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이 추진했던 '오너파트너십' 정책에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오너파트너를 임금노동과 대비시키며 '출자하면서 경영하고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했고, 노동자들이 아이쿱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퇴사 등으로 주식을 처분하려 해도 제때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당사자들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의 상반된 주장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을 샀던 노동자는 퇴사 시 회사가 주식을 처분해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아이쿱생협 관련 회사들은 퇴사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식을 매입해 준다는 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주식을 최소한 퇴사 때 처분할 수 있을 것이란 노동자들의 생각을 단순 기대만으로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2019년 초 아이쿱 자연드림 매장의 점장을 대상으로 한 오너파트너십 설명회 자료에서 한 회사는 오너파트너십 해지 방식을 "퇴사 시 또는 자격박탈 시 해지가 가능"으로 적고 있다([사진1] 참조). 해당 설명회 자료를 본 노동자라면 퇴사할 때는 매입했던 주식이 처분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실무책임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2020년 1월 '세이프넷 책임경영 워크숍'의 자료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오너파트너 규정안' 제5조에서 "파트너가 자격을 상실하여 퇴사하는 경우, 이사회가 지정하는 바에 따라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여야 한다. 단 이사회가 주식의 계속 보유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퇴사하는 경우 사실상 주식이 회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당 규정안을 접한 노동자들이 퇴사 시 주식이 처분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주식을 제때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2월경에 작성된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 매도 적체 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퇴사한 후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노동자는 27명이고 금액은 약 8억 9천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퇴사한 직원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쿱 관련 기업에서 재직하고 있는 노동자와 아이쿱 관련 기업과 거래하는 생산자(ex. 농민)도 주식 매도를 요청해 놓고 속을 태우고 있다. 아이쿱생협의 오너파트너십 정책 하에서 주식을 구입한 후 주식 처분을 기다리는 주식보유자는 2024년 2월 기준 노동자 159명(퇴사자 27명 포함), 생산자 45명, 활동가 90명이다. 이들의 매도 요청 금액을 주식보유 시점의 평균 매수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20억 원으로 추정된다.
아이쿱생협의 오너파트너십 정책
아이쿱생협은 일찍이 '소유 노동'을 강조해 왔다. 아이쿱생협의 소유 노동 이름 아래 2013년경 직원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2014년경 직원 출자 참여를 통해 '오너십 자회사'가 운영되기도 했고, 2018년에는 '오너파트너십'이 도입되었다.
아이쿱생협의 오너파트너십은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노동자들이 아이쿱 관련 기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서 해당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언뜻 아이쿱생협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너파트너십 정책은 아이쿱생협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018년 2월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사회가 '아이쿱넷 파트너 계약서 기본안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고, 당시 안건을 설명한 감사팀장은 "기본안이 승인되면 이를 토대로 사업체별로 파트너 참여자와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발언했다. 아이쿱생협 관련 업체에서 시행되는 오너파트너십이 아이쿱생협 차원에서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을 구입한 노동자들이 아이쿱생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쿱생협이 단순히 오너파트너십 정책을 기획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쿱생협에서 2019년 6월경 작성된 문서를 보면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주식 관련 제도를 계속 관리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해당 결재문서는 연합회가 '활동가, 생산자, 임직원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서, 확약서, 주식담보대출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개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사진2] 참조). 아이쿱생협연합회가 관련 기업의 주식거래를 총괄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실마리를 풀어야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문제에 대해 아이쿱생협은 각 법인 사업체의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오너파트너십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제도 변경에 개입했던 정황이 확인된다. 또한 노동자 및 생산자의 주식처분 요청을 받은 기업의 상당수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중 일부는 연합회가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도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미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오너파트너십 정책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도하거나 매수했던 적이 있다. 2019년의 경우 직원의 오너파트너십 참여를 위해 연합회가 소유한 주식을 일부 매각했고, 2022년의 경우 "오너파트너 직원 퇴사"에 따라 연합회가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아이쿱생협연합회가 관련 기업의 주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퇴사한 노동자들의 주식이 처분될 수 있도록 나아가 주식 매도를 요청한 노동자와 생산자의 주식이 처분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거나 직접 매수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일부는 사회적경제노동센터에서 발간한 <이슈분석> 중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문제1'에 나온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