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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공익신고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받는 불이익은 감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은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공익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관련 판결 중,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을 비평으로 공유합니다.
 
지난 2024년 6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사회복지법인과 그 운영진을 상대로 공익제보자 7인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해, 법인과 시설 운영진이 공동으로 공익제보자 1인당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익제보자들은 2020년 나눔의집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 침해 실태 등에 대해 공익제보했으나, 이후 직장 내 괴롭힘, 허위사실 유포 등과 함께 집요한 보복 소송에 시달려 왔습니다.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이 겪은 불이익과 보복 소송, 그리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관해 법무법인 가로수의 류광옥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판결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공익제보자들의 이름을 먼저 불러 두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원종선, 야지마 츠카사, 이우경, 전순남, 조성현, 허정아, 김대월. 이 7인이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입니다. 다른 사건의 공익제보자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며 사건이 끝나도 그 이름이 남는 반면, 이 7인은 공익제보를 하는 동안 함께 해서 용기를 얻었겠지만 그로 인해 공익제보 후에 이름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는 이들의 이름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나눔의집의 역사가 원종선씨의 이름 없이 쓰여져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면이 허락한다면 이 글의 마지막에 원종선씨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2022년 4월 29일,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은 나눔의집과 그 운영진 그리고 이사진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40여 건에 달하는 고소,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행위 등에 대하여 그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법원은 나눔의집과 그 운영진에게 공익제보자들에게 각 2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국민권익위의 보호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 그리고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이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고소는 불법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소송을 수행한 저에게는 안도와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전순남씨는 나눔의집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나눔의집의 엄청난 기부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이지 않은 채 이사진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였죠. 공익제보자들이 나눔의집 전 운영진을 고발하고 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순남씨는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활약하였습니다.

이에 나눔의집은 순남씨의 회계업무 권한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법인통장과 인감, OTP카드를 내 놓으라고 했죠. 2021년 8월 24일 국민권익위는 전순남씨가 회계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결정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업무를 뺏지 말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나눔의집은 국민권익위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다른 한 사람에게 회계 업무를 따로 수행하도록 하기도 했죠. 법원은 국민권익위 결정을 따르지 않고 순남씨의 회계 권한을 뺏으려 한 나눔의집의 조치들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나눔의집과 나눔의집 운영진은 전순남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순남씨에게 일어난 일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순남씨는 7번의 고소를 당하였는데, 그 중 회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법인통장과 인감을 횡령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상사의 결재가 없었는데 결재를 위조하여 기부금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혐의, 심지어 운영진을 협박해서 근로계약서를 받아냈다는 고소도 있었습니다. 이 고소들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나눔의집이 순남씨를 온갖 혐의로 고소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고소가 정말 고소를 할 만해서 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오로지 순남씨를 괴롭히고 회계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허정아씨와 조성현씨의 경우도 한 번 이야기해 볼까요? 공익제보 전에 정아씨와 성현씨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돕는 일을 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외출과 취미활동, 할머니들의 일상을 늘 함께 했었죠. 공익제보를 한 후 나눔의집은 정아씨와 성현씨에게 전혀 다른 업무를 주면서 할머니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행여나 할머니들이 공익제보자들과 가까워져 공익제보에 참여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조치로 보입니다.

국민권익위는 허정아와 조성현이 기존에 하던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나눔의집은 이 결정에 불복했습니다. 성현씨가 할머니에게 접근하면 경찰을 부르기도 하였고, 정아씨가 할머니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아예 출입구를 막고 서 있기도 했다는 게 이들의 증언입니다. 경기도 인권센터는 이런 행위는 허정아와 조성현에 대한 인권침해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결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눔의집은 국민권익위 결정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인권센터의 결정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나눔의집이 국민권익위와 경기도 인권센터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정아씨와 성현씨를 업무에서 배제한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이고 위법하다고 판단해 주었습니다.

정아씨와 성현씨는 경기도 인권센터의 결정이 나온 후 나눔의집에게 경기도 인권센터의 결정을 이행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나눔의집은 허정아와 조성현을 개인정보법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이 고소 또한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법원은 전순남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눔의집이 정아씨와 성현씨를 고소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눔의집이 공익제보자들에게 한 고소는 40여 건에 달합니다. 법원은 나눔의집이 공익제보자들에게 한 고소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공익제보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고수사가 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익제보자라 하더라도 고소는 해도 된다." 그 고소가 억울하면 열심히 싸워서 무죄판결을 받아, 고소한 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한 뒤 무고죄로 처벌받게 하라는 것입니다. 죄가 없으면 그렇게 다투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국민권익위와 법원에, 고소당한 걸 억울하다 호소할 것이 아니라 각자 그 고소를 다투어 보라는 것입니다. "억울하면 무고죄로 고소하면 될 거 아니냐?"라고 하면 너무 거친 표현일까요?

개인적인 소회를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공익제보자들에게 맞고소는 하지 말자고 여러 번 설득했습니다. 나눔의집 문제 해결에 좀 더 집중하기를 원했고, 사태가 고소전으로 지저분해 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고소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제보자들이 고소를 제기하는 것까지는 관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국민권익위와 경기도 인권센터 그리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에서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나눔의집이 국민권익위와 경기도 인권센터의 결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고소만은 국민권익위도, 법원도,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들도 보호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나눔의집의 고소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또,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고소가 제기되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불교신문과 법보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업무배제가 이루어졌고, 더 나아가 징계가 시도되었습니다.

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에 대해서만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고소의 목적을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 "입증"을 공익제보자들이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판결이 나온 지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눔의집 공익제보자 중에는 원종선씨가 있습니다. 2001년 7월에 나눔의집에 입사했습니다. 20년을 나눔의집에서, 나눔의집의 유일한 간호인력으로 일했습니다. 종선씨가 외출을 다녀오는 날에는 할머니들이 밖에 나와 종선씨가 돌아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종선씨의 손에 사탕을 하나 쥐어주며 "나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줘야 해" 라고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나눔의집은 종선씨가 할머니들의 의료카드를 횡령했다며 고소했습니다. 보도자료가 뿌려졌고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습니다. 2020년 9월의 일입니다.

2022년 봄, 나눔의집에 새로 온 대표이사는 종선씨를 조용히 불러 말했습니다. 고소를 당했는데 계속 다녀도 되겠냐고. 해고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종선씨는 나눔의집을 그만두었고, 현재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공익제보자들이 제보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금을 쓰지 않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다는 이유로 여러 보조금을 받아 횡령했습니다. 할머니의 유서를 위조하기도 했습니다. 나눔의집에 대한 행정명령이 내려지고 전 운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진 것은 오롯이 공익제보자들이 제보한 내용에 기초해 이루어졌습니다. 공익제보자 7인에 대한 고소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법원은 이제 공익제보자 7인에게 그 고소들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라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는 류광옥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공익제보#보복소송#판결비평#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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