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 수천 명의 조선인과 일본인이 강제 동원된 일본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지역. 이곳에서 강제노동으로 희생된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1995년에 '사사노보효 전시관'이 설립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사노보효 전시관은 2020년 폭설로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지난 9월 28일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재건된 사사노보효 전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재개관은 강제동원의 아픔을 잊지 않고,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열린 전시관... 평화와 협력 위한 발걸음
1995년에 개관한 사사노보효 전시관은 슈마리나이 댐 건설 현장에서 조선인과 일본인 노동자들이 겪었던 참혹한 강제노동의 역사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은 원래 '광현사(光顯寺)'라는 절로,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사망했을 때 그들의 유골과 위패를 보관했던 장소였다. 공식적으로 신원이 확인된 조선인 희생자는 48명이지만, 실제 희생자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인 노동자도 168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전시관은 그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한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2020년 1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붕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일본 시민들의 노력으로 '사사노보효 전시관 재생 실행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약 7천만 엔(약 6억 500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한국의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탰고, 그 결과 4년 8개월 만에 박물관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번 재개관된 전시관은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제노동의 비극적 역사를 더 깊이 있게 다룬 다양한 자료와 영상 등을 추가해 방문객들에게 더욱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시물은 한글, 일본어, 영어로 설명되어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재개관 기념식에서 일본 시민들의 기부 운동을 이끈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일승사 주지는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며, 국경을 넘어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평화디딤돌 대표 정유성 교수는 "강제노동의 아픔을 기억하는 이곳이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가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개관은 단순한 전시관의 복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강제노동의 역사적 아픔을 마주하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발걸음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