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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기자말]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집 안을 돌아다니던 중 책장에 꽂힌 책 위에 쌓인 먼지를 목격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생으로 돌아간 지난 5개월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독서를 멀리한 결과였다.

다른 계절이었다면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라도 자주 갔겠지만 지금은 여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쨍쨍한 햇빛과 이글거리는 열기에 번번히 의지가 꺾였다. 책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생각이 많아졌다.

독서도 글쓰기와 비슷하다. 오래토록 손을 놓고 있으면 집중력도, 탄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대로라면 얇은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힘들어질 것 같아 결국 근처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자동문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불쾌했던 찝찝함이 가셨다. 계단을 올라 도착한 종합자료실은 적당한 생활소음과 쾌적한 공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우러져 전보다 한층 밝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북트럭 위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책과 서가에 정갈하게 꽂혀있는 책을 보니 왠지 모를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서가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다 800번대(문학)에서 마음에 드는 소설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어째 집보다 도서관이 더 시원한 것 같아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햇살이 비추는 자리가 따스해 오래 앉아 있어도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 덕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펼쳐진 책장이 반을 조금 넘었다(실제로는 2시간 정도 지났지만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전보다 많아진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군산 산들도서관. 작지만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군산 산들도서관. 작지만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 최은경
 
문득 남은 여름을 도서관을 다니며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조금 멀더라도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들이 떠올랐다. 북캉스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최근 들어 SNS에서 공공도서관을 홍보하는 게시글을 자주 발견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비 오는 날 머무르기 좋은 도서관, 관공서 속 숨은 도서관, 계절별 가기 좋은 도서관, 북캉스 하기 좋은 도서관 등등 카페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경치와 인테리어를 가진 공공도서관이 테마별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 중 몇 곳은 거리가 있어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루이스 보르헤스는 도서 <보르헤스의 말>에서 '나는 늘 낙원을 정원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이후 재개관을 한 도서관, 한옥이라는 특성을 살려 지어진 도서관, 주변에 공원이나 호수가 있는 도서관까지. 현재의 도서관이 낙원이라는 이미지와 가까운, 휴식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며 이 문장이 생각났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공공도서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함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물론 장점도, 단점도 있겠지만 수익을 내지 않는 공공기관은 방문자와 이용자 수가 곧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나 역시도 개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도서관의 미래에 보태볼까 한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책#도서관#공공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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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20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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