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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안전법」)이 있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학교안전법」의 주요 보호 대상은 유·초·중·고에 재학하는 학생들이고,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이 두 법이 비록 보호와 규제 대상은 다르지만, 사고와 재해를 예방하자는 뜻에서는 같은 취지의 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학생이지만 미래의 근로자에게는 「학교안전법」을, 과거에 학생이었지만 현재의 근로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가진 이 두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이 두 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와 신분에 따라 학생일 때는 「학교안전법」의 보호 대상이 되고, 취업하면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대상이 된다. 이런 논리라면 이 두 법은 체계도, 내용도, 실효성도 비슷해야 하는데, 그러나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현재 산업재해는 줄고 있는데 반해, 학교안전사고는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학교안전사고는 왜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날까?

학교안전사고 비율과 산업재해 비율 비교

「학교안전법」에서 학교와 학생의 범위는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의거, 주로 유·초·중·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2010∼2019)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음에도 학교안전사고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2020년~2022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비교 대상에서 제외함)

2010년에는 7,822,882명의 학생 수에 77,496건의 학교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사고 비율이 0.99%이었는데, 2019년에는 학생 수가 6,136,793명으로 줄어들었음에도 학교안전사고는 오히려 138,784건으로 크게 증가하여 사고 비율이 2.26%로 대폭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지난 10년(2010∼2019)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산업재해는 학교안전사고와는 다르게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산업재해 발생건수는 지속적으로 저감하고 있다. 2010년 14,198,748명의 근로자 수에 98,645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재해 비율이 0.69%이었는데, 2019년에는 18,725,160명으로 근로자 수가 늘어났음에도 산업재해는 109,242건 발생하여 재해 비율이 0.58%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에는 재해 비율이 0.48%까지 떨어졌다.

참고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는 2010년 1,114명에서 2015년 955명으로 떨어진 뒤 960~970명 수준에서 정체되었으나, 2019년 855명으로 대폭 감소하여 최초로 800명대 진입했고, 사고사망만인율도 0.46‱로 하락하였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사고재해율(0.48)은 독일(2.3), 미국(2.47)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그러나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수)은 우리나라(0.52)가 독일(0.13), 미국(0.36)보다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산업계는 사고사망만인율을 2019년 0.46‱, 2021년 0.43‱인 것을 2026년에는 OECD 38개국 평균인 0.29‱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통 사망자 500명대, 사고사망만인율 0.2퍼밀리어드일 때 안전선진국으로 본다.

<표>에서 보듯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학교안전사고는 평균 1.61%의 사고 비율로 산업재해 비율 평균 0.56%보다 거의 3배 가깝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고 재해율 비교 10년 동안 학교안전사고는 평균 1.61%의 사고 비율로 산업재해 비율 평균 0.56%보다 거의 3배 가깝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고 재해율 비교 10년 동안 학교안전사고는 평균 1.61%의 사고 비율로 산업재해 비율 평균 0.56%보다 거의 3배 가깝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자료(201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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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전사고와 산업재해 집계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눈여겨볼 것은 사고·재해 비율 추이이다. 즉 학교안전사고 비율은 거의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반면 산업재해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산업계는 그동안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다시 말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법률을 토대로 산업안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촘촘하고 세부적인 법령 등 제도적 장치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학교안전사고 예방정책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계는 산업재해 예방 및 저감을 위해 제정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고, 사업주의 책임이 약한 탓에 산업재해 예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주의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2020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또한 2021년에는 개별법으로는 세계 두 번째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벌칙조항을 더욱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하였다. 그에 반해 현행 학교안전 법제는 산업안전 법제 수준의 예방 및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안전 법제 수준으로 개정, 보다 체계적인 예방정책 시행해야

근로자이든 학생이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진다는 비상한 각오로 안전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실효성 있는 안전 법제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고, 국회도 발 벗고 나서 적극적으로 입법 작업을 해야 한다. 어느 국가든 안전 법제 시행에 있어 가장 막중한 책임자는 정부이다.

정부가 어떤 법제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효과와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정부 안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산업안전 법제는 실효성이 높고 체계화되어 있는데, 학생을 보호하는 학교안전 법제는 실효성이 낮고 허술하다면 이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안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특히 교육부는 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산업안전 법제 못지않게 학교안전 법제 내용을 내실 있게 강화하여, 최소한 학교안전사고 비율이 산업재해 비율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안전사고 예방을 강화하여 학생 및 학교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학교안전정책의 목표는 물론 학교안전사고가 하나도 없는, 이른바 '재해율 제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러나 이것은 성장기인 학생들의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정책 목표이기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효과적인 법제 및 정책을 통해 학교안전사고 발생을 최소화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정부가 앞장서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안전에 관한 바람직한 정책 결정은 헌법정신인 인간의 존엄성, 기본적 인권, 안전권을 실현하는 일이고, 특히 학교안전 정책의 경우 장차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의안전·자유·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요컨대, 학교안전 법제를 산업안전 법제 수준으로 개정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정책을 시행하면 분명 학교안전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필자의 논문,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제 연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학교안전#학교안전법#학교안전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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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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