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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주요 외신이 한국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작품 세계의 배경이 된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현대사도 조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강과 2016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어린 시절 광주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을 보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관점을 형성했고, 작품에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2014년 작품 '소년이 온다'(영어판 제목: Human Acts)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급습하는 장면을 그렸고, 사람들이 부상당한 시위대에게 헌혈하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기억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군이 시위대에 총격... 광주 학살에 관한 이야기"

<뉴욕타임스>는 "정부군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고 수백 명을 죽였다"라며 "한강이 이를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으나 그때의 탄압은 인간의 폭력과 연민, 구원에 대한 그의 견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소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강은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폭력적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숭고할 수 있을까 두 개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내 마음에 각인됐다"라며 "소설을 쓸 때면 항상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학살(Gwangju massacre)에 관한 이야기"라며 "당시 군부가 민주화 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으로 인한 고통이 어떻게 일상생활과 희생자, 목격자, 생존자의 몸에 기록되었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광주 학살을 다시 기억하고 이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관점에서 탐구한다"라고 짚었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 출간한 영국 출판사 헤이미시 해밀턴의 사이먼 프로서 출판디렉터는"한강은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확성으로 쓴 글을 통해 잔인한 행위와 사랑의 행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종(species)인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어떤 의미인가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맞선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다른 어떤 작가와도 달리, 보고 생각하고 느낀다"라며 "그의 작품들은 경이로움이자 선물"이라고 평했다.

전 세계 극찬한 한국 문화 상품의 공통점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 가디언

AP 통신은 "한강은 인간의 트라우마와 폭력을 탐구하고, 한국 현대사의 잔혹한 순간을 실험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강의 작품이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한국의 문화 상품과 공통점이 있다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렸다는 것"이라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심화되는 불평등으로 젊고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지옥과 악몽이라고 여기는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해석을 보여줬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라며 "일자리가 줄어들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결혼한 부부가 아이 낳기를 미루면서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잔혹한 이행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남성 작가 위주의 한국 문학계에 던지는 의미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현대 문학의 대부분은 여성 작가에 의해 쓰이고 있다"라며 "그중에는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와 여성에게 짊어져야 하는 부담에 맞서고 폭로하는 작가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국 미디어와 문학계는 나이 든 남성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여성 작가인 한강이 한국 문학의 노벨상 가뭄을 끝낸 것은 즐거운 놀라움이자 시적 정의"라고 강조했다.

다만 영국 태생 작가이자 한국 문학을 여러차례 번역한 브라더 앤서니는 "한강의 소설이 전 세계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인기를 끌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며 "의사소통의 실패와 오해, 불행한 사람들, 문제가 있는 관계와 고통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라서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강#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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