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미국, 가평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기자말] |
여름이 다가오면서 오랜만에 켠 한국 휴대폰에는 방학 특강 안내 문자들이 '띠리리리링' 하며 올라갔다. 그것으로 '아 한국도 이제 여름방학이 다가오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많은 중학생들의 방학 시간표가 학원으로 채워졌겠구나 짐작해 본다.
유초등 시기의 아이를 한국에서 양육하며 사교육에 종사하는 직장맘이었기에, 내가 미국에서 학업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 집도 비슷한 여름을 겪고 있었겠구나 싶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비슷하게 한 달여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겨울방학이 일주일 남짓밖에 되지 않고, 대신 여름방학이 두 달 이상 된다. 한국보다 이른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더 빠른 시기인 3월부터 다양한 미국 내 캠프 광고들이 떴다.
캠프가 시작되는 미국의 방학
한국 방학 특강들이 과목과 심화 수준으로 다양화되어 있다면, 미국의 캠프는 종목 자체가 다양하다.
- 아이가 현재 다니고 있는 공립학교에서 여는 학교 방과 후 종일반 같은 여름캠프.
- 사립 고등학교나 대학교들에서 학점 이수나 학교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캠프.
- 방학이라 비는 인근 대학 캠퍼스를 빌려서 YMCA에서 운영하는 운동 및 즐거운 활동들로 채워진 캠프.
- 본격적으로 하루 몇 시간씩 운동에 매진하며 기술과 체력을 기르는 테니스, 축구, 농구, 탁구 등 스포츠 캠프.
- 여자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STEM 이공계 수업캠프 등.
여름 캠프라고 검색해서 더 활동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닐까? 검색어를 "summer program for middle school students"로 바꾸어 검색해 본다.
여름 캠프를 검색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각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교육 내용이 나와있는 프로그램들이 잡히면서, 학습적인 방학 프로그램이 조금 추가되어 보였다. 하지만 한국 학원들에서 받은 문자와 같이 학년별, 과목별, 레벨별 심화 수준이 포함된 내용들은 개별로 들어가 봐도 알기 어려웠다. 그렇게 세분화 하지 않는 것 같았고 목표 자체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학교부터 타지에서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에 크게 향수병도 없었던 나와는 달리, 엄마 껌딱지인 아이를 보며, 작년 우리집 중학생의 첫 여름방학 목표는 분리와 독립을 차근차근 경험하는 것이었다.
교실 수업과 체험 활동을 병행하는 3주 캠프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 인기 있는 캠프는 미국도 매우 일찍부터 마감되는데, 해양생물 캠프도 전화를 돌려보니 인기 있는 곳은 11월에 등록을 시작해서 1월이면 거의 마감이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뚜렷하게 해양생물학이었으므로 차선 책으로 짧더라도 바닷가에서 실컷 재미있는 해양 활동을 하는 일주일 기간의 캠프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아이는 신나게 해양생물들을 채집하고, 만지고, 수족관의 비하인드 신에서 직접 관리하는 법도 체험했다. 휴대폰도 노트북도 엄마와의 연락도 되지 않는 곳이었고,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는 캠프 측에서 페이스북에 올려주는 사진으로만 알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목표로 삼았던 '1. 부모의 도움이 없는 곳에서, 스스로 짐을 정리하고 2.주어진 일정과 자율의 사이에서 3. 자신과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온전히 생활 해보는 것'을 달성했다.
한국 방학특강에도 참가한 아이
계획보다 짧은 캠프에 참여한 아이는 한국에 돌아와서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한 달간 주 1회 친구들이 함께 수강하고 있는 과학특강에 참여했었다. 그 이후로 한국 휴대번호에는 학원방학 특강 알림 광고 문자가 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많은 아이들은 방학 동안(비단 특강만이 아니라) 효율을 위해 공간적 시간적 관점에서 모두 높은 밀도로 많의 양의 지식을 습득하고 정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배우는 것이 모두 자기 것이 되지는 않을 테고,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에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성취를 위해 인내하는 것을 배운다. 옆 친구와의 줄세우기가 괴롭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너도 나도 같이 이 힘든 시기를 버틴다는 동지애와 추진력을 얻는다.
미국에서 생활하느라 긴 학원 시간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 아이도, 3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의 강의 내용도 재미있고, 친구들과 함께 하니 수업도 참을 만하더란다. 수업 전 간식을 사 먹는다거나, 쉬는 시간의 즐거움도 많았다고 했다.
서로 다른 교육의 방향
모든 가정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학교 정규 수업이 비는 이 시기를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두 나라 자녀 교육 방식의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
부족한 부분을 더 갈고닦아 고득점을 달성하고 그를 통한 대입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한국.
삶의 방식에서 독립을 미리 준비하는 미국.
둘 다 자녀가 스스로 앞가림을 하는 성인이 되도록 하려는 것은 같아 보인다. 다만 한국은 고학력 명문대 입학을 기반으로 고임금 직장에 취업하여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아 궁극적으로는 소위 '밥 먹고살게 되는 걸' 독립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계속되는 학력 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취업 시장 때문에 좋은 학력이 부모가 원하는 자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에는 의구심이 든다.
미국 또한, 자립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 좋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부모가 생각하는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한 벌이를 하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독립'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다가가는 좋은 방법일까.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부모와 아이가 건강하게 서로에게 자립하는 미래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뜻하지 않게 중년의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엄마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후자인 미국의 방법이 우리 가족의 가치관에 맞다고 판단했다. 작년 일주일 해양생물학 캠프에 이어, 올해 아이는 캠프 선택지 몇 가지 중 3주간 나와 떨어져 지내는 캠프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배웠냐보다, 아이를 데리러 간 마지막 날 자의든 지도에 의해서든, 3주간 사용한 자기 짐을 싹 들고가기만 하면 되게 싸 놓았다는 것에, 이번 캠프의 목적은 반 이상 달성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