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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역 9번 승강장 맞이방에 차려진 추모공간 구로역 9번 승강장 맞이방에 차려진 추모공간
▲ 구로역 9번 승강장 맞이방에 차려진 추모공간 구로역 9번 승강장 맞이방에 차려진 추모공간
ⓒ 철도노조 구로승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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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듯 위험한 일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오늘도 일곱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만든 그런 무리들에게 철퇴를 내리지 않으며 감히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할 수는 없지
- 노래패 <꽃다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중에서

30대 초반의 꽃다운 두 명의 젊은 철도노동자가 지난 9일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연이은 살인적인 폭염으로 더위가 여전히 가시지 않던 새벽 2시에도 그들은 졸린 잠을 이겨내고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구로역 선로 위 고압선로 보수 작업을 하던 그들은 옆 선로에서 오던 선로 점검 열차와 충돌했다. 그들에게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없고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

역무원들 가운데 그들이 일했던 신형 모터카 작업대(바스켓)가 좌우로 최대 4미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형 모터카의 특성을 파악해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슴 시리도록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선로에서 일하는 철도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에서 바로 옆 인접 선로에 꼭 열차가 다녀야 하는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백번 양보해 꼭 시급하게 해야 할 보수 작업이라면 공사는 확실하고도 명확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하고 전달했어야 했다.

이렇게 사후약방문식의 대처와 모든 책임을 아무것도 모르고 묵묵히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던 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동료를 잃거나 이 일로 깊이 상처를 받은 우리 철도노동자들의 마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과실로 덮어씌우고 끝내는 것이 아닌 보다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싶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코레일에 주어진 과제로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구로역 사상사고를 접하며 불현듯 2년 전에 일어났던 오봉역 사상 사고가 떠올랐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오봉역에 있는 한 철조망을 붙잡은 채 한없이 오열했고,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모두가 숙연해지고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그 당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번 사상 사고를 접하며 다시금 보고 싶은 아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할 것이고, 여전히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코레일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이번 사고로 아들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부모를 잃는 슬픔보다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는 '참척의 아픔'을 우리들의 작업 현장에서 부디 이제 그만 끝낼 수 있기를.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지기를. 그것이 억울하게 생을 마무리한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일상의 일터이었을 것이기에. 다시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철도노조> 소식지에도 실렸습니다.


#철도노조#코레일#열차사고#구로역#추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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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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