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향숙이 대사 중
9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홍성에서는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음악극이 열렸다.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은 29일 오후 광천문예회관에서 음악극 '지구별 소풍'을 열고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홍성에서 활동하는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은 지난 2002년 창단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정기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단체다.
대표작품으로는 음악극 '네발·두발·세발'이 있다. 이날 '꾼'은 자신들의 대표작인 '네발·두발·세발'의 다음 이야기인 '지구별 소풍'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 음악극은 찬란했던 젊음과 다사다난한 중년을 보내고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한 향숙이의 이야기다.
향숙이의 다음 이야기인 음악극 '지구별 소풍'은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진 향숙이의 사후 이야기로, 죽은 향숙이의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3일을 웃음과 해학, 감동과 교훈을 다룬 내용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향숙이는 저승길로 안내해 주는 저승사자와 동행한다. 저승사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이승에서 삶들을 되새겨보며, 아름답고 슬픈 이승에서의 자기 인생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음악극에서 향숙이는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행복했지만 고난에 찬 삶을 살아간 여인은 어느 날 지구별에서의 소풍을 마친다.
이날 음악극 공연에는 진도아리랑, 아리랑, 상여서리, 경상도아리랑, 사랑가, 한오백년, 어디까지왔니 등을 노래했다.
그러면서, 이승을 떠나는 향숙이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중간중간 흐르는 음악과 노래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는가 하면 고단한 지난날을 생각하는 대목에서는 아픔을 함께했다.
또한, 해금, 장구, 북, 피리, 태평소와 피아노, 기타 등 전문 악사의 수준 높은 연주는 관객들이 흥과 신명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결성농요보존회 회원들은 이날 음악극에서 상여소리를 전해주면서 젊은 예술인들과 상생하는 공연이 됐다.
이들의 대표작 음악극 '네발·두발·세발'의 제목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렸을 때는 네다리로 기어다니다가, 자라서는 두 발로 걸으면서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늙어서는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세 다리로 걷기 때문이다.
음악극 '네발·두발·세발'의 다음 이야기 '지구별 소풍'을 연출한 조영석 감독은 "어쩌면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이 한낱 하루치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사람들은 백 년도 안 되는 삶 속에서 천년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네 인생 이야기를 우리 민족 특유의 사상과 생활·정서를 (음악극에) 담아내고자 고민했다"며 "지구별에 살아가는 아름다운 당신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도 지정 전문예술단체인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은 올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2024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기도 한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