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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순 지사의 묘소가 있는 서울 호국원(왼쪽), 영해 3.1운동기념탑
김연순 지사의 묘소가 있는 서울 호국원(왼쪽), 영해 3.1운동기념탑 ⓒ 정만진

김연순(金演淳) 지사는 1946년 10월 2일 세상을 떠났다. 1881년 11월 11일 출생했으니 향년 61세였다. 본적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 신리리 124번지이다. 1919년 기미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해 1년 실형을 살았다.

경북 영덕군에서는 3월 18일 영해면 성내동 시위부터 시작해 영덕면·남정면·지품면·병곡면·창수면 면민들이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군내 모두 9개 면 가운데 6개 면에서 궐기했으니 군민들의 의기는 대단했었다. 그 중에서도 영덕군 북부의 "영해면·창수면·병곡면 만세시위는 경상북도에서 가장 격렬"했다고 한다(독립기념관 독립운동인명사전).

경북 지역에서 가장 격렬했던 영덕군 시위

영덕군 최초의 시위인 영해면 만세운동을 기획한 사람은 김세영이었다. 그는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품면 낙평동교회를 이끌던 조사(현재의 집사에 해당)였는데, 신학교 입학차 평양으로 가던 중 서울에서 만세운동을 목격했다. 그는 서울 시위에 참가한 후 평양 유학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3월 12일 낙평동교회의 구세군 참위 권태원을 만나 만세시위를 일으키기로 의기투합하였다. 일본 경찰은 서울에서 부랴부랴 내려온 점을 수상하게 여겨 그 이튿날 그를 사전 검거했다.

아직 피체되지 않은 권태원은 병곡면 송천동교회 조사 정규하 등과 함께 영해면·병곡면·축산면·창수면 등지의 기독교인과 유림세력 등을 규합하면서 시위계획을 구체화했다.

3월 18일 오후 1시쯤 영해면 성내동 장터에서 시위가 시작되었다. 창수면에서도 두메산골인 삼계동과 오촌동의 주민 10여 명도 만세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일행은 신기리에 이르렀을 무렵 일정을 변경했다. 영해까지 가려면 아직 길이 아득한데, 시위가 끝날 무렵에야 도착하게 될 것 같았다.

신기리 소재 창수 경찰주재소 앞에서 독자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되었다. 그들은 마을 구장 이현설을 만나 동민들과 함께 만세시위를 일으키자고 독려했다. 이윽고 이튿날인 3월 19일 오후 4시쯤에 이수각·권재형·이현우·이현설 등이 이끄는 200여 군중이 창수주재소 부근에 결집해 "독립만세!"를 외쳤다.

당시 신기리 일대에는 도로 개설공사를 빌미로 논밭을 일제에 강탈당한 주민들이 많았다. (현진건 소설 '고향'의 주인공도 대대로 농사짓던 땅을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빼앗기고 유랑길에 올랐다.) 독립만세가 일어난다는 말이 돌자 순식간에 150여 명이 운집했다. 김연순 지사 등 시위 군중은 목청껏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으며 행진을 벌였다. 경찰주재소에 이르렀을 때 시위군중은 4백여 명으로 불어났다.

일제에 논밭을 빼앗긴 농민들, 분노 폭발

김연순·김도치·정재주·오해봉·이현설·이현우·권재형·권덕명·김대지·김경발·황부칠·이석범·김재수·김덕규·정학수 등 시위대는 주재소를 습격해 사무실, 객사 등을 부수고, 건물 안에 있는 장총 3정과 대검 2개를 비롯해 집기류와 공문서 등을 파손했다.

주임순사 고목이삼랑(高木伊三郞)의 숙소와 조선인 순사보 송상구·권찬규가 감춰둔 비품들도 찾아내어 파괴했다. 시위대는 오후 7시쯤 주재소를 떠나 각자 마을로 돌아갔다.

만세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 검거가 시작되었다. 검사 심문 과정에서 "3월 19일 창수 주재소로 가서 만세를 부르고 주재소 벽을 파괴했다"라고 진술한 김연순 지사에게 대구지방법원은 7월 11일 소요, 공무집행방해, 건조물 손괴, 기물 손괴, 공문서 훼기, 상해, 보안법 위반 등 갖은 죄목을 적용해 징역 1년을 언도했다.

덧붙이는 글 | 국가 인정 독립유공자가 1만8천여 분 계시는데,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하려면 1500년 이상 걸립니다. 한 달에 세 분씩 소개해도 50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 의거일 등을 중심으로 '오늘의 독립운동가'를 써서 지사님들을 부족하나마 현창하려 합니다.


#김연순#김세영#권태원#이현설#김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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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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