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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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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훨씬 많은 분이 찬성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하는 분이 많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반대 여론이 많다며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통계'는 애초에 설문부터 편향된 방향으로 작성된, 총체적으로 부실한 여론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를 진행한 업체의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로 나왔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많은 분이 찬성했지만..."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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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식 “차별금지법 반대한 나라 공산주의 국가 됐냐?”는 질문에 안창호 후보자의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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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안창호 국가인권위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UN의 이행 권고사항이기도 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안창호 후보자 :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신장식 의원 : "어떤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까? 조사해보셨어요?"
안창호 : "제가 어떤 통계에 보면, 이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훨씬 많은 분들이 찬성하는 것을 했지만, 그 반대하는 분들의 차별금지법..."
신장식 : "어디 복음법률가회 많은 회원들이 반대하시든가요?"
안창호 : "다시 최근에 그거는 오히려 반대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제가 한 통계를 봤습니다."
신장식 : "근거를 가지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2년 5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67.2%), 그리고 한국갤럽이 비슷한 시기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모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응답(57%)이 반대 여론보다 훨씬 높았다.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는 신 의원의 질의에 안 후보자는 "여러 통계가 있다"라면서도 특정 여론조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회장 역시 "답변을 주실 때 통계와 자료를 기초로 해서 말씀을 해주시면 질의하고 있는 의원들과 갈등이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후 추가질의에서 신장식 의원이 "기독교계 언론에서 특별한 근거 없이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여론조사에서 반대했다"고 언급했지만 안 후보는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관련 보도를 검색해보면 안 후보자가 언급한 취지에 맞는 것은 <국민일보> 등 개신교계 매체들이 주로 인용해 보도한 '오피니언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연합인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이 의뢰해 실시된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35.3%, '반대한다'는 41.4%, '잘 모름'은 23.3%였다. 그런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발생하게 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나서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여부를 다시 묻자, '찬성한다'는 23.0%로 감소했고, '반대한다'는 63.6%로 급등했다. '잘 모름'은 13.5%로 줄어들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2022년 5월 11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에게 물은 결과이다. 응답률은 6.7%로 표본 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2022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역, 성별, 연령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으며, 무선전화 RDD 100%,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허위 사실에 기초한 거짓 주장이 '제대로 알린' 차별급지법?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의 질문을 보면 처음부터 문항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설계됐다고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첫 질문에서부터 "동성애, 성전환, 전과, 학력 등의 차별금지 사유가 포함된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과'에 대한 언급도 함께 들어간 의도는 이어지는 질문들에서 명확해진다. 해당 단체는 보도자료에서 "차별금지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들이라며 그 다음 질문으로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남성의 생식기를 유지한 채 여자화장실과 목욕탕을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는 것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제시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생물학적 성별이 남성이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성전용공간에 드나들 수 있다는 주장은 개신교계의 오래된 악성 루머 중 하나이다.

이어지는 문항들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가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여자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묻는가 하면, "전과 차별금지 규정에 의해 성범죄 전과자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취업할 수 있게 된다면 동의하겠느냐?"도 포함됐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스포츠계에서의 성전환 문제와 관련이 없을뿐더러, 차별금지 규정에 의해 성범죄 전과자가 아동 교육 및 보육 시설에 취업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

이렇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허위 주장들을 사실인 것 마냥 전제하고 찬반을 연이어 물은 후, 재차 "앞에서 드린 질문들의 내용을 허용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은 것이다. 결과가 반대 쪽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도록 오염된 여론조사인 셈이다.

홈페이지는 접속 불가,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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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만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따른다. ㈜오피니언코리아의 누리집 주소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포털 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면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가 나온다. 해당 업체의 이름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한국조사협회 회원사 혹은 준회원사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업체가 언론사 뉴스에서 검색되는 건 2023년 5월, '생활동반자법 제정' 관련 여론조사가 마지막이다. 이 역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이라는 보수 개신교계 시민단체가 의뢰한 여론조사이다. 그 직전 여론조사가 위에 인용된 2022년 5월 차별금지법 관련 여론조사였으며, 2021년에는 '지상파 방송의 동성 간 키스 장면 삭제', '동성결혼의 법적 인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등에 대해 조사를 시행했다.

이같은 이력을 보면, 이 업체는 보수 개신교계가 원하는 의제에 관해 '맞춤형'으로 여론조사를 담당해 온 것으로 의심된다. <오마이뉴스>가 법인 등기를 열람한 결과, 해당 업체인 '오피니언코리아 주식회사'는 2019년에 경기도 부천에서 등록되었으나, 이후 2021년 경기도 안산으로 본점을 이전했다. 그러나 이후 회사에 대한 실체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이미 해당 기관은 인천퀴어반대 대책본부가 의뢰한 '인천퀴어문화축제 반대'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정작 이 기관의 당시 전화번호는 해당 대책 본부와 같은 번호였던 사실이 2019년에 온라인상에서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오피니언코리아 대표 역시 해당 대책본부의 대표와 동일 인물이었다. 현재 등기상으로는 다른 인물이 사내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때문에 해당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통상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해당 여론조사의 응답 결과를 세대와 지역 등 계층별로 자세하게 구분해 각 기관 홈페이지에 등록한다. 일종의 원본(Raw) 데이터에 가까운 통계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해당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교차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세부 데이터는 온라인상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진평연 누리집에도 해당 여론조사 보도자료는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안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언급한 여론조사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이 어렵다"라면서 "다만, 본인의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의 각주를 보면,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언급되어 있다"라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차별금지법#안창호#국가인권위원회#평등법#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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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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