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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ah2q

1. 슬라이드 조정률

보험료율과 지급승률을 고정한 채 연금제도를 장기간에 걸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이 둘을 고정한 상태에서 경제변동이나 인구변동으로 연금 수지 균형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어 '100년 안심'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본에서 '100년 안심'은 연금 관료는 물론 전문가들, 연금을 잘 아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금지어가 된 지 꽤 되었다. 절대 안심 못 하는 상황이 계속되지만, 그 속에서 세대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에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발동해야 한다. 신규 수급자에게는 임금 재평가 제도에 따른 평균임금 상승, 이미 연금을 수급하고 있던 기 수급자에게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다.

거시경제 슬라이드와 재정 균형 일본 거시경제 슬라이드와 재정 균형
거시경제 슬라이드와 재정 균형일본 거시경제 슬라이드와 재정 균형 ⓒ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작성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 보자. 그림의 왼편에는 재정의 수입에 해당하는 ①보험료 수입과 ②국고 부담 그리고 ③ 적립금( 및 운용 수입) 등이 있고, 오른편의 지출에 해당하는 ④ 연금액이 있다. ① + ② + ③ = ④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왼편의 ①과 ②는 대체로 임금 상승률과 연동되기 ③은 임금 상승률과 운용이율의 차(스프레드)를 관리하면 되고, 오른편의 연금액도 임금에 연동(물가도 장기적으로 임금에 연동)되어 서로가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 상태 내에서 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노동인구의 감소와 장수리스크가 현재화하면 연금 재정의 균형이 무너진다. 따라서 노동인구 감소와 장수 위험에 재정이 자동으로 적응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했는데 그 해결책이 바로 '거시경제 슬라이드'다.

거시경제 슬라이드 적용은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재정검증에서 장기적인 부담과 급여의 균형이 유지된다고 판단될 때까지 계속된다. 균형이 유지된다고 판단하는 기간은 현시점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이 생애를 마감하는 약 95년 동안을 말하며, 균형이 유지된다는 뜻은 95년 후 시점에서 적립금을 1년 치 남기는 목표가 이뤄졌을 때를 말한다.

들어오는 돈과 남겨야 할 돈의 수준이 결정되고 이 둘 간의 균형을 이루도록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가나 임금의 상승이 적은 경우, 조정 후의 연금액이 전년도와 같은 금액 수준까지만 조정률이 적용되며 물가나 임금의 인상이 마이너스면 조정률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보자.

1단계로 물가변동률이 2.0%, 임금 변동률이 3.1% 변동했다고 치자(이 둘을 서로 비교해서 무엇을 사용할지를 결정하지만 여기서는 설명 생략)

2단계로 신규 수급자는 임금 변동률 +3.1%를 적용해서 연금액을 산출하고 기 수급자는 물가변동률 +2.0%를 '개정률'로 결정한다.

3단계로 이대로 적용하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피보험자 감소율(0.6%)과 평균여명 연장(0.3%)을 합친 0.9%의 거시경제 슬라이드 조정률을 결정한다.

4단계로 실제의 개정률을 결정한다. 신규 수급자는 3.1%에서 0.9%를 뺀 2.2%를, 기 수급자는 2.0%에서 0.9%를 뺀 1.1%를 각각 증액한다.

0.9% 조정률 중 0.6%는 연금제도의 3년 평균 피보험자 수 감소율의 실적치며, 나머지 0.3%는 사망률은 거의 변화하지 않아 평균여명의 증가에 따른 조정률을 0.3%로 결정한 결정 값이다. 이러한 조정률은 '정책 결정 지수'로 법률 개정이 사항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만들었다.

이것까지 국회에 맡겨놓게 되면 '100년 불안'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매년 0.9%씩 20년 간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적용할 경우, 연금액은 19% 정도 삭감되는데 이것으로 재정 균형이 달성된다고 판단되면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그 시점에서 조기에 종료된다. 조기에 종료될수록 그만큼 후세대의 연금액을 높일 수 있어 부담과 급여 간의 세대 간 공평을 높이겠다는 개혁 목적이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조정률을 어느 정도로 얼마 동안에 해야 할지는 임금 상승률이나 물가상승률, 그리고 출산율의 동향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느 정도의 조정률이 있으면 안정된다고 말할 수 없다. 향후. 출생률이 더 떨어진다거나 기대여명이 더 늘어나거나 성장이 멈추거나 하는 경우, 조정률은 더 높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 조정률이 높아지면 연금 수급자의 연금은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 든다', '깎인다' 등은 무엇과 비교했을 때, 누구와 비교했을 때 등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 연금 재정이 부과방식이면 근로 세대의 생활 수준(가처분 소득!)과 비교해서 상대적 수준을 봐야 한다. 결국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장래의 경제 수준이나 인구변동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근로 세대와 연금 세대가 서로 어떻게 얼마만큼을 분담할지의 문제다.

2. 거시경제 슬라이드 의미 : 지급 수준 고정 방식에서 부담 수준 고정 방식으로

거시경제 슬라이드에서 연금 세대의 수입을 담당하는 근로 세대의 부담에 대해서는 평균임금 상승만큼만 상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보험료를 고정했다는 의미는 평균임금의 상승만큼만 상승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이전에는 연금 지급의 수준을 먼저 결정하고 이것을 전제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를 근로 세대의 부담 증가로 풀어 왔다. 즉 급여 수준이 먼저 결정되고 부담 수준은 나중에 맞추는 '지급 수준 고정 방식'이었다. 이것이 2004년 개혁 이후에 근로 세대가 부담할 최고 수준, 즉 한계보험료율을 먼저 법으로 정해서 고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연금을 맞추는 '부담 수준 고정 방식'으로 180도 바뀌었다. 먼저 부담할 수준 내에서 연금을 줘야 하기에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만들어 연금 수준을 하향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180도 방향 전환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거시경제슬라이드#조정률#100년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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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강사, 사회정책 박사. 일본 사회정책 전공, 사회보험 전공, 전 공무원 연금개혁 국민 대타협 기구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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