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한 분 두 분 떠나시고 내 고향 파주 백석리는 점점 빈집이 늘어난다. 꼬리 잘리고 갈비뼈가 드러난 길고양이들만 빈집을 드나든다.
친정집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땐 여남은 마리가 떼를 지어 드나들기도 한다. 보다 못해 언니가 택배로 고양이 사료를 보냈다. 친정 부모님은 심심하시면 길고양이를 화제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신다.
오늘은 생선 가시 이야기다. 고양이가 찾아와 울길래 배가 고픈 줄 알고 밥을 주었단다. 엄마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애절하게 흉내 낸다. 사료를 줘도 먹지 않고 더 가까이 와서 입을 벌리더란다. 벌린 입 이빨에 생선 가시 척수가 걸려서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단다. 엄마가 생선 가시를 꺼내 주자 고맙다는 듯 다리를 빙빙 돌다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다.
제비 다리를 고쳐 준 흥부 이야기는 들었어도 고양이 이빨에 끼인 가시를 빼줬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물론 일본 설화에도 참새 혀가 잘렸는데, 그 혀를 다시 꿰매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모두 전설이나 다름 없다.
소멸되어 가는 시골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나그네처럼 고양이가 찾아오면 끼니를 잇게 해주고 입 안에 가시도 빼주는 이야기는 신기하기만 하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는 우리 엄마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두 다리 짱짱하게 집 안팎으로 오갈 수 있게 해주고, 밤에는 잘 주무시고, 아침에는 가뜬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려면 얼마나 자리에서 매대기를 치는지 '천당에 가는 일보다 더 힘들다'고 하시던 그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한 주먹씩 알약을 드시고 병원 가시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몸은 점점 쇠약해지니, 이제는 하다 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길고양이에게 매달려 본다. 문득 나의 무력함이 가시가 되어 목에 박힌다. 엄마가 빼낸 생선 가시가 아무래도 내 몸에 들어와 박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