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정희진의 공부>의 진행자 정희진은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단순히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현상 이면을 탐구하고 고찰할 때, 개인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를 비추는, 정희진의 정의에 부합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다. 임신 29주 만에 태어난 이른둥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을 통해 발견한, 엄마라는 존재에게 주어지는 사회적인 압박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엄마를 향한 사회적 압박에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성과경쟁, 무조건적으로 공감하는 부모가 되라는 요구, 아이의 잘못은 엄마 탓이라는 인식 등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압박이 육아를 어렵게 만든다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은 끝없는 불안에 빠지고, 자신 또한 그 안에서 갈팡질팡하는 엄마 중 한 사람임을 말한다.
저자를 비롯한 엄마들은 아기를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과 아이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삶 가운데서 방황한다.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로 기르는데 집중하는 자연주의 교육과 같은 진보적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에 순응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인적 경험을 넘어선 사회 전반에 작용하는 압박을 기록한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는 사회 비평서이기도 하면서 엄마들의 삶에 대한 르포이자, 저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생활 에세이이기도 하다.
교육 시민단체서 일하며 육아법과 교육열 등에 관심을 가져왔던 저자의 문제의식은 서이초 교사 사건에서 시작한다. 사건 당시 사람들은 진상 부모와 오은영을 비롯한 육아 전문가들에게 비난을 쏟았다.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교사의 사망으로 촉발된 교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육아 전문가에 대한 비난이나 진상 부모에 대한 비난으로만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들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이 엄마가 되어 경험해본 결과, 저자는 내면아이와 자존감을 중시하는 치유 중심 문화에 주목한다.
긍정적 자아상, 자아 존중감 같은 심리학적 단어들이 난무하는 세계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의 자존감이 하락하는 것에 예민해진다. 이로 인해 자녀의 상처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고, 그것이 '내 새끼 지상주의'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표출된다. 그 결과 한 명의 교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걷어낸 채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손가락질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엄마에게 주어진 사회적 압박이 어려운 육아, 내 아이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육아의 사회적 맥락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된 의견이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의 사이사이엔 발달 장애 등 여러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조산을 했고, 그로 인해 한동안 아이에게 발달 장애의 위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엄마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압박을 다른 엄마보다 더 예민하게 느낀 사람이다.
저자는 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에겐 육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엄마들을 인터뷰했다.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실제적으로 엄마들이 느끼는 어려운 육아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는 저자가 자기 이야기를 쓴 것임과 동시에,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저자는 자신과 엄마들의 경험을 해석하고 생각하며 사유해, 그것이 사회적 문제임을 발견했다. 사회적 문제라면 곧 우리의 문제다. 개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할 문제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란 말이다. 어려운 육아의 문제는 단순히 육아를 지원하는 제도만 정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을 통해 볼 수 있듯 육아가 어려워지는데는 여러 사회적 맥락이 교차한다. 과도한 성과중심 사회, 경쟁 우월 사회, 치유 중심 문화 , 엄마에게 가중되는 육아에 대한 부담 등이 이러한 맥락에 해당한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만들어낸 성과보다는 아이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들어내는 폐해 속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가치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다 더 진보적인 담론을 만들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자기 이야기'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더 많은 건강한 논의를 통해, 엄마들의 육아가 조금은 쉬워지길, 그 가운데서 자유함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