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호남 주도권 잡기' 경쟁으로 판이 커진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부터 과열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방문 유세와 조국 대표의 '월세살이' 올인 선거전략으로 뜨거워진 선거는 최근 선관위 후보자 등록을 계기로 후보자 자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의 경우 사기 등 2건의 범죄 전력과 배우자 세금 체납 이력이 드러났고, 혁신당 장현 후보의 경우 보유 아파트가 딱 한 채인데, 영광도 광주도 아닌 서울 강남에 있다는 점이 알려져 '철새'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측은 30일 장현 후보를 향한 '21억 원 상당 강남 아파트' 보유 논란에 대해 참고 자료를 내고 "수도권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배우자가 실거주 중이고, 20년 이상 소유권 변동이 없다"며 투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장현 후보 측은 영광 거주지 관련 "(선관위 등록 후보자 재산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았을 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영광읍 옥당로에 위치한 주택에 입주해 있다"며 "선거 종료 즉시 영광에 본인 소유 집을 마련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해명을 이어가던 장현 후보 측은 돌연 언론을 향해 "철저한 검증(범죄 경력, 세금 체납 등)을 통해 후보자 자질과 정책 중심의 선거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전과 및 세금 체납 검증 대상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관련 이력을 보유한 이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다. 언론에 강남 부동산 보유 관련 해명을 하면서 상대 후보 공격 포인트를 짚은 셈이다.
장세일 후보는 사기와 폭력 전과가 있다.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으로 벌금 900만 원을 선고받은 판결이 2014년 4월 확정됐다. 앞서 1989년 12월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6월의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받았다.
사기 전과와 관련해 장세일 후보 측은 "공직 임용 전의 일로서 자부담금 집행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 국고보조금은 정상 집행됐다"며 "당시 잘못을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우자의 소득세 56만 원 체납 이력에는 "착오로 일시 체납됐으며, 현재 완납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혁신당 장현 후보의 '강남 아파트 보유' 사실을 부각했다.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선거 국면에서 영광 지역 일부에 퍼져 있는 장현 후보 '철새 논란'을 재점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 등 타 지역에 줄곧 거점을 두고 생활하다 수년에 한 번씩 선거 시기에 영광을 찾는 장현 후보의 행태를 꼬집는 비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장현 후보는 이번에도 선거에 지면 서울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지역에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주철현(여수 갑) 전남도당위원장도 장현 후보를 겨냥해 "서울 강남에 살던 분이 오로지 군수 선거 출마를 위해서 영광으로 전입한 것"이라고 했다.
민심 파고드는 진보당...'풀뽑기·농사일 돕기' 나선 당원들
민주당과 혁신당이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진보당은 조용히 바닥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대선주자급 대중정치인 부재 속, 당원들의 노력이 열성적이라는 평가가 상대 후보 측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서울과 강원은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온 당원들은 영광군 곳곳을 돌며 쓰레기 줍기와 농사일 돕기, 풀 뽑기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당 전남도당 서정란 정책국장은 "당원들이 영광으로 자비를 들여, 자발적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당원들 모두 이석하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영광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진보당은 10·16 재보선 기초단체장 선거구 4곳(부산 금정·인천 강화·전남 영광·곡성) 중 영광에만 후보자를 내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재연 상임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최근 '영광살이'에 돌입, 이석하 후보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추석 전 여론조사에서) 이석하 후보의 출발선(지지도)이 20%다.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앞장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만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그랬다"며 "앞으로 진보당만이 유일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영광군수 재선거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전임 강종만 군수가 중도 낙마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인구 5만 1000여 명의 영광에선 지금까지 모두 9번의 군수 선거가 치러졌는데 이 중 6번은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됐고, 나머지 3번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10월 3일부터 시작되며 11∼12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