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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충남 청양군 문예회관 앞에서 집회 중인 한 시민이 '미호종개가 없어졌다고?, 지금 지천에 살아 있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6일 충남 청양군 문예회관 앞에서 집회 중인 한 시민이 '미호종개가 없어졌다고?, 지금 지천에 살아 있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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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하나로 지목한 청양군 지천댐 건설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지천 서식'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지천댐 찬성 측 주민들이 지천에 미호종개가 살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앞서 지천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지난 22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 부족 해결'을 위해 지천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주민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상류지역에서 생활 오폐수가 지천으로 유입돼 환경을 오염시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호종개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반대 측 주민들은 최근 미호종개를 수중촬영 카메라로 찍어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지천은 청양과 부여를 거쳐 금강으로 하르는 하천이다.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김명숙 지천생태모임 대표는 "일각에서는 지천에 미호종개가 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난 25일 직접 지천을 찾아 미호종개를 영상으로 담았다. 수중 촬영 카메라를 이용했다. 채집이 아닌 단순한 영상 촬영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호종개는 옛날 어른들이 지름챙이(기름챙이)라고 부르던 물고기이다. 미호종개 서식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전국에서) 청양·부여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지천에서 발견된 미호종개 최근 김명숙 지천생태모임 대표가 청양 지천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하고 찍은 영상이다.
ⓒ 김명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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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지천에서 발견된 미호종개
 지난 25일 지천에서 발견된 미호종개
ⓒ 김명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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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대전 국가유산청에 확인한 결과, 미호종개는 대천 갑천, 충북 진천의 백곡천 등에서 제한적으로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이중 미호종개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청양부여의 지천 하류가 유일하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부여·청양 지천(하류) 미호종개서식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미호종개 서식지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는 것이다.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지천 하류에서 백제보 인근까지 펼쳐져 있다. 미호종개는 수심 1m 이내의 유속이 완만하고 2mm 이하의 가는 모래에 서식하는 특징이 있다.

"지천댐 건설되면 미호종개 서식지 파괴될 가능성 높아"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2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천에서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매년 관찰되고 있다. 최근 부여군에서 비오톱(동식물 서식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천의 서식 환경은 잘 유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천 상류에서는 흰수마자가 다수 관찰됐다. 미호종개는 진흙이 약간 섞여 있는 지역에서 관찰이 잘 된다"고 전했다.

지천댐 건설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사무처장은 "낙동강 영주댐이 준공된 이후, 유사량(모래의 양)이 줄고 멸종위기종들도 급격하게 사라졌다. 지천댐이 건설될 경우 상류로부터 모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미호종개의 서식지 자체가 파괴되어 멸종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호종개를 채집해서 옮기거나 적합한 다른 하천에 풀어 놓는 경우라면 몰라도 서식지 자체를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부여군의 의뢰로 생태 조사(비오톱)를 진행 중인 유 사무처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지천 하류에서는 미호종개 뿐 아니라 흰수마자, 모래무지, 납자루, 떡납줄갱이, 징거미, 재첩, 쏘가리 등이 발견됐다.

이처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천 상류의 경우, 청양읍의 생활하수가 유입되고 있고 오염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염원과 관련해 충남도는 지천댐 건설 공사와 함께 청양읍 생활하수 처리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7일 충남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지천댐 공사와 함께) 청양읍에서 지천으로 유입되는 하수를 우회해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양 청양읍에 붙은 지천댐 건설 반대 현수막
▲ 청양 청양읍에 붙은 지천댐 건설 반대 현수막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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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 오염원 중 하나로 꼽히는 '청양읍'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치면 구치리의 일부 주민들은 '지천 오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지천댐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한 지천댐 찬성 측 주민을 전화로 연결해 반론을 들어봤다.

찬성 측 "우리 동네에서는 미호종개 못봤다는 뜻" 해명

대치리에 거주하고 있는 지천댐 찬성 주민 A씨는 29일 "구치리 앞 지천에서는 고동을 잡아도 먹지 못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 최근에 구치리 앞 지천에서 미호종개를 본적이 없다. 물론 (미호종개) 서식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다면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적어도 우리 동네(대치리 지천)에서는 미호종개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치면에 40만평 골프장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제와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지천 오염원과 관련해 환경단체는 하수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현재 청양의 하수도 보급률은 55% 정도이다. 가축 분뇨도 정화조에서 걸러진 후 나머지 오수는 하천으로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류(청양읍) 지역 하수가 지천으로 흘러 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댐 건설을 주장하기에 앞서 하수처리 시설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하수 처리만 잘해도 하천과 지하수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천댐#미호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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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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