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야 한다면 가장 위대한 것을 베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다."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인상주의 화가 끌로드 모네의 명언이다.
위대한 화가가 그린다고 해도 이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아쿠아리움의 대형 액자 틀로 장식한 수족관을 보며 느낀 건 자연은 살아있는 예술이며 그림이라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딸과 나들이를 했다. 아쿠아리움과 높은 층고로 유명한 도서관이다. 입추에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도 지났지만, 더위는 꺾일 줄 모른다. 심지어 곧 추석임에도 대형 쇼핑몰 안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 여름을 방불케 한다.
오늘도 날씨는 열대야에 30도 가까운 한여름 더위를 보였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가을을 느끼기 어려운 날씨였다. 더위도 식힐 수 있고, 평소 가고 싶었던 도서관이 있는 곳이었기에 딸과 가게 됐다.
대형 쇼핑몰 안은 입소문처럼 웅장하고 거대했으며, 입이 벗어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밖은 높은 습도에 찌는 듯한 날씨였지만, 쇼핑몰 안은 연휴를 맞아 사람들로 북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고 쾌적했다. 덕분에 우리도 쾌적한 휴일을 즐길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은 입구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이기도 친구들 흰동가리와 블루탱 복어류에 속하는 롱혼카우피쉬 등이 눈길을 잡았다. 우리는 전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친근한 우리네 한옥과 수생 생물들을 조화롭게 전시해 놓인 곳에 발길이 멈췄다. 지금과 같은 더위는 볼 수 없었을 시대다.
그동안 우리는 이 도시 위에 거대한 구조물들을 끊임없이 움직여 세우고 쌓아왔다. 인간의 욕심으로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미래를 꿈꾼다. 하늘이 노해 이상기후를 보내는데도 우리는 계속 더 높은 탑을 세우고 그곳에서 생산된 쓰레기조차 탑을 쌓아가고 있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세우고 쌓았다. 탑처럼 쌓인 쓰레기들은 더 이상 태우고 쌓을 수 없자 바다에까지 버려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정말 안녕한 걸까.
매너티는 세계 멸종 위기 동물이다. 이 아쿠아리움에서 작년까지는 볼 수 있었으나 두바이 아부다비 국립 아쿠아리움으로 이동해 현재는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 대신 딸이 좋아하는 남극 신사 펭귄이 반겼다. 풍덩 유영하는 모습과 포토 타임을 아는 듯 펭귄들이 우리를 향해 나란히 서 있었다. 펭귄이 일렬로 서 있는 것만으로 귀여움에 탄성을 자아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아쿠아리움의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향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물 위에 떠서 자고 있던 귀요미 친구 아메리칸 비버와 아프리카 거북이 붉은색인 인상적이었던 식인 물고기인 피라냐, 위협을 느낄 때 구멍 속으로 속 숨어버리는 생김새가 독특했던 스포이드 가든일, 자는 모습이 아기처럼 귀여웠던 프레리독 등이 오늘 하루 우리를 힐링하게 해주었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건강하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친구들이다. 지금처럼 생산해 내고 쌓는다면 이 귀여운 친구들을 매너티처럼 더 이상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요즘 매일 뜨는 1면 뉴스는 날씨 기후다. 우리 생활과도 직결되는 기후라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은 위기를 넘어서 아이들의 미래까지 위협받고 있다. 1960년생들이 경험할 폭염이 3배 정도라면 앞으로 현재의 아이들이 경험할 폭염은 36배의 달았다는 뉴스 보도를 들었다. 생각만 해도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계속 생산해 내고 있다. 지금의 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지구 환경은 얼마나 더 파괴되어야 할까.
아쿠아리움 전시를 보고 도서관 근처 카페에서 차와 빵을 간단히 먹고 빼곡히 들어선 수많은 상점을 뒤로 하고 지하철로 향했다. 저녁이 되어도 찌든 듯한 더위는 가시지 않았고 숨이 막히는 습도로 답답함은 이어졌다. 어쩜 오늘이 우리가 맞이하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 매체에서 들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지금 이 기후 위기는 근심과 걱정으로 다가온다.
부디 딸이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1997년 외환위기가 했던 아나바다 운동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운동 기후위기인 지금에서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당장 실천해야 할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이다. 어려운 경기에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환경도 보호하는 자그마한 실천부터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위대한 자연은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혜택과 도움을 주었다. 이제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지금 지구는 몹시 아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지구, 우리가 치료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