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역대급'이다. 기록적인 폭염에 전국적으로 24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21명이 사망했다. 여름이 가져오는 재난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 여름은 견뎌내야 할 시기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계절이 되었다.
기후 위기 해결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시됐지만 실천은 여전히 더디다. 행동이 지연되는 사이 위기는 가속화되었다. 우리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8월의 뜨거운 어느 날, 한국가이드스타는 기후솔루션의 권오성 미디어팀장과 정유진 디지털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만나 기후 위기에 맞서 대중과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았다.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은 최하위 수준
-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잘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정유진(이하 정):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부 모두 기후변화 대응에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 따르면, 1, 2, 3위의 자리는 공석이에요. 어떤 나라도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거죠. 우리나라 역시 산유국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권오성(이하 권):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해도 우리나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현재 상황에 비해 소극적이에요.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여러 환경 단체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책 전환이 필요해 보이네요, 그동안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권 : "조직이나 정부가 해오던 방식대로 하려는 관성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그동안의 경제 발전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온실가스가 쌓여 발생할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어요. 그런데도 계획을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 차원의 문제가 커요."
정 : "맞아요, 현실성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화력발전 구조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요. 지금 바뀌어야 하는 사실을 외면하고,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구조에 적응해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논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LNG(천연가스)와 같은 연료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수요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인가요?
정 : "저는 LNG를 거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게 아니에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과 가스를 빠르게 줄이고,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LNG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풍력과 태양광 기술은 충분히 발전했어요. 잠재력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로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물론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오해가 있어요. 예를 들어, 태양광 설치에 대해 '설치할 땅이 없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적합하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있죠.
하지만 태양광 설치는 빌딩 옥상, 주차장, 건물 외벽 등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모든 에너지원에는 장단점이 있죠.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지구 평균온도 상승 1.5도씨로 제한하려면 재생에너지는 꼭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단점은 보완하면 되고, 지금 기술로 충분히 보완 가능합니다."
- 기후솔루션이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이슈는 무엇인가요?
권 : "요즘 기후솔루션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입니다. 특히 보험사들이 석탄발전소와 같은 환경 유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발전소나 철강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금융사가 미치는 영향은 잘 보이지 않죠. 보험사들은 석탄발전소 같은 대규모 시설에 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사가 발전소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셈이죠.
글로벌 보험사 중에는 화력발전소에 보험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기존의 석탄발전소에 보험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러한 행태가 얼마나 문제인지 보고서와 캠페인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부정적인 기후 뉴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어
- 기후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에게 긍정적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권 :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기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너무 어두운 면만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기후솔루션이 사용하는 한 가지 접근법은 기후 관점 외에도 경제 발전과 같은 다른 목표와 연결 지어 설명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기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정 : "부정적인 정보가 오히려 사람들의 행동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기후솔루션은 성공적인 사례나 솔루션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확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영국의 사례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공유했을 때, 많은 분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생겼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 앞으로 기후솔루션의 비전, 활동가님의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권 : "기후솔루션의 비전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단체로 거듭나는 거예요. 그린피스는 외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그린피스 코리아까지 설립되었고,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저희도 한국에서 시작해 아시아를 거쳐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하는 단체가 되고 싶어요. 5년 후에는 아시아에서, 더 나아가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정 : "원래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후솔루션에서 활동하다 보니 심각성을 더 절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조카가 있는데 조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앞으로는 기후솔루션의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퍼뜨리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더욱 효과적으로 이슈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 세계 국가들은 여전히 이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기후솔루션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자 한다. 현실적인 진단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자 힘쓰고 있다. 기후솔루션의 활동에 공감한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자.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은 기후솔루션의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 청년 공익 기자단 '채리티 에디터 양성 과정'참가자의 취재 기사입니다. / 채리티 에디터 7기 김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