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마을 주민들 중심의 태양광 발전으로 월 1000만 원 순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촌 마을 사례(여주 구양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관련 기사 :
버스도, 밥도 공짜... 월 천만 원 수익 내는 마을의 비결). 이후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6만 건이 넘는 조회수 뿐만이 아니다. 한 IT전문가는 자신의 SNS에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구양리 기사를 공유했다. 그렇게 공유된 기사를 보고 현직 국회의원 12명이 이 마을을 찾아와 현장토론회를 벌였다. 지난 27일 오전 11시였다.
"정부 보조금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이 지속가능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우리 구양리 모델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이죠."
현장에서 만난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 비서관(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깜짝 놀랄 만한 팩트를 전했다. 당연히 초기 설비 자본의 상당 부분을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으로 충당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보조금 한 푼 지원 받지 않고 15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감당했다. 14억 4000만 원은 광주은행과 신협의 장기저리융자를 통해 마련했고 정부 지원을 받은 것은 에너지공단의 금리지원과 경기도의 이자차액지원이 전부, 그러면서도 구양리 64가구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해 100% 시설물을 소유한 공동체 발전시설이 바로 여주 구양리의 '햇빛두레 발전소'이다.
"태양광 사업도 결국 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정부가 기후대응을 위해 규제를 몽땅 푼다고 해도 결국 기업이나 돈 많이 가진 분들이 들어오지 우리 농촌주민들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마을 주민들 모두가 주인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혼자 살고 계신 독거 어르신 한 분까지도 그 혜택을 공유하시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주영 구양리 새마을 지도자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 사업이 농촌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소개했다. 현재 정확한 햇빛발전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창고와 체육부지 지붕 등 6곳에 설치해서 약 1메가와트(MW) 설비용량을 갖추고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5월과 6월 매출은 약 3450만 원가량됐고 7월에는 잘 아시다시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며칠 빼고는 다 비가 올 만큼 장마가 길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발전수치를 보니 그래도 2300만 원가량이 예상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정도면 해만 뜨면 구름으로 가려져 있어도 되겠구나, 확신을 얻었죠."
5, 6월에 3400만 원, 장마철인 7월에도 2300만 원, 이렇게 올린 햇빛매출에서 관리비용, 인건비, 금융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제반 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남는 마을 수익은 월 1000만 원가량, 햇빛 발전량이 봄에 많고 겨울에 적은 계절성을 감안하고, 앞으로의 태양광 가중치변수(REC, SMP)까지 보수적으로 내다봐도 20년간 연 평균 1억 2000만 원 수익이 예상된다.
"주민들이 외부 사업자가 하는 시설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받은 게 아니라 태양광 직접 생산자로 나서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큽니다. 최근 주목받은 해남의 솔라시도 태양광의 경우 규모는 100메가와트(MW)로 구양리보다 100배나 더 크지만 실제 참여한 주민은 123세대에 불과합니다. 반면 구양리는 그보다 1/100 적은 1메가와트(MW)로도 67세대가 참여해 수익을 올리니까, 만일 구양리같은 마을이 100곳이 생기면 6700세대가, 1000곳이 생기면 6만 7000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최재관 전 청와대농어업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
이날 현장을 찾은 국회의원들은 모두 12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 소속 이용선·오세희·허성무·박지혜·이재관·이언주·김동아·송재봉·염태영·곽상언·송옥주·권향엽 의원이다. 여기에 김혜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 박성우 산업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 김연지 경기도에너지산업과장, 여주시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동석해 마치 청문회장을 방불케하는 풍경이 구양리 마을회관에 펼쳐졌다.
"햇빛수익으로 조리사 채용중, 주민 위한 마을 식당 운영"
"처음에는 태양광에서 전자파 나온다고 걱정들이 많으셨는데, 막상 시설이 올라가고 나니까 보시는 것처럼 서로 그 밑에 농기계 세우려 하십니다." (최재관)
마을 풋살 경기장 지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밑에는 정말 여러 대의 농기계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세간의 속설과 가짜뉴스, 숱한 현실적 어려움을 딛고 발전을 시작한 여주 구양리, 이곳의 지도자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딱 한 가지를 요구했다. 제도개선, 돈은 필요없고, 불합리한 제도 몇 가지만 국회에서 고쳐주면 전국 곳곳의 농촌에 천 곳, 만 곳의 구양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금융을 이용해야 하는데 담보 잡을 게 없어서 고생했습니다. 마을공동체 시설의 경우 새마을회 소유인데 이게 법적으로 담보능력이 없어요. 농지의 경우는 가격이 싸서 담보 능력이 안되고요, 그래서 앞으로 영농형 태양광이 농신보(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제도)로 인정받으면 모든 마을이 담보 능력이 생깁니다. 농식품부가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시설로 판단하면 가능한 일인데 실제로 스마트팜의 경우 70억 원까지 농신보가 가능한 현실입니다."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
이 밖에도 이날 현장설명회에서는 농어촌공사 소유의 공공비축농지를 마을태양광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농지법시행령 개정, 이격거리 조례 예외사항 추가 등 실제로 의지가 있어도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좌초되는 마을태양광의 진흥을 위한 실절적 제도개선 해법이 논의됐다.
"10월부터는 마을 주민 누구나 점심 한 끼씩을 바로 이 자리에서 함께 하는 마을 식당이 운영됩니다. 햇빛수익으로 식기세척기도 들어왔고 기초적인 리모델링도 했고 조리사도 채용중입니다. 잘 운영되면 아침식사까지 두 끼로 늘리고, 마을 주민들 뮤지컬 공연 등 문화공연 수요도 충족시켜드릴 예정입니다. 단 한 분도 소외된 분 없이 마을 모두를 위한 사업부터 하고 이후 개별적 기본소득도 고민할 예정입니다." (전주영 구양리 새마을 지도자)
그렇게 마을식당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는 마을 구판장에서 이장님과 새마을지도자, 국회의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모두 한 끼 밥을 먹었다. 국회 차원의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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