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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의 늪을 어떻게 뚫어낼 수 있는가?

지금의 정국은 윤 정부의 거부권 남발에 의해 꽉 막혀 있는 상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과 같은 거부권 남발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전혀 아니며 결국 정권의 무능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자멸의 길을 자초하는 길일 뿐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정국이 끊임없이 도돌이표로 꼬이게 된다면, 여론이 양비론으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정치란 국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줘야 한다. 거부권 남발로 조성된 깊은 수렁을 돌파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내야만 한다.

지금 정국의 초점은 바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이다. 그런데 이 채상병 사망 사건은 사실상 사건의 실체가 이미 상당히 드러나있는 상황으로서 일단 특검이 진행된다면 어렵지 않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실행 가능한 방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줘야 비로소 정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거부권의 늪을 뚫어낼 수 있을까? 과연 방법은 있는 것인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설 특검법'이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상설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상설 특검법'은 2014년에 제정되어 지금도 유효한 법률이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고 그대로 특검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므로 여기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상설특검법 제3조 제1항은 "국회에 의하여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여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고, 또 같은 조 제3항은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법에 의해 국회에서 결정된 2명의 후보자 중 1인을 반드시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법률로 명문화된 이 조항조차 지키지 않고 특검 임명을 거부한다면? 그러나 이 경우 그야말로 '법치'와 '공정'을 내세우며 당선되었으면서 정작 자신은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가장 불공정한 '불법 대통령'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셈이고, 그 자체로 곧바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특검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문제다. 이 추천위원회 구성은 국회 규칙에 제1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각각 2인씩 추천하기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국힘이 당연히 참여하지 않으면서 특검 절차 자체를 방해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회 규칙을 고쳐 제1교섭단체가 4명의 추천권을 모두 보유하면 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보이니,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게 특검후보 추천위원회 추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이 내용을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회 규칙은 운영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로 쉽게 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 운영위와 법사위 모두 제1교섭단체 소속 의원이 위원장으로서 문제가 없고, 본회의 의결 역시 과반수 의결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 실행만 하면 된다.

이리저리 엉킨 실타래를 급하게 풀려 하면 오히려 더 엉키게 된다. 핵심을 찌르는 첫 번째 착수가 중요하다. 오늘의 교착 상황에서 첫 번째 착수는 바로 '상설 특검법'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상설 특검법'으로 거부권을 돌파하여 특검을 진행시켜라. 핵심을 뚫어내면 엉켜있는 나머지 문제들도 모두 풀리게 된다.

#상설특검법#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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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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