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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위치한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청사.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위치한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청사.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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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 불합리한 인사행정을 지적한 노동조합 집행부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가 취소해 논란이다.

감독기관인 광주시의 중재에 마지못해 인사위를 취소한 재단과 사측의 부당한 탄압을 주장하는 노조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다, 상급 노조와 지역 공기업노조까지 가세하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하 재단)과 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재단은 전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던 김형은 노조위원장과 노조 사무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 1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했다.

앞서 재단 경영전략실이 노조에 발송한 인사위 개최 통지서에는 '미확인된 사실의 외부 공문 발송으로 재단 공신력 및 명예·위신 손상', '공문 상 기재된 회신 기한 이전 외부 공문 발송'을 두 사람의 징계 사유로 명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공문은 노조가 지난달 23일 오후 광주시 창업진흥과와 광주전략추진단, 감사위원회 3곳에 모바일 팩스로 발송한 '2024년 인사위원회 구성·운영(충원) 계획(안)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 건이다.

노조는 공문에 지난 4월초 재단에서 열린 직원 2명에 대한 인사위원회 징계 안건과 관련, '부당 업무지시' 가해자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A 팀장의 인사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으나 사측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아 감독기관의 확인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노조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로 '부당 업무지시' 징계 안건의 피해자인 B 팀장이 인사위원회 구성 업무 담당자로, 새로 선임된 인사위원(외부 6명) 중 1명이 회장으로 있는 노동단체에서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B 팀장이 징계 안건의 이해 당사자로서 제척 사유에 해당할 수 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비상임 이사직도 겸직허가 대상일 수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징계 처분을 받은 A 팀장도 징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공문 발송 이후 노조를 상대로 한 재단 측의 인사위 회부와는 별도로 B 팀장과 해당 인사위원이 공동으로 노조 집행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노조가 광주시에 발송한 공문이 실명을 담고 있어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알렸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인사위원으로 참여한 노동단체 대표는 "인사위 참석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B 팀장이 징계 안건의 피해자인지 알지 못했다. 다른 직원으로부터 인사위원 선정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후 B 팀장이 따로 전화가 와서 통화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징계 안건 관련자인지 알았다면 인사위 참여에 더 신중했을 것이다"며 "개인정보가 함부로 다뤄졌다는 생각에 B 팀장과 함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누리집 갈무리.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누리집 갈무리.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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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의혹도 있다.

4월 인사위 개최 당시 또 다른 징계 안건이었던 내부 횡령 사건의 당사자 C 팀장의 파면 징계 조치였다.

현재 사직한 C 팀장은 근무 당시 공금 5천만원을 출금한 사실이 있으나 지출결의서나 회계자료가 없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 내부 조사를 거쳤고, 가족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스스로 횡령 사실을 인정했고, 해당 금액을 반환한 뒤 인사위에 회부됐으나 C 팀장은 이미 사직서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의 '의원면직 제한' 조항에는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일 때 의원면직을 제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인사위 개최 후 뒤늦게 수사를 의뢰하긴 했으나 5천만원 이상의 무거운 업무상 횡령 사건의 경우 비위를 인지한 즉시 외부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압수수색이나 수사 권한이 없는 공기업이 횡령 비위를 적발했다면 당사자를 직위해제 및 고발해 혹시 모를 또 다른 비위 정황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후 수사결과에 따라 징계나 환수, 징계부가금(5배까지 가능)을 조치하는 것이 상식과 규정에 더 부합한다는 의미다.

최기영 민변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은 "재단의 정관이나 규약을 보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일반 상식이나 규범에 비춰서 봤을 때 부적절한 인사행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피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인사위 업무를 담당하거나 고액의 횡령 범죄가 완전히 밝혀지기 전에 파면 조치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인사행정에 대한 당연한 노조의 해명 요구를 구실삼아 징계를 추진했다는 점이다"며 "노사 상생 정책을 입안해야 할 공기업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현성 재단 대표이사는 전화 통화에서 "인사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광주시와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규정을 위반해 진행한 경우는 없었다"며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인사위 소집도 특별감사와 법률전문가 자문을 거쳐 진행한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사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조의 공문을 받고 법률 조항을 검토했으나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추가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재단 노조가 소속된 전국 60여개 지방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호남지역본부는 명백한 노조 탄압에 해당한다며 연대 투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광주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는 전날 광주시와의 간담회에서 이번 노조 탄압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일자리#광주시#출자출연기관#산하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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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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