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는 동두천 시민입니다. 필자를 비롯하여 지역의 많은 교사들은 역사적인 장소의 보존이 교육적으로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옛 성병관리소가 평화와 인권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 있지만 제가 교사임을 밝히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시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함에 대한 항의와 더불어 동두천시의 여론조사가 교사인 필자의 입장에서 좋은 수업재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수업재료는 동두천시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 2가지 설문조사입니다.
동두천시 관계자들을 비롯하여 철거를 찬성하는 지역의 일부 시민들은 90%에 가까운 주민들이 철거에 찬성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두천시에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철거를 희망하는 주민이 반대하는 주민보다 8배가 많다'라고 언급한 언론 보도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설문은 60.4%의 찬성과 39.6%의 반대로 조사된 설문입니다.
2개의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90%의 찬성과 60%의 찬성이 나왔습니다. 약 30%의 차이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는 모든 시민들에게 찬반을 물을 수 없으니 일부의 의견을 통해 전체 시민의 의견을 추정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나면 신뢰도와 오차범위를 꼭 표시합니다. 신뢰도가 낮거나 오차범위가 너무 크면 조사 결과가 의미가 없는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갖는 의미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표본이 전체시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추출되었는지? 문항이 편향되지 않았는지 등도 엄격하게 따집니다. 동두천시가 다양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강행하고자 하는 강력한 근거로 시민대상 여론조사를 꼽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두천시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여론조사는 통계적으로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진행한 조사에서 30%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적어도 두가지 조사중 하나는 엉터리 조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에 설문을 진행하는 기관의 의도가 담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론조사 과정은 상당히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문항의 공정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동두천시가 내세우는 조사결과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설문조사를 설계했고, 표본을 추출했기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이런식의 설문조사라면 다음에 진행되는 설문조사에서는 찬성 30%, 반대 70%로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필자는 동두천시에 2가지 설문조사와 관련하여 얼마 전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청 공무원과의 통화 내용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답변을 위해서 민원인이 이야기하는 2가지 설문조사가 무엇인지를 묻는 내용의 통화를 했고, 90%가 찬성했다고 이야기하는 설문은 동두천시의 공식적인 설문조사가 아니라 개발사업용역을 진행하는 곳에서 임의로 소요산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병관리소와 관련한 동두천시의 설문조사는 1회만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두천시장님! 신뢰할수 없는 설문조사결과인지 알면서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의도적인 여론왜곡 아닙니까?
동두천시는 지속적으로 대다수의 주민들이 철거를 찬성한다고 언급하면서 90% 찬성의 설문조사 내용을 내세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동두천시의 공식적인 조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조사도 아니고, 표본이 편파적으로 추출된 설문조사의 결과를 가지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의도적인 여론 왜곡일 것입니다. 과거 법적인 처벌을 받았던 댓글부대를 이용한 여론왜곡과 뭐가 다른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여론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동두천시가 진행한 설문은 과연 공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그런 설문조사에서도 40%의 시민들은 성병관리소 존치를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동두천시가 현재 철거를 강행하고자 행정을 추진하는 모습은 40%의 시민들은 동두천시민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외부세력들이 들어와서 철거를 반대를 하고 있다고 여론만 몰아가면서 시민들과의 대화에는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10월 8일 철거를 진행하고자 하는 포크레인과 시민들의 대치가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또한, 철거를 원한다는 일부 시민들이 철거를 막겠다는 시민들을 향해 거친언사를 쏟아내고, 폭력도 휘둘렀습니다. 현장에는 경찰도 있었고, 시청 공무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시민들간의 충돌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동두천시장님! 시장님이 원하는 시정은 이런 것입니까?
언론에 보도된 동두천시의 입장을 보더라도 성병관리소의 철거와 존치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급해보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도 않았는데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서둘러 철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옛 성병관리소를 문화유적으로 등록하여 보존하기 위해 진행한 여러 활동(UN 인권위원회 제소, 국회 청원, 경기도 청원)이 진행되고 있으니 각 기관의 답변이 올때까지라도 철거를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최고 책임자인 동두천시장님과의 공개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들의 절규에 동두천시가 이렇듯 철저하게 외면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참 어렵습니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갈등하는 시민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성병관리소의 철거와 존치 여부를 떠나 지역은 시민들간의 감정의 골만 깊게 남을 겁니다. 찬반 진영 모두가 납득할수 있는 시정을 펼치는 동두천시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국회의장님과 경기도지사님.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원 의원님에게 요청드립니다. 성병관리소 보존과 관련한 청원이 제출되어 국회와 경기도에서는 관련한 입장을 곧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UN에서도 입장이 곧 나올 겁니다. 답변이 나올 때까지라도 철거를 멈출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더 이상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주민들끼리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니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