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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성향 독립기념관장 임명 사실에 반발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비단 독립기념관장만이 아니라 이미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비롯해 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들도 뉴라이트 인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위안부 문제는 물론이고 강제징용 문제도 모두 일본의 의도에 발맞추어 진행되고 왔다. 이번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도 한국 정부의 '협력' 아래 '조선인 강제동원'이라는 표현이 실종된 채로 이뤄졌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최근 일본이 역사 세탁에서 발견한 완벽한 공범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 주최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독립운동가선양단체, 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 주최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독립운동가선양단체, 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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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은 현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전쟁 범죄이며 반인권범죄에 속한다. 전쟁 범죄와 반인권범죄는 '국가 주권'을 넘어 국제 '강행규범(Jus cogens)' 위반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 국제 사회는 과도한 '국가 주권'이 초래한 전쟁 참화를 반성하면서 조약법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국제 공공질서와 법규범의 존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탄생된 것이 바로 '강행규범'이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은 국제공동체에 의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일반 국제법상의 상위 절대 규범으로서 어떤 국가도 이를 위반할 수 없는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원칙을 의미한다.

1969년 비엔나 협약에서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규정된 '강행규범'은 현재에 이르러 국제사회에서 노예매매 금지, 집단살해 금지, 고문 금지, 인권 존중 등을 의미하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집단살해죄, 반인도(反人道) 범죄, 전쟁 범죄, 침략범죄를 "국제공동체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는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이자 인권유린, 반인도 범죄로서 국제 '강행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알바쉬(Maurice Halbwachs)의 '집단기억 이론'에 따르면, 집단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은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희생을 당하고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극소수 친일파만을 제외하고 무고한 일반 사람들이 모두 가혹한 식민지 박해와 착취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일제강점기의 가혹한 기억은 우리 민족의 집단기억으로 정립되었고 국가의 정체성으로 자리를 잡았다.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는 "논쟁적 사안"이라고 답했다. 현 정부 인사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며, 과연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일본에 '완벽한 공범'으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이제 이 나라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자리까지 버젓이 친일 논란 인사가 임명되는 것은 실로 우리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적으로 파괴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 진보 인사는 역사에 아무 생각도 없는 대통령 치하에서 뉴라이트들이 자리 사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진실을 말하면, 최고 권력자부터 뉴라이트, 친일파 그리고 극우 인물들까지 모두 동류의 의식을 공유하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이 나라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복절에 이 나라의 앞날이 너무나 어둡다.

#광복절#친일#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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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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