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가 나왔는데 입장이 궁금하다."
26일 부산법원 청사 3층 355호 앞. 언론의 질문이 쏟아지자 국민의힘 소속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이 "지금은 말하기가 곤란하다"면서 별다른 답변 없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이후 부산법원청사 3층에서 피고인을 따라 노트북·카메라를 든 취재진이 우르르 뒤쫓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한참을 뛴 결과, 김 구청장은 그제야 "(카메라가) 너무 많이 와서 (그랬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그의 뜀박질은 끝나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 등을 밝히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결국 황급히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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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영상] 당선무효형 받고 뜀박질, '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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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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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계좌로 선거운동용 문자메시지 비용 지출"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법 형사10단독(조서영 부장판사)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법정에 선 김 구청장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 구청장이 회계책임자인 A씨의 요청으로 선거관리위원회 미신고 계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 3338만 원을 지출한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구청장이 회계책임자를 통하지 않고 미신고 계좌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 후보자 자격 심사비 300만 원을 직접 이체한 혐의 또한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선거 비용 외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것"이라며 벌금 30만 원을 추가로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김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A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벌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은 회계책임자만이 할 수 있고 관할 선관위에 신고된 예금 계좌를 통해야 한다. 2년 전 선거 과정에서 김 구청장 등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날 판결의 핵심이다.
김 구청장이 잘못을 반성하는 데다 당에 낸 후보자 심사료의 경우엔 정치자금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실수나 전문성 부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 공직선거에 출마했고, 회계책임자의 지위를 겸한 경험도 있다"라며 위법성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출) 규모가 선거운동 초반부터 다수의 선거운동용 문자메시지 발송에 사용돼 (실제)선거 결과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점도 부각했다. 김 구청장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조 판사는 선거비용 지출을 엄격히 관리·통제하지 않은 A씨에 대해서도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선출직 공직자나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무효가 돼 직위를 상실한다. 그러나 김 구청장이 양형 부당 등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의 문을 두드릴 전망이어서 다시 재판이 예상된다. 김 구청장은 이날 변호인들과 바로 논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