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세종보 천막농성' 100일을 맞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함께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글은 그 네번 째 글로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이 썼다. [편집자말] |
4대강 16개 보로 흐름이 멈춘 강은 썩었다. 이게 과학이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부 때 개방한 금강·영산강의 5개 보를 포함해 총 16개의 4대강 보의 수문을 닫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했다고 거짓주장을 했다. 하지만, 충남도와 금강유역환경단체들이 10년이 넘는 금강 물환경 모니터링을 한 성과를 차치하더라도, 지난 6년간의 과학적 데이터를 송두리째 묵살한 정략적 폭거였다. 지금은 태도를 180도 바꿨지만, 문 정부 때 보 수문개방의 효과를 발표했던 환경부의 과학적 데이터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대발생, 빈산소 현상, 물고기 떼죽음, 깔따구 창궐...
우선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대발생, 하천 성층화에 따른 빈산소 현상, 수생태계 단절 등의 주요 환경 이슈가 부각됐다. 금강은 보가 준공되자마자 백제보 민물고기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준설한 강바닥엔 퇴적물이 쌓이고, 유속이 느린 호수에 사는 큰빗이끼벌레, 오염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창궐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대규모 녹조가 발생했다.
공주보는 바닥보호공 세굴과 교각 안전 문제 등의 하자로 준공이 지체되었다. 강변 둔치를 걷어내고 공사한 산책로와 체육시설은 '유령 공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용이 저조했지만 관리비를 쏟아부으며 세금만 축냈다. 세종보도 마찬가지였다. 펄이 쌓이고, 녹조, 큰빗이끼벌레, 물이끼, 악취와 발전소 낙차소음 등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세종보는 '고물보'였다. 준공 1년 만인 2013년부터 세종보 가동보 수문의 유압실린더 고장이 시작되었다. 매년 고장을 일으키다가, 2016년 1년에만 5번의 고장과 기름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상시개방 직전까지 매년 수리하느라 헛돈을 낭비한 것이다. 이런 세종보는 '잠수업체의 철밥통'이란 소리까지 들렸다.
4대강 사업 폐해가 심해지자, 충남도는 2011년 하반기부터 금강유역환경단체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이후 물환경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따라서 2017년에 보 개방을 정부에 제안했고, 문재인 정부도 수질 문제 등의 해결방안으로 4대강 보 상시개방 조치를 내놓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가 순차적으로 개방되자, 강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왔다. 4대강 사업 찬동론자들은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 줄기차게 찬양했지만, 고인물은 썩는다는 것을 과학적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과학의 기초] 4대강 심층 조사 위한 활동과 오랜 기간의 데이터 축적
이제 환경부가 그간 내놓은 데이터를 살펴보자. 환경부는 2019년 2월 8일부터 2022년 5월까지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매반기마다, 모두 8차례에 걸쳐서 환경부 홈페이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로 공개했다. 2017년 6월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4년 6개월의 긴 세월에 걸친 모니터링 결과를 보 개방 전인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의 데이터와 비교한 종합분석 결과였다.
2017년 6월 1일, 환경부는 금강 1개(공주보), 영산강 1개(죽산보), 낙동강 4개(강정고령, 달성, 합천창녕, 창녕함안보) 등 6개 보를 상시개방하여 수질, 수생태, 육상생태, 수리수문, 지하수, 물이용(취·양수), 경관, 어패류 구제, 하천시설, 농어업, 퇴적물, 구조물, 지류하천 등 13개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다. 그해, 11월 13일에는 세종보, 백제보, 승촌보 3개보가 추가되었고, 보 활용 분야를 추가하여 14개로 늘었다.
2018년 6월 29일 환경부는 처음으로 정부합동브리핑을 통해서 4대강 상시개방 모니터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즉, 1년간의 보 개방으로도 물 흐름을 회복하여 조류 농도 감소, 모래톱 형성 등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0월 4일 한강 이포보를 시작으로 2019년 1월 24일 낙동강 구미보, 2월 22일 낙단보, 2021년 11월 4일 낙동강 칠곡보, 12월 1일 한강 강천보를 최초 개방하고 모니터링 확대를 이어갔다.
[과학 데이터] 녹조 사라지고, 멸종위기종 출현
2019년 2월 8일 환경부는 두 번째로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2017년 6월∼2018년 12월)를 공개했다. 보 상시개방 1년 6개월이 지나자, 녹조 및 저층 산소 부족 현상 감소 등 수질개선 가능성 확인, 모래톱 회복 등 기존 수계별 특성 회복, 사회‧문화적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밝혔다. 같은 해 8월 21일 세 번째로 2년 동안의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2017년 6월∼2019년 6월)를 공개했는데, 보 개방 후 금강본류에서 흰수마자 재발견, 모래톱 등 수변서식 공간 증가 확인, 생물다양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0년 4월 29일 네 번째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2017년 6월∼2019년 12월)는 2년 6개월 동안, 장기간 완전개방 중인 세종보 서식처 다변화 등 수생태계 건강성 향상, 흰수마자,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되었다. 같은 해 8월 29일 다섯 번째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2017년 6월∼2020년 6월)는 완전개방한 금강 세종·공주보 생태계 개선 효과 뚜렷, 서식환경 개선 및 다양한 멸종위기종 출현을 확인하였다.
4대강 보 모니터링을 수행한 기관은 환경부의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홍수통제소, 농림축산식품부의 한국농어촌공사, 국토교통부의 국토관리청,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 8개 전문기관들이었다. 환경부가 모니터링 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총괄했다. 수질분야는 국립환경과학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에서 담당하였다. 주요내용은 수질과 퇴적물이었다. 수질은 유해남조류, 일반적인 수질항목, 수심별 수질(주 1~2회)을 모니터링하였고, 퇴적물은 연 2회 이상 조사하였다.
[유해남조류] 보 개방 1년, 세종보 98%-공주보 88%-백제보 96% 감소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금강은 2017년 6월 1일부터 수위저하를 시작하여 세종보와 공주보가 보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여 3년을 넘었다. 백제보는 하절기 위주 4차례 완전개방, 동절기에는 물이용을 감안하여 부분 개방을 탄력적으로 유지하였다.
보 개방 결과, 수질 분야에서 녹조 독성을 내뿜는 유해남조류는 보 완전개방 이후 여름철에도 물 흐름 개선으로 완전 개방된 세종보, 공주보 구간을 중심으로 예년(2013년~2017년, 완전개방 이전) 대비 녹조 감소 추세가 유지되었다. 상시개방 전에는 보에서 물이 머무는 여름철(6~9월) 평균 체류시간은 1일 미만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녹조가 번성하였다. 상시개방이 되자, 유해남조류는 예년 대비 세종보 33%, 공주보 76%, 강물이 금강하굿둑의 영향을 받는 백제보 85%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0년은 여름철(6~9월) 보 완전개방으로 물 흐름 개선을 유지하자, 예년 대비 유해남조류세포수가 감소하였다. 2020년 여름에는 긴 장마와 폭우 영향이 더해져 유해남조류가 거의 관측되지 않다가, 9월 이후 일조시간 증가와 함께 대청호, 미호강 등에서 발생한 유해남조류(대청호 '문의', 9월 평균 1만 2645 cells/mL, '미호천 6-1', 9월 평균 7826 cells/mL)가 금강 보 구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9년은 보 개방으로 물 흐름이 개선되면서 예년 대비 유해남조류세포수가 세종보 98% 감소, 공주보 88% 감소, 백제보 96% 감소 등 보 건설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2018년은 7월 초∼8월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되어 녹조 발생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 완전개방한 세종보는 미호강 유입 영향으로 예년 대비 다소 증가하였고, 공주보는 예년 대비 14% 감소하였다. 세종보는 미호강 유입 영향으로 유해남조류가 증가하였으나, 상류 및 지류 유입량을 고려할 때 보 구간 내부에서의 증가는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에 부분 개방한 백제보는 8월 초 폭염과 무강우의 영향으로 예년 대비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증가하였다. 실제, 조류경보제 발령기준 적용 시 발령 일수를 살펴보면, 2019년 이후 '경계' 수준 이상의 고농도 녹조 발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질악화를 일으키는 보 구간의 유기물·영양물질 농도는 보 상류와 유입 지류의 오염물질과 강수량 변화 등 본류 유량 증감, 규조류 증감 등의 영향에 따라 연동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2018년 이후 여름철 강우로 인한 대청댐 방류[댐방류량(7∼9월) : 39.5㎥/s(2013년∼2016년 평균) → 175.2㎥/s(2018년∼2021년 평균)]와 유입 지류의 영향으로 유기물 오염도는 개방 이전(2013년~2016년)과 유사했다. 영양염류는 증가 경향을 보였다.
백제보는 세종보와 공주보에 비해 완전개방 기간이 짧았고,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수질의 영향과 금강하굿둑 수위 연동으로 인한 유수성 회복 제한으로 유기물 및 조류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기·영양물질(총질소, 총인)은 2017년 완전개방 이후 세종보·공주보에서 퇴적물 내에서 모두 감소하였다. 백제보는 2018년 하반기 개방 이후 감소 상태를 유지하였다.
[퇴적물] 유기 영영물질 함량 감소, 모래 비율 증가... 거버넌스 활발
저층 빈산소는 세종보·공주보에서 개방 전·후 모두 관측된 사례가 없었다. 준공된 2012년 10월 민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하였던 백제보는 2019년 개방 이후 보 개방·강우로 수체 혼합이 증가하면서, 완전개방한 기간에는 빈산소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다.
강바닥 퇴적물은 장기간 완전개방한 세종보와 공주보에서 퇴적물 내 모래비율이 증가하였고, 유기·영양물질 함량 감소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종보·공주보·백제보 개방 이후 모래 비율은 증가하였고, 입자가 고운 실트(펄)는 감소하였으며, 유기·영양물질 함량은 감소하였다. 장기간 개방한 세종보·공주보·백제보는 모래 비율이 개방 전 대비 각각 1.07배, 1.5배, 1.0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 보 상시개방에 따른 물환경 모니터링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세종보 철거, 공주보 부분철거, 백제보 탄력운영 등으로 금강의 3개 보 처리가 확정되었다. 금강 물환경 모니터링과 보 처리 결정은 4대강 사업 이후 부각된 금강의 환경재앙이라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해결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인 강의 흐름을 회복했다는 데서 매우 중요한 조치였다.
완전개방 이전 데이터 비교기간까지 포함하면, 국립환경과학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이 9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조사해 온 과학적인 데이터를 축적하였고, 환경부 4대강자연성회복평가단은 보 처리방안 연구를 2년에 걸쳐서 추가하였다.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1년 7개월 동안 보처리 방안 제시안을 검토하였다. 충남도의 10년이 넘는 금강 4대강 정비사업 모니터링 성과도 금강 세종보·공주보·백제보로 발생한 물환경 문제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게다가 4대강 보 개방이 시작된 2017년 6월 15일부터 2022년 4월까지도 환경부가 수계별로 농·어민,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관계 행정기관, 지역 전문가 등으로 보 모니터링 민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하여 현장 중심의 모니터링 및 의견수렴을 실시하였다. 금강 3개 보 처리는 과거 자료와 매년 변화되는 현장 실측자료를 합리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발표했던 결과들이 모여진 값진 성과였다. 그런 만큼 더욱 신중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 오랫동안 축적된 과학 데이터, 15일 만에 뒤집어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오랜시간 동안 축적된 과학적 데이터를 통째로 부정하고 보 개방 정책을 폐기처분하는 데에는 단 15일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3년 7월 20일, 감사원이 납득하기 어려운 4대강 5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환경부는 윤 정부 들어서 새롭게 구성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과거 보 처리 결정에 대한 취소를 요청했고, 15일 만에 환경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고도 윤석열 환경부는 입만 열면 '과학적으로 처리했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보 수문개방 이후 4대강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과학적 근거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통째로 부정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윤 정부는 이에 항의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압수수색으로 겁박하고, 수갑을 채워 구치소에 가두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곧바로 4대강 보 민관협의체 운영이 중단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금강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국가물관리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이 100일을 넘는 가운데, 보가 닫힌 낙동강은 녹조 곤죽으로 독소를 뿜어내고 있는 데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속시원한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못 하는 환경부 행위, 그 어디서도 과학과 합리, 신중과 공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4대강이 보여준 과학을 정략적으로 죽였다. 그러나, 진실은 보 개방이후 되살아난 세종보, 금강이 과학임을 너무도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