는 식감이 내 입맛에 딱 맞아서다.
우리나라에서 라면 외에 대표적인 대중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비빔밥이다. 쓱~쓱~ 비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생소고기가 들어가면 소고기 육회비빔밥, 산채나물을 넣고 비비면 산채나물 비빔밥 등 어떤 식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비빔밥에 따라 붙는 이름도 달라진다.
그 많은 비빔밥 중에 내가 요즘 즐겨 먹는 비빔밥은 날치알 비빔밥이다. 이 비빔밥은 일단 돌솥으로 밥을 짓는다. 그래서 밥알부터가 차지고 탱탱하며 윤기까지 좌르르 흐른다. 그 위에 잘게 썬 양배추와 적당히 익은 무생채, 잘게 채를 썬 당근 그리고 콩나물, 상추, 깻잎에 김가루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주홍색과 흰 노랑빛의 화려한 색감의 날치알을 화룡정점 듬뿍 얹는다. 각자 취향에 맞게 고소한 참기름과 함께 고추장이나 초장을 넣고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빈다. 비빈 것을 한 입 가득 넣고 씹으면 날치알 특유의 '툭~툭~' 터지는 식감에 반해 요즘 빈번하게 찾아 먹는다.
이렇듯 식감은 음식 맛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각자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식감이 좋아야 그 음식의 맛도 배가 되기 때문이다. 뜯고 씹고 맛보고 그 유명한 제약회사 광고의 카피는 음식에서 식감이 주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음식의 식감도 양념과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의 얘기다. 날치알 비빔밥을 처음 먹었을 때다. 비빔밥을 더욱 맛있게 먹겠다는 욕심에 초고추장을 좀 과하게 넣었다. 그리고 쓱쓱 비벼 한 입 먹고 나니 초장 맛이 강해 날치알의 식감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냥 초장 맛이었다.
비빔밥에 초장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을 모르고 무턱대고 더 넣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비벼 맛을 보고 상황에 따라 초장의 추가를 결정하니 그제야 날치알 특유의 식감은 물론 비빔밥 고유의 맛까지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이는 곧 "툭~툭~' 터지는 날치알비빔밥 특유의 식감도 비빔밥에 들어가는 초장과의 비율이 적당할 때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을 몸소 깨달았던 것이다.
여러분 혹시 날치알비빔밥의 식감을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과유불급의 지나친 초장 배합을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을 듯싶으니 참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