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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싫어서 서로 눈물을 흘리기에 하루 반 나절이면 충분했다. 지난 5일 아침 중국 저지앙성 저우산(舟山)에 있는 난하이실험학교(南海实验学校) 교정에서는 한국과 중국 중고등학생들이 서로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이 만난 것은 불과 하루 반나절이었다.

강화군에서 선발된 18명의 중고등학생들은 난하이실험학교에서 선정된 18명의 학생들의 집을 찾아 이틀 동안 홈스테이를 했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중국 부모를 따라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서툰 중국어나 영어로 석별의 정을 나눴다.
하루 반 나절 만에 친구가 되어 헤어지기 싫어하는 한중 청소년 5일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과 저우산 학생들이 하루반의 시간을 보낸 후 아쉽게 석별하는 모습
▲ 하루 반 나절 만에 친구가 되어 헤어지기 싫어하는 한중 청소년 5일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과 저우산 학생들이 하루반의 시간을 보낸 후 아쉽게 석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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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생각했던 중국과 너무 달랐어요. 그냥 우리 집처럼 편했고, 엄마 아빠처럼 편하게 저를 대해 주더라고요. 중국어를 좀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가한 학생들은 비슷한 분위기로 이별했고, 공식 사진 촬영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항저우 공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처음 중국에 도착해서 저우산까지 이동할 때 지쳐서 잠들어 있던 모습과 달리 학생들은 3시간 여의 이동 시간 동안 주변 친구들과 중국 친구들과 만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드 이후에 경색되는 한중 관계의 돌파구가 있다면 이런 교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저우산시가 기념 촬영에 가져온 푯말에 있는 '산과 바다는 멀지 않다. 한 배를 타면 우정은 이어진다(山海不远同舟友缘)'라는 말의 진심이 느껴졌다.
교류행사를 마치고 난하이실험학교 교정에서 기념사진 촬영 강화군과 중국 저우산시 청소년 교류 행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교류행사를 마치고 난하이실험학교 교정에서 기념사진 촬영 강화군과 중국 저우산시 청소년 교류 행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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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위기를 맞고, 2020년 코로나 봉쇄로 완전히 끊어졌던 강화군과 중국 저우산시 학생 교류가 다시 시작된 현장의 모습이다. 강화군은 금년 6월부터 끊어진 중국 자매도시 저우산과 청소년 교류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양국을 번갈아 오가면서 진행되는 청소년 홈스테이를 다시 하기 위해 두 지역간 합의를 이뤄냈다. 두 지역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이메일을 통해 사전 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단을 꾸려서 먼저 방문을 진행했다.

강화군에서 선발된 18명의 중고등학생들은 2일 오후 중국 항저우공항으로 도착해 우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저우 청사를 참관했다. 항저우의 명소 시후(西湖)의 옆 후비엔춘(湖邊邨)에 있는 임정 청사는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1932년 4월 29일) 이후 이동을 시작한 임정이 1935년까지 머문 곳을 기념해 세운 곳이다. 2017년 중국 정부가 새롭게 정비한 청사는 임정의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임시정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40도가 넘는 폭염에도 학생들은 청사를 꼼꼼히 돌아보며, 독립정신을 새겼다. 이후 학생들은 코트라 항저우 무역관을 방문해 송익준 관장의 소개로 한중 관계 전반과 한중 무역의 상황 등을 청취했다.
항저우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강화군 주니어외교관 교류단에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 항저우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강화군 주니어외교관 교류단에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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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항저우무역관을 방문해 송익준 관장의 강의를 듣는 강화군 교류단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 교류단은 항저우 무역관을 방문해 송익준 관장에게 한중 무역 전반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 코트라 항저우무역관을 방문해 송익준 관장의 강의를 듣는 강화군 교류단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 교류단은 항저우 무역관을 방문해 송익준 관장에게 한중 무역 전반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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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을 항저우에서 잔 학생들은 다음날 샤오싱(紹興)에 있는 루쉰 옛집을 참관했다. 샤오싱은 루쉰 뿐만 아니라 고대 월나라의 수도로 구천(勾践)과 서시(西施), 명필 왕희지(王献之), 왕양명(王守仁) 등 역사 인물과 당대 최고의 정치가 저우언라이(周恩来), 교육자 차이위앤페이(蔡元培), 혁명가 추진(秋瑾)을 배출했다. 당대에서 중국 정치의 거목인 웨이지엔싱(尉健行), 정페이옌(曾培炎), 위정셩(俞正声), 종산(钟山), 천민얼(陈敏尔) 등이 샤오싱 출신이다. 학생들은 더운 날씨에도 루쉰의 고거, 백초원, 삼미서옥과 소설의 배경이 된 함헝주점 등을 돌아봤다.

샤오싱을 출발해 3시간을 이동해 저우산으로 이동했다. 저우산에 도착해 신도시에 있는 도시계획박물관과 저우산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저우산을 이해했다. 상주인구 117만 명인 저우산시가 강화군과 자매도시가 된 것은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중국 지역 가운데 섬이 가장 많은 저우산시는 중국 해양문화의 발상지 중 하나다. 저우산에는 중국 4대 불교 성지 가운데 관음성지인 푸투오산(普陀山)이 있다. 지난해 방문객 1000만 명이 넘을 만큼 사랑받는 여행지가 고대부터 신라왕자 김교각 스님 등과 인연이 깊었고, 수많은 견당사들이 명주(明州, 지금의 닝보)를 가기 전 이곳을 들러 기념했다. 강화도에는 한국 관음성지 중에 꼽히는 보문사가 있는 만큼 사상적인 유대가 깊다. 이 인연의 기록은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의 기록인 '선화봉사 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으로도 거슬러 간다. 서긍은 들어올 때 장봉도와 석모도에서 하루씩을 자고, 나갈 때도 장봉도에서 하루를 잔 기록을 남겼다. 고대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저우산반도와 강화군은 연결된다.

천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만난 강화군과 학생들은 3일 난하이실험학교에서 만나는 것으로 교류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 기념식을 치른 학생들은 이미 이메일로 교류하는 학생 집으로 한 명씩 지정되어 이틀간 홈스테이를 했다. 친구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모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둘째날에는 낮 시간을 활용해 더 넓게 교류활동을 했다. 학생들은 다시 난하이실험학교에서 만나 중국 전통 공예체험, 전통 가옥 방문, 사원 방문을 하면서 정을 나누었다.

마지막에는 아침 9시에 다시 집결해 항저우공항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중국 친구 가족들과 집결지인 학교로 돌아왔다. 교류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부모나 형제자매들과 친해진 상황이라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중 청소년 교류 모습 저우산시 도시계획박물관에서 방문단(좌상)과 각종 교류활동을 진행하는 강화군 주니어외교관 방문단
▲ 한중 청소년 교류 모습 저우산시 도시계획박물관에서 방문단(좌상)과 각종 교류활동을 진행하는 강화군 주니어외교관 방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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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로 인해 두 나라 관계가 경색된 데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거치면서 그간 한중 교류는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화군과 저우산시의 교류가 재개된 것은 중앙 정부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어디선가는 해줘야 두 나라 관계가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미래를 책임지는 학생들이 한 사안을 바라볼 때 가장 지양해야 할 것이 선입견과 편견이다. 중국에는 중국 고어 가운데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은 이를 가장 경계하는 말이다. 털끝 만큼의 차이가 나중에는 하늘과 땅 차이를 만든다는 말이다. 교류단이 귀국하는 날 새벽에 열린 올림픽 수영 남자 혼계영 400m에서 중국 선수들이 미국의 11연패를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날 항저우로 오는 버스에서 흥분한 모습으로 자기의 경험을 이야기하던 아이들은 이미 한국에 못지 않은 위생 상태를 가진 화장실 문화 등 갖가지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책임질 '주니어 외교관'을 해봤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일 저우산시의 환영식 방중한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 방문단을 저우산 차원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난하이실험학교에서 진행된 환영식 모습
▲ 3일 저우산시의 환영식 방중한 강화군 주니어 외교관 방문단을 저우산 차원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난하이실험학교에서 진행된 환영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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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중국#저우산시#한중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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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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