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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방자치단체 출연 기관 형태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서울 시민의 돌봄 권리를 보장하고 돌봄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렵게 설립된 서사원이 불과 5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는 중이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조례가 폐지된 이후 서울시장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끝내 응하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복지부도 지방자치법 제192조에 규정된 재의요구 지시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서사원 폐지에 동조했다. 이후 5월 22일 서사원은 이사회를 열어 서사원의 해산을 의결했고, 10월 31일까지 청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중단없이 서울 시민의 돌봄을 책임져온 서사원이 해산되면서 노동자 350여 명은 집단해고를, 서사원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서울 시민들은 더 이상 양질의 공공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서사원을 지키기 위해 애쓴 이가 있다. 바로 '공공돌봄 서사원을 살려내라'며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 사무국장이다. 서사원의 근무복을 그 누구보다 좋아했다는 그녀는 '우리가 공공돌봄이다'라고 적힌 몸자보를 매일 두르고 서울시청 앞에 선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사무국장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사무국장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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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까지 서사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근무하다 8월 1일 자로 해고된 김정남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 소개 때도 말씀해 주셨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시작하셨어요? 서사원에서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일하게 되었나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게 된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2015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마침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보조 업무 공고가 났더라고요. 저희 아버지가 혼자 시골에 계시는데 아버지 생각도 나고, 나도 이제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원했죠. 그래서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단순히 사회복지사 업무 보조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이 막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거기가 지금은 피노키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데 그때 당시에는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안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3개월 정도 일했어요. 급여가 너무 적기도 하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갔는데, 2018년에 직장이 경기도로 이전을 하면서 어쩔수 없이 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 무슨 일을 할까 하다가 다시 활동지원사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잠시 일했던 2015년은 시범 사업을 할 때라 그랬는지 시급이 정말 낮았거든요. 그리고 활동 시간도 8시간이 아니라 6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년 후에 다시 돌아가니 그사이에 시급도 많이 오르고, 8시간 일도 할 수 있어서 다시 활동지원사로 일을 시작한 거죠.

그 이후 일을 하다가 중간에 쉬고, 또다시 일하기 를 반복하다가 2019년 7월 8일 서사원에 입사했어요. 현장직 첫 번째 기수로 들어간 거죠. 서사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도 특별히 없었어요. 제가 중간에 활동지원사 일을 그만뒀던 이유가 엘보가 나가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취직을 해보려고 애썼죠. 그래서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녹색 지킴이로 8개월 정도 일을 하기도 했어요. 그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서울시에서 하는 일자리플러스를 검색하다 보니 서사원에서 채용을 하고 있었어요. 서사원이 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원했어요. 당시 4시간, 8시간 두 종류로 정규직 채용을 했는데 제가 건강이 많이 안 좋다 보니 4시간만 일하는 것으로 지원해서 입사하게 되었죠.

- 그래서 서사원에서 일하니 어떠셨어요?

저는 서사원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민간기관에 있을 때는 동료를 만나기 어려웠거든요. 활동지원사들이 서로 마주칠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협업을 할 일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한 이용자를 2명의 활동지원사가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서로 마주치진 않아요.

그런데 서사원의 경우는 한 명의 이용자가 한 명의 활동지원사를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저희에게 병가도 있고, 연차도 있다 보니 휴가를 가게 되면 누군가 대신 그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용자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관리자들은 "이 이용자는 이러이러한 욕구가 있으니 이런 서비스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조심하시고…" 등의 정보를 공유해요. 그래서 일하기 훨씬 수월했어요. 또 잘못된 부분을 고칠 수 있기도 했고요.

제가 민간에 있을 때 면접을 보러 가면 "선생님, 저 들어보실 수 있겠어요?"란 소리를 진짜 많이 들었거든요. 왜냐하면 지체장애인의 경우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 안아서 움직여준다든지, 체위를 변경해 드린다든지 이런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이런 자신이 없으면 일자리를 못 얻는 것이고요. 서사원 이용자들을 들지 않는다는 건 아닌데 민간에서는 내가 열심히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자에게 증명해야 했어요. 또 기관에서 소개는 해주지만 내가 만약 이용자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선생님 오시지 마세요"라고 해버리세요. 그럼, 그 날로 제 월급도 끊기게 되죠.

그런데 서사원의 경우에는 내가 이용자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선생님의 경우 이 이용자와 잘 맞을 것 같아요"라고 매칭을 해주세요. 또 이용자와 안 맞을 경우가 있더라도 이를 개선할 여지가 있어요. 기관에서 "선생님, 이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방법보다는 이렇게 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피드백을 주시니까요.

제가 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려요. 그렇게 때문에 서사원에서는 당장 서비스가 끊기는 게 아니고 또 한번 조율을 할 기회가 생기는 거죠. 또 이용자 집 앞까지 갔는데 갑자기 이용자가 사정이 생겨서 "선생님, 오늘 서비스 못 받아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라고 하면 민간에서는 그날 하루 수입이 없는 것이 되지만 서사원에서는 "이용자님, 그럼 기관에 전화 한번 해주시겠어요?"라고 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다른 이용자 집에 가거나 아니면 기관으로 복귀하거나 할 수 있어요.

또 민간에서 일할 때는 노동자들끼리 서로 뭉칠 수 있는 그런 계기 자체가 없었어요. 그때 당시 심지어 어떤 분은 "누구 이용자 엉덩이에 점이 있고 없고 이런 이야기까지 한다"며 활동지원사들끼리 뭉치게 하면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분도 있었어요. 물론 이용자 개인 정보이고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서사원에서는 같은 이용자를 놓고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민간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 사무국장으로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노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저는 민간에서 일할 때도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었어요. 2년 쉬는 기간에도 노조비를 꾸준히 냈지만, 노조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죠. 이용자와 기관의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왜 주휴수당 제대로 안 줘요?', '이거 제대로 안 줘요?'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기관이 저에게 이용자 소개를 안 해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활동을 지켜보기만 하고 직접 활동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서사원에 입사했는데 공공운수노조에서 요양보호사들은 조직은 했는데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조직을 안 하셨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보고 활동지원사 몫으로 뭔가 조금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때 노조에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만 계셨거든요. 이후 2019년 10월 서사원지부 창립총회를 할 때 사무국장 제의를 받았어요. 회계만 잘 처리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노조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지부장, 부지부장이 모두 요양보호사 출신이라 저에게 제안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후 노조 일을 하게 되었는데 사측에 공문 보내는 일부터 교섭위원 꾸리는 것까지 공공운수노조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죠.

- 그럼,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에는 몇 명이 있으신건가요?

공공운수노조 서사원 지부의 마지막 조합원 숫자는 197명이에요. 조합비는 7월 말까지만 냈고, 8월부터는 공공운수노조에 조합비 납부 유예를 신청했어요.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명예조합원 제도를 두려고 한다고 공지한 상태예요. 특별한 절차는 없고 그냥 단톡방에서 소식 듣고, 활동이 필요할 때는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조합원들이 단톡방에서 속속 나가는 게 보여요. 그래서 최근에 확인한 조합원은 120명 정도인 것 같아요.

 2024.5.14.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지키는 노동자·시민 공공돌봄 촛불문화제
 2024.5.14.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지키는 노동자·시민 공공돌봄 촛불문화제
ⓒ 서사원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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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시작으로 2023년 예산삭감(201억 원→69억 원)과 종합재가센터 축소(12개소→5개소), 어린이집(6개소) 위탁 해지 등이 추진되다가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면서 서사원은 결국 청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현재 서사원 상황은 어떤가요?

7월 31일 자로 현장 직접 서비스는 종결되었어요. 노동자들은 6월 30일 자, 7월 31일 자로 두 번에 걸쳐 희망퇴직을 했고요. 저처럼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해고되었는데 사측에서는 6명이라고 하더라고요. 서울시의회가 4월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사원 조례를 폐지하고 나서, 지난 5월 22일 서사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법인 해산을 의결해 버렸어요.

서사원 조례 폐지는 시행이 2024년 11월 1일인데 이사회가 해산을 결정해 버려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는지 확인해달라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판사님한테 저희가 7월 31일이면 해고가 되니 7월 31일 전에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결론이 안 났어요. 사측 변호사는 모든 사람이 다 희망퇴직을 신청해서 나가버렸는데 고작 6명을 위해 가처분 신청해 봐야 도움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이미 청산 절차가 너무 많이 진행돼 버려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요.

지금 사측은 청산인 13명을 지정해 청산 절차를 밟고 있어요. 사측이 말한 최종 청산은 10월 31일까지인데 상황 봐서 늦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해요.

-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보니 이용자들의 서비스 연계는 끝났다고 하던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서사원이 해산될 당시 청산인은 윤재삼이었고, 현재 그분은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갔어요. 그때 당시 면담을 하면서 제가 물어봤거든요. 노동자들도 노동자들이지만 이용자들을 어떻게 할 거냐고요. 그랬더니 민간에 잘 연계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장애인 활동지원 쪽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장기요양은 사실 이미 민간에서 굉장히 많이 들어와 버렸잖아요. 서사원이 계속 욕을 얻어먹었던 게 민간이 하는 걸 한다는 이유였고요. 그래서 서사원 내에서도 장기요양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기도 했는데, 아무튼 해산 이후 장기요양 해당 팀장이 본인이 차린 기관으로 어르신들을 데리고 가거나 하면서 정리를 했어요.

또 서울시에서 서사원이 아니면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대상자들의 경우 빨리 연계하라고 복지관에 밀어 넣다시피 처리했어요. 처리라는 표현이 그렇긴 하지만 말이죠. 최근 신문에서도 보도된 것처럼 장애인 활동지원은 연계가 쉽지 않아 저도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실제로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한 분들이 몇분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분들을 찾아 언론에 제보하고 한 거예요.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그런 일을 내보내면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이 많으셨고요. 몇번 언론에 나오고 나니 서울시도 문제가 될 것 같아서인지 구청에 지침을 내리면서 급하게 연계를 한 것 같고요. 그 가운데는 벌써 튕겨 나오신 분들도 계세요. 지적 장애가 있거나 중증 장애가 있는 분들의 경우 민간에서는 돈이 얼마 안 되거나 시간이 짧으니 안 받으려고 하거든요. 아무튼 서울시는 억지로 민간에 넣고 맞추는 그런 작업을 한 거예요. 특히 올해 기관평가가 있는 해여서 서사원의 서비스 이용자를 데리고 가면 점수를 더 주겠다는 거래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라도 서비스 연계가 되면 다행인데 참 안타깝죠. 나중이라도 이 부분은 모니터링이 되면 좋겠어요.

- 집회에서 어떤 돌봄 노동자분께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면서 그때 당시 정말 너무 무서웠다고, 그렇지만 서사원 노동자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서사원이 제공한 돌봄이 어떤 것이었는지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서사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많이 알려진 것은 요양보호나 장애인활동지원, 보육인데요. 서사원 안에는 간호사도 있어요. 데이케어센터가 있기 때문에 간호사도 있고, 종합재활센터 안에도 간호사, 직업치료사, 물리치료사가 있어요. 서사원은 이분들을 다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 때 격리 시설에 들어가서 긴급돌봄도 했어요. 저는 사실 서사원에 입사할 때 활동지원 업무라고만 알고 입사를 했지, 공공돌봄이 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갑자기 터졌는데 공공돌봄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 교섭이 잘 풀리지 않았던 시기였기도 해서 저희가 먼저 사측에 제안했어요. 우리가 조합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이죠. 그때는 정말 코로나 걸리면 큰일 나는 줄 알던 시기여서 걱정이 크긴 했죠.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때 당시에는 방호복 개념도 없어서 지부장님은 찢어진 방호복을 입기도 했었어요.

초기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노사가 손잡고 해봅시다"라고 먼저 제안해서 코로나 긴급돌봄이 시작되었어요. 오대희 지부장이 직접 들어가서 초반에는 맞교대 형식으로 일하다가 업무 강도가 너무 세서 교대 조를 바꾸기도 하고 그랬어요.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었고, 그러면서 어느 정도 매뉴얼도 갖춰졌어요. 그러다가 코로나 말기쯤이 되니 센터장들이 코로나로 돌봄 인력을 빼버리면 업무 공백이 크다는 이유로 점점 외주화를 시작하면서 저희는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어요.

코로나 당시 긴급돌봄을 하셨던 노동자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방호복이 오염이 될까 싶어 기저귀를 차고 들어간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당시 시의회에서 일을 많이 못 한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코로나 긴급돌봄을 하면 서사원에 도움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서울시에서 '서사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물론 힘들어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감염되신 분들도 계시기도 했고요. 어떤 분은 마지막 나오는 날 확진이 되어서 집으로 가지 못하고 격리시설로 가신 분도 계셨어요. 아들이랑 둘이 사는 엄마였는데 그래서 이전 지부장님이 집에 쫓아다니고 고생하셨어요.

조합원들에게 '저희가 밖에서 충분히 지원해 드릴게요', '마음 편히 가서 일하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세요' 라고 했는데 정말 민원이 막 쏟아지는거죠. '편의점 도시락으로 삼시세끼를 먹으려니 죽을 거 같다', '어르신 치매가 너무 심하셔서 아무리 얘기해도 안 주무신다', '방호복은 떨어졌는데 본부는 왜 연락이 안 되냐?' 등등 이번에 노조 사무실을 정리하다 보니 그때 메모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는 노사가 협력해서 일을 하던 시절이었네요. 또 노조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해서 한 사업이라 저희도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만 힘들었던 건 아니에요. 사실 서사원이 이제 틀을 만들까 말까 하는 시점에 문을 닫은 것인데요. 서사원 초기에 민간에서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 욕구를 채우지 못했는데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한다니 시민들의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또 기대만큼 안 되는 것에 대해 화를 내시는 분들도 계셨죠. 어디까지 서비스를 해드려야 하나 이런 고민부터 시작해서 서비스 매뉴얼도 만들었지만, 그 매뉴얼을 벗어나서 서비스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분들이 차고 넘칠 만큼 많이 들어오셨어요.

예를 들어 아버지는 장기요양 수급자이고 딸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둘이 맨날 싸우니까 요양보호사 혼자서는 서비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요양보호사 둘이 가서 한 명은 딸을 보고, 한 명은 어르신을 돌보고 했어요. 딸의 경우 민간에서도 활동지원사가 나오긴 했는데 70세가 넘는 할머니다 보니 그냥 시간만 보내고 가는 정도여서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서 생리대 착용하는 방법 등 여러모로 알려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엊그제 워크숍을 하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사원은 공공기관이니 다 해주겠지'란 생각에 민간에서 기피하는 업무가 많이 넘어왔어요.

- 서사원은 이용자에게도 소속 노동자에게도 기존 민간서비스와 다른 의미였을 것 같아요. 사무국장님이 만나본 혹은 들어본 이용자들이 느낀 서사원의 돌봄은 어땠을까요?

저는 서사원의 서비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민간은 활동지원사가 바뀌면 서비스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제가 민간에서 일할 때 한 이용자분의 경우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한동안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못한 분도 계셨어요.

서사원의 경우는 적어도 활동지원사가 그만둔다고 해도 서비스가 끊기지 않아요. 서사원과 계약을 맺게 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서비스가 제공돼요. 제가 담당한 이용자의 경우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였는데 그 엄마가 활동지원사를 오랫동안 구하지 못했더라고요. 엄마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는 ADHD라 가만히 있질 못했어요.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막 꼬집어요. 제 체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둘이 짝을 지어서 갔었어요. 가면서 어떻게 서비스할 건지에 대해 고민을 나누었어요. 그러다 보니 업무 분배가 되고, 소진이 덜 되더라고요.

발달 장애인들을 돌보셨던 사회복지사 출신 파트장님이 저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시고 저에게 피드백을 주신 적도 있어요. 민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의족을 쓰시는 장애인의 경우 이분을 안고 이동해야 하는데 사실 다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다치지 않을 수 있는지 작업치료사 선생님께 와서 좀 봐달라고 요청하면 직접 오셔서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안내해 주시기도 하셨어요. 그리고 민간과 비교해 서사원의 노동자들은 젊어요. 편견일 수 있지만 저희는 정년이 60세예요. 민간은 70세 가까이 되시는 분들이 많지만, 서사원 노동자들은 젊다 보니 정보 찾는 것도 밝아서 지역에 연계된 자원들도 훨씬 빨리 찾으세요. 또 서사원에서는 많이 트레이닝도 시켜요. 그래서 부족한 점이 뭔지를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노동자에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거나 화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서사원에서 일하니 '이건 되고, 이건 안됩니다' 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말할 수 있어서 존중받는 느낌도 있어요.

- 서사원 돌봄 노동자의 한 명으로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한 셈인데요. 여러 감정이 드실 것 같아요. 사무국장님께 서사원은 어떤 조직이었고, 어떤 의미였을까요?

서사원은 저한테는 '미래'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활동지원 일을 정말 사랑했거든요. 사실 저희 시부모님들도 그렇고 주변 분들이 다 이 일을 하는 것을 말렸어요. 다들 그냥 회사에 다니지, 다른 일을 하지 그러냐, 많이들 얘기했는데 저는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적성에도 맞았고요. 활동지원사는 지적장애, 발달장애 아이들 빼고는 이용자 욕구에 의해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저는 맞춰주는 역할을 잘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일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알바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할 일 없을 때 하지 뭐' 정도로 생각하고 교육을 받아요. 전문성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마음 착한 사람들이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서사원에 입사를 했는데, 와서 보니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전문서비스직이구나', '이게 직업으로 인정을 받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민간에 있을 때 어디를 가면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언니예요? 엄마예요? 아니면 자원봉사자예요?" 저는 내 이름으로 된 명찰 차고 근무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서사원이 그 바람을 이루게 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근무복을 입고 일했어요. 근무복은 '이게 저의 일입니다'라는 표시이기도 했고… 직업으로, 직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준 곳이 서사원이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넥타이 매고 있는 많이 배우신 분들 눈에는 절대로 그렇게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힘들기도 했어요.

- 조례 폐지 과정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강성 노조 탓, 방만 경영이라는 프레임을 많이 씌운 것 같아요. 서울시는 특히 '23년 전국 사회서비스원 대상 경영평가 및 업무성과평가 결과 서사원이 C등급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이 밖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았다, 주말·야간 돌봄을 하지 않았다, 소위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등 비판을 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서사원의 실패는 경영진의 실패인 것 같아요. 사실 경영평가가 안 좋았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 영역이 아니잖아요. 우리 현장 노동자들이 일을 안 한다고 했지만, 대한민국 어떤 노동자들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시간에 농땡이를 치겠어요. 저는 그런 배짱을 가진 노동자가 대한민국에는 없다고 보거든요. '오늘은 A 이용자에게 가세요'라고 근무 명령이 내려지면 A 이용자에게 무조건 가야 해요. 그 A 이용자가 끔찍하게 싫어도 가요. 저는 초반에 저녁 6시부터 밤 9시 반까지 일한 적이 있어요. 3시간 반을 일하는데 그 이용자가 너무너무 악성이라 가기 싫은 거예요. 그래도 '이것이 내 월급 값이다'라고 생각해서 했었어요. 너무 끔찍하고 싫어서 그 이용자 집을 몇 바퀴를 돌다가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그만큼 저희 시스템을 잘 들여다보면 '일을 왜 안 해'라고 말할 수 없어요.

2023년 3월, 발달장애인 시범 사업을 하면 어떠냐고 사측이 제안했어요. 고민이 많이 되었죠. 발달장애인은 되게 낯선 영역이거든요. 활동지원사라도 어려워해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서사원의 활동지원사가 58명밖에 안돼요. 마지막에는 48명 정도밖에 안되긴 했지만요. 다 힘들어서 퇴사하고 몇 명 안 되는 활동지원사들이 발달장애인 단기보호를 해보겠다고 했었어요. 그러려면 24시간 돌아가야 해서 기존에 있던 이용자들은 다 버리고 거기에 몰방해야 하는 거예요. 또 조합원들의 근로 계약이 9시부터 6시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것부터 조정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조합원들에게 지금 회사가 어려워서 자꾸 서울시에서 뭐라고 하니 이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설득했어요. 다행히 조합원들도 다 하겠다고 하셨고요. 그래서 '발달장애인 시범 사업이야말로 서사원이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존 이용자 서비스 공백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활동지원사들 교육을 시켜달라'고 공문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기존에 있던 이용자 서비스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람을 뽑을 수도 없다고 하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어요. 노조 입장에서는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공문도 보냈는데 그렇게 엎어지고 나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어요.

그리고 경영평가도 황정일 대표가 들어오면서 낮아졌지, 그전에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성과급도 받았는걸요. 마지막에는 청년돌봄 시범 사업하자고 했는데 사실 새로운 사업을 하면 교육을 시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냥 갖다 넣었어요. 얼마나 폭력적인지 몰라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시키니까 다 하셨어요. 근무를 거부하게 되면 그 사유를 본부에 올리고, 본부에서 그걸 보고 감사실에서 지적해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단 말이죠. 노조에서 선생님들께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도 큰일 안 난다고 말씀을 드려도 그 자체를 엄청나게 수치스러워하세요. 사측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계속 요구했어요.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는 다 근로계약을 쓰잖아요. 그리고 근로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근무를 하잖아요. 그런데 8시간 근로 계약이 되어있는 노동자에게 6시간으로 줄이라고 하면 당연히 노동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렵죠. 사측이 설득했어야죠. 그때 저희도 요양보호사한테만 말하지 말고 전 직원들이 20%라도 삭감하겠다고 하면 하겠다고 했어요. 교섭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사측은 시간만 때우고 나가고 그랬어요. 나중에는 6시간을 받아들이겠다, 대신 6시간 서비스할 만큼 일을 달라고 했어요.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지 않냐, 6시간 서비스할 만큼의 업무량을 달라고 했는데 6시간만큼 일을 가져다줄 자신이 없었나 봐요. 그걸 문서에다 못남기겠다고 하더라고요.

또 12개 기관을 5개로 축소하는 것은 하지 말았어야 해요. 예를 들어 내가 중랑센터면 중랑구로 일을 하러 다닌단 말이에요. 그런데 중랑센터가 없어지고 동북센터로 변경되면서 출퇴근 거리가 훨씬 멀어져 버린 거예요. 또 돌봄SOS도 마찬가지예요. 돌봄SOS의 경우 서울시 사업이긴 하지만 구에서 비용을 지급하는데요. 심지어 도봉구에서 강동구까지 출근하는 분도 계셨어요. 저희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이동시간이 길어지니 많이들 힘들어하셨어요. 선생님들이 2년 내내 끌려가다시피 하다 보니 자신감들도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갈수록 적극 개입 사례라고 힘든 이용자들, 복합적인 사례가 많아지면서 업무 강도가 점점 세졌어요. 그래서 서사원 폐지 반대 촛불문화제를 하더라도 마음처럼 오시질 못하더라고요. 일 끝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겠다고 하시면서요.

 2024.5.22.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 관련 이사회 긴급대응 기자회견
 2024.5.22.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 관련 이사회 긴급대응 기자회견
ⓒ 서사원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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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서사원 종사자의 처우는 민간에 비해 많이 개선된 상황이었나요? 한편으로는 서사원에서 담당하는 돌봄이 민간이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즉 힘든 사례들이 많아 그에 비하면 처우가 마냥 좋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하신 경우도 계셨어요.

저희도 서사원 종사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봤어요. 절반 정도 나오더라고요. 예를 들어 "서사원 월급은 업무강도에 비해 적절했다고 보느냐"라고 질문했더니 절반 정도는 적절하다, 절반 정도는 부족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업무 매뉴얼이 있어서 매뉴얼대로만 하면 아무리 힘든 이용자 집에 가도 이거는 되고, 이거는 안 되고 선을 그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또 어떤 분들은 업무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해달라는 것을 다 들어주다 보니 힘들어지셨던 거죠.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조정해주는 역할을 중간 관리자가 하면 되는데 어떤 분들은 "선생님, 일하기 싫으세요? 그럼, 집에서 그냥 쉬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선생님들은 "나 하나 참으면 되지, 왜 내가 굳이 나서서…" 이렇게 되는 거죠. 어떤 분은 생밤을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까신 거예요. 저희는 공공기관이라 민원에 매우 취약해요.

조금만 잘못하면 기관에다 전화해서 따지거나 서울시에 전화한다고 하죠. 그렇게 되면 저희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서사원이 생기더라도 그 일을 하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시긴 하세요. 사람들이 공공돌봄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데 공공기관에서 한다고 해서 공공돌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와 이용자가 같이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공공돌봄이라고 기관을 만들어놓고 월급제 했으니 다 해주라고 해서는 끝날 문제가 아니에요. 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환경도 만들어줘야 해요.

저도 어떤 이용자분이 있으셨는데 화장실 타일을 칫솔로 다 닦으라고 했어요. 저는 청소하는 사람이 아니고 전문 활동지원사다, 곰팡이 없애고 싶으면 저보다 훨씬 더 잘하는 가사서비스 하시는 분께 의뢰하라고 했죠. 저 같은 경우에는 활동지원사 업무매뉴얼도 숙지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는 분들은 내내 울고 다니셨어요. 사람을 왜 이렇게 취급하냐고 하시면서요.

- 서사원의 서비스양이 너무 작은 규모여서 사회서비스원이 추구하고자 했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네, 맞아요. 25개 구에 다 설치되었으면 훨씬 더 나았을 것 같아요. 12개도 사실 이렇게 쉽게 없앨 거로 생각하지 못했죠. 서울시는 애초부터 종합재가센터를 코로나 전에 있던 5개 정도로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정도만 가지고 일단 해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주진우 대표가 욕 얻어먹으면서도 12개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왜냐하면 많이 만들어놓으면 쉽게 없앨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봐요. 이렇게 쉽게 없애잖아요. 더군다나 활동지원의 경우 진짜 2개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축소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어린이집도 사실은 적어도 12개 정도는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보세요. 민간 원장님들이 위탁받아서 다 가져갔잖아요.

- 서울시가 서사원을 해산하면서 공공돌봄강화위원회를 구성했고, 8월 중에 공공돌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상황인데요. 사무국장님이 생각하시는 공공돌봄은 무엇일까요? 서울시가 어떤 대책을 내놓길 바라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이용자와 노동자가 같이 갈 수 있는 게 공공돌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리 잘해도 돌봄이 구멍이 날 수 있잖아요. 그것을 잘 찾아내서 하는 게 공공돌봄이고요. 그런데 그것을 잘 수행하려면 그만큼 사회가 역량을 갖춰야 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걸 경험했으니까요. 제가 아는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경우 당뇨병 때문에 시각을 잃은 경우인데 제가 가서 2시간 정도 지나면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혈당 체크를 해주고 가세요. 오늘 뭘 먹었는지, 운동은 이렇게 해라, 혈당이 오늘은 어떻다고까지 다 알려주시고 가시죠. 그렇게 시스템이 갖춰서 돌아가야 잘 된다고 생각해요. 요양보호사나 장애인 활동지원사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다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세훈 시장은 돌봄을 민간에 맡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식 자체가 시혜적이죠. 서울시장은 서울 시민 누구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자리예요. 서울시장이니까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마음으로 돌봄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울시가 공공돌봄을 위해서 사원 같은 조직을 다시 만들길 바라긴 하지만 저는 들어가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 오늘도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저는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1인 시위를 계속할 거예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잘하려고 했는데 서울시에서 다 부정해 버렸어요. 더군다나 서사원이 없어지는 이유를 다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다시피 한 거잖아요. 그래서 서울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해고된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날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기사가 나오던데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요. 활동지원사로, 정규직으로 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 서사원이에요.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자랑스러워했는데 저를 해고한단 말입니까. 기관을 처음 만들 때 얼마나 힘든지 생각해 보세요. 아무것도 없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면서 일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해결해 보고, 산재 결정도 받았어요. 그런데 한순간에 부도덕한 노동자로 낙인찍고, 놀고 먹었던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그게 정말 자존심이 상해요. 제가 아는 서사원 선생님들 대부분은 정말 성실하신 분들이에요. 어르신들께 뭐 하나라도 더 가져다드리려고 하고, 심지어 현관문까지 닦는 분도 계셨어요. 막말로 얘기해서 다들 착하니까 이렇게 뺏겨도 그냥 나가신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분간 서울시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할 거예요.

국회 앞으로도 가서 서비스원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도 할 겁니다. 저는 애들도 다 컸고, 남편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데 오대희 지부장은 걱정이 되어요. 사실 지부장이 꼭 필요했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아서 노조가 엎어지게 생겼었거든요. 그때 오대희 지부장을 설득해서 현장에서 빼서 지부장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늘 미안하죠. 아버지가 활동지원일은 좋긴 하지만 사내 녀석이 할 일은 아니라며 반대하셨는데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일하게 되어 좋아하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서사원이 문을 닫게 되어 걱정이 많아요.

오세훈 시장에게 돌봄은 시혜와 동정인 것 같아요. 돈 많은 사람들은 입주도우미 쓰면 되는 것이고요. 제가 이 일을 해봤으니 알잖아요.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대접받으면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지 그냥 알바처럼 일하다 가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지 않아요. 서비스 질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저도 일을 하다 보니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깜짝 놀랐어요. 서사원은 기관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것이 있는데 민간은 걱정이 되어요. 나중에 나도 민간의 돌봄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동안 돌봄을 싸게, 쉽게 쓰다가 서사원 일자리를 이렇게 만들고 보니 돈을 더 들여야 하는데 그게 하기 싫었던 거죠.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김정남 사무국장(우), 오대희 지부장(좌)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김정남 사무국장(우), 오대희 지부장(좌)
ⓒ 서사원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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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정말 생생한 말씀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민간과 서사원의 큰 차이는 계속해서 말씀드렸지만, 안정적인 서비스예요. 또 하나는 부정수급이 안된다는 거예요. 국가 세금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민간에서는 정말 비일비재한데 서사원에서는 불가능하죠. 민간에서는 이용자와 쿵짝만 맞으면 둘이 같이 해먹이기도 하고, 그래서 방치되는 이용자들도 있어요. 그래서 서사원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필요해요. 복지동향 구독자들에게 서사원 문제에 관심 많이 가져달라고 하고 싶어요. 진짜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서사원이 다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이건 모두를 위해서예요. 그리고 공공돌봄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복지동향> 9월호에도 실립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이 인터뷰 및 정리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공공돌봄#서사원#복지동향#복지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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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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