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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과 함께 진행한 키오스크 주문
어르신과 함께 진행한 키오스크 주문 ⓒ 백세준
 
"처음 방문한 햄버거 집에서, 제 주문 순서가 되었을 때 겁이 났습니다. 옆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도와주시기는 했지만 여전히 허둥대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지' 하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중략)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주문에 결국 성공했습니다." (한 어르신 참여자가 남긴 소감 중)

저는 서울 한 지역에서 7년째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키오스크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지난달 작은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명은 '도전! 키오스크'였습니다.

총 3일 정도를 들여, 참가자들과 함께 매장으로 가서 직접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먹는 것이었습니다. 어르신, 장애인 등 대부분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셨습니다. 

참여자는 대략 20여 명, 대부분은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습니다. 아마 어르신이나 장애인분들이 이용하고 싶지만 어렵고 눈치가 보여 평소 이용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감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키오스크 교육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키오스크가 일상생활 전반에 침투했다는 뜻이며, 이용법을 모르고선 살아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는 제가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를 하며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과 동일합니다.

노인들에겐 여전히 큰 장벽인 키오스크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를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곤 하지만, 실제 그것을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부 어르신은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은 아예 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은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직원이 따로 있으나, 예전처럼 계산대에 따로 서있지 않고 음식 조리를 하는 모습이 바빠 보여 그곳에서 주문하기도 눈치 보인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주체가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2020년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전 국민이 디지털로 인해 어려움이나 소외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인프라를 마련하고, 교육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쯤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 '디지털 배움터'입니다. 동네에 있는 주민센터, 도서관, 복지관 등에 디지털 배움터를 구축하고 해당 강사를 채용하여 스마트폰,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2020년 시행돼 교육 수강자가 약 42만 명, 2021년 65만 명, 2022년 79만 명으로 해마다 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배움터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올해는 예산이 대폭 줄었습니다. 2023년 약 719억원이었던 예산이 2024년 279억으로 거의 60%가 줄었습니다. 디지털 배움터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고, 1000곳이었던 배움터도 800곳만 운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어르신이 기차, 영화 예매나 식당 주문할 때 키오스크 때문에 어르신이 차별받고 소외됨에 따라 디지털배움터 운영 주체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게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라고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권고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다음 두가지입니다. 첫째, 노인이 이용하기 쉬운 디지털 기기 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이고 둘째,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불편함 없는 환경 조성입니다.

먼저 '노인이 이용하기 쉬운 디지털 기기 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입니다. 이는 제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디지털 화면이 쉽고 명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키오스크 화면이나 스마트폰의 화면은 복잡합니다. 또한 한글이 아닌 영어로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어르신들은 어려움을 느끼고 거부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키오스크, 자판기처럼 단순하게 만들 순 없을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들어간 옆나라 일본을 참조하면 좋습니다. 잠시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매장의 키오스크 매장을 떠올려볼까요? 원래라면 먹고 싶은 음식만 클릭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 키오스크는 이 간단한 주문에 복잡한 절차들이 껴있습니다.

예를 들면, 런치메뉴인지 일반메뉴인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음식메뉴선택-주문담기-주문-목록추가-이런 메뉴는 어떠세요?(제안 팝업창)-다른 걸로 바꾸시겠습니까?(제안 팝업창)-추가하실 상품은 없으십니까?(제안 팝업창)-적립하실 멤버십-통신사 할인-쿠폰사용-주문목록보기-확인 등등, 눌러야 할 버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매우 간단합니다. 음식메뉴 이름과 금액 버튼이 있고, 그걸 누르고 결제만 하면 끝이라고 합니다. 깔끔합니다. 예전 커피 자판기나 음료수 자판기처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커피 자판기나 음료수 자판기에서 헤매는 어르신은 보지 못했으니까요.

다음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불편함 없는 환경 조성입니다. 사실 디지털 교육은 이제는 어디서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아쉬운 점은 대부분 '1회성'이라는 것입니다. 1회에 약 1시간 정도만 이루어지다 보니 교육이 끝나면 금세 잊어버립니다. 반복이 가장 중요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참여자가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을 실습하고 있다.
참여자가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을 실습하고 있다. ⓒ 백세준
 
또한 대부분 키오스크 교육은 교육장 안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즉 교육용 키오스크만을 활용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실제 이용하는 매장에서 사용하려고 하면 이를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르신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지점입니다. '배운 것을 써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죠.

제가 일하는 곳에서 이번에 진행한 키오스크 교육은 직접 매장으로 가서 실습했습니다. 실습하기 전 어르신들은 각자 키오스크에 대한 생각과 이용 경험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허둥대고 못하면 뒷사람에게 민폐라는 인식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두려움과 걱정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본다면, '도와줄까, 말까', '괜히 오지랖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 이러한 분들이 있다면 조금 더 오지랖을 부려 보기로 했습니다. 제 이런 오지랖으로 누군가 일상에서 만나는 불편함과 걱정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 겁니다.

#노인#디지털소외#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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