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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세계 국제기구들의 주요 의제가 전쟁, 냉전, 빈곤의 문제였다면, 21세기의 주요한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지구살림의 문제들은 모두 지속가능한 문명을 모색하는 길 위에서 대두된 주제이다. 흔히 기후위기를 말할 때 오존층, 북극, 고래 배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등을 떠올리는데, 자칫 관련 전문가/지식인들이 양산하는 정보에 휘둘리거나 삶과 괴리된 관념의 허상에 빠지기 쉽다.

2023년 가을에 태어난 살림학연구소는 인류의 공동과제인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삶과 관념의 괴리라는 문제의식을 품고 이를 일상 삶의 실천영역으로 가져오는 활동,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살림학연구소 철호 소장은 "살림학은 철저히 자기 일상의 몸의 동선, 마을살림터에서 기반해 구체적 실천을 만드는 운동"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생명살림 문명을 함께 만들고자 할 때 쉽게 작용할 수 있는 지식인/명망가들의 지배권력을 경계하고, 살림터에 기반한 이들이 자기 삶을 언어화하며 그러한 삶을 서로 잇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살림학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을 '살림꾼'이라 부르고, 그 자격요건으로 생명살림하는 삶(집안살림/논밭뫼살림/밥상살림/다양한 돌봄을 통한 생명살림/교육현장에서 생명살림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2023 살림학연구소 창립총회에서 살림꾼(연구원)들이 함께 만든 나무조각 현판.
2023 살림학연구소 창립총회에서 살림꾼(연구원)들이 함께 만든 나무조각 현판. ⓒ 살림학연구소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사실 여러 모양으로 시도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 진행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들 수 있다. 관(官) 주도하에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 주민모임을 만드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사업으로 만들어진 마을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지원금이 떨어진 곳에서 더 이상 삶터를 지속할 힘을 얻지 못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정권이 바뀌면서는 그 흔적을 지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관 주도의 마을사업은 마을이라는 가치를 대중화하는 효과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오히려 민(民)의 자생력과 주체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새로운 살림생태계 일구는 길에 뜻 모으는 개인, 단체들이 지난 10월 3~6일, 강원 홍천 삼일학림/홍천서석예술촌에 모여 살림학연구소 첫돌맞이 한마당잔치를 열었다. 3박 4일간 열린 잔치에 440여 명이 모여 살림꾼 주제발표, 강연, 마당놀이 등을 함께했다. 주목할 점은 잔치를 주최한 살림학연구소 살림꾼들뿐 아니라, 이곳에 모인 개인, 단체들 대부분이 민의 주체역량에 뿌리내린 살림터를 토대로 자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구소가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는 존속이 어려운 현실과 달리, 살림학연구소는 설립 과정부터 이번 한마당잔치 준비까지, 모든 비용을 살림꾼들의 자체 기금으로 마련했다. 그리고 그 뜻에 동참하는 많은 개인/단체들이 살림길벗으로 함께하고 있다.

 2024 살림학연구소 첫돌맞이 한마당잔치에 함께한 살림꾼들과 길벗들.
2024 살림학연구소 첫돌맞이 한마당잔치에 함께한 살림꾼들과 길벗들. ⓒ 살림학연구소

살림학연구소가 태어난 지 1년을 맞이해 진행된 2024 살림학연구소 첫돌맞이 한마당잔치에서 살림꾼 주제발표, 강연 등으로 나눈 주제는 다음과 같다. 아래 10가지 주제는 이후 기획 연재기사로 하나씩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1. 살림꾼 주제발표 ① : 하늘땅살이·마을밥상
마을살이의 뿌리인 하늘땅살이와 마을밥상 운동을 다루며, 마을과 농의 관계를 밝히고 민의 주체역량에 뿌리내린 마을밥상 운동의 사례를 소개했다. 농생활소농연대 미영/승화, 인수마을밥상 신우, 덕계마을밥상 성미 살림꾼이 함께했다.

2. 살림꾼 주제발표 ② : 살림경제
무한증식 경제를 넘어 살림살이 경제를 실천하는 살림생태계를 제시하고, 구체적 사례로 조선후기 두레, 오산마을 협동조합, 밝은누리를 다루었다. 오닉스인사이트 부사장인 원 살림꾼이 발표했다.

3. 살림꾼 주제발표 ③ : 살림의학
양생의 도, 자연 삶 생활의학을 실천하는 마을살이를 주제로 다루며, 이를 실제 삶에서 구현하고 있는 밝은누리 사례를 소개했다. 한의사인 주은 살림꾼이 발표했다.

4. 살림꾼 주제발표 ④ : 살림과학
현대과학이 일으키는 세계관의 전환과 살림학을 주제로, 고려대 물리학 박사과정 용헌, 헬릭스미스 수석연구원 해숙, 밝은덕 배움터 교사 한결, 삼일학림 교사 영주/재우, 가평중학교 교사 진영, 영국 케임브리지대 천문학 연구원 은진 살림꾼이 함께했다.

5. 살림꾼 주제발표 ⑤ : 마을살이 토대로 창업하기
마을살림터를 토대로 창업한 여러 사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살림경제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마을장터 '해뜨락' 재우, 마을떡집 '덩기덕쿵떡' 아름, 생태건축 '흙손' 안섭, 예술공방 '그리는사이' 지영, 공유사무실 '꿈꾸는 일터'/법률사무소 '명동' 하룡, 법률사무소 '해원' 아름 여섯 살림꾼이 발표했다.

6. 살림꾼 주제발표 ⑥ : 푸른이(청소년) 상담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푸른이들의 현실과 마을살림터를 주제로 홍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일 살림꾼이 발표했다.

7. 모셔배움(강연) ① : 한반도 영구평화지대 중립화 운동
한반도 영구평화지대 중립화 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다루고, 일상의 평화가 어떻게 진정한 평화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색했다. 원광대 명예교수이자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 이재봉,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자문위원 강종일, 살림학연구소 살림꾼이자 구글 전략파트 매니저 나경, 살림학연구소 살림꾼이자 청년지도력 소통과대안 사무국장 철순 네 사람이 함께했다.

8. 모셔배움(강연) ② : 기후환경 위기, 지구를 살리는 마을살이 살림생태계
오늘날 기후환경 위기를 살펴보고, 마을살이 살림생태계를 대안으로 제안하며 민의 자발적 실천이 이루어진 사례들을 다루었다. 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욱, 살림학연구소 살림꾼이자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지연 두 사람이 함께했다.

9. 모셔배움(강연) ③ : 살림과학, 온생명 살림학
문명과 문화의 근원적 의미를 밝히고, 온생명 개념에 기초하여 인간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화해하는 온문화를 이루어야 함을 제시했다. 서울대 명예교수 최무영, 살림학연구소 살림꾼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천문학 연구원 은진 두 사람이 함께했다.

10. 살림학 마주이야기 : 살림학과 살림생태계
길벗들이 일구는 살림터 이야기와 살림학-일상 삶의 실천들이 순환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기대리 선애빌 대표 홍동표, 소소다향 대표 서명석, 산성마을/살림학연구소 살림꾼 윤경, 덕계마을/이음목공방 지기 영남, 실상사 작은학교 교사 김태훈,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 교장 박현미,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박사과정 솔잎, 부산 온배움터 이사장/살림학연구소 살림꾼 상병 여덟 명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늘땅살이·마을밥상’ 살림꾼(연구원) 주제발표.
‘하늘땅살이·마을밥상’ 살림꾼(연구원) 주제발표. ⓒ 살림학연구소
 ‘기후환경 위기, 지구를 살리는 마을살이 살림생태계’ 모셔배움(강연).
‘기후환경 위기, 지구를 살리는 마을살이 살림생태계’ 모셔배움(강연). ⓒ 살림학연구소
 ‘살림학 마주이야기 : 살림학과 살림생태계’ 길벗들이 나누는 살림터 이야기.
‘살림학 마주이야기 : 살림학과 살림생태계’ 길벗들이 나누는 살림터 이야기. ⓒ 살림학연구소

현재 살림학연구소에는 일상에서 생명살림을 실천하는 128명(2024년 10월 기준) 살림꾼과 다양한 살림길벗들이 활동하고 있다. 자기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개인, 모둠, 공동연구 등을 꾸준히 이어가며 생명살림과 평화 일구는 살림생태계 만드는 길에 함께한다. 한편 지난 9월, 살림학연구소 철호 소장은 책 <살림학 얼과 길>(밝은봄)을 펴내고 살림학 운동의 의의와 목적 등을 세세하게 풀어낸 바 있다. 살림학연구소의 자세한 소식은 살림학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살림학연구소와 함께하는 길벗들
가나안농군학교, 감이당, 강원 홍천마을, 개척자들, 고마운먹거리 밝은두레, 고운마을학교, 고운숨,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군포 수리산마을, 그리는사이, 기대리 선애빌, 너브내마을밥상, 농생활소농연대, 느티나무 복덕방, 덩기덕쿵떡, 덕계마을밥상, 도토리집 공동육아 어린이집, 디렉터컴퍼니 이한, 라파공동체, 마을방앗간 꿰어야보배, 마을버스 오가는사이, 마을장터 해뜨락, 마을찻집 고운울림,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무지개공동체, 밝은공방, 밝은덕 배움터, 밝은봄, 방정환한울어린이집, 법률사무소 명동, 법률사무소 해원, 부산 산성마을, 부산 온배움터, 빛알찬중학교, 사랑어린학교, 사이재,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삼일학림, 새빛들중학교, 생명평화길벗, 생태건축 흙손, 서울 인수마을,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소소다향, 실상사 작은학교,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양산 덕계마을, 양평 고운마을,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얼라, 없이있는마을, 오늘공동체, 오늘멋지음, 오솔길 작은밥상, 온마을배움터, 원주 한살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인수마을밥상, 일가수도원, 잘부쳐타일, 종합집수리 온살림, 청년지도력 소통과대안, 푸른마을공동체, 푸른빛중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하늘길수도원,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희년함께, 덴마크 그룬트비포럼, 베트남 VCIL, 영국 브루더호프, 영국 지저스아미, 일본 도쿄대 한국조선문화연구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살림학연구소 누리집(www.saallimgil.org)에도 실립니다.

*살림학연구소
www.saallimgil.org
cafe.daum.net/saallimgil


#살림학연구소#생태계#지구살림#마을살이#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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