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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씨에게 수여됩니다."

지난 10일 저녁 노벨 문학상 발표를 생중계 한 동경 신주쿠의 서점 키노쿠니야. 스웨덴 아카데미의 상임 이사 마츠 말름(Mats Malm)씨의 입에서 '한강'이라는 이름이 불리자 서점 안에는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매년 노벨 문학상 시즌이 되면, 일본인들의 최대 관심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수상 여부에 있었다. 그러나 올해 문학상의 주인공은 무라카미 하루키도,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중국 작가 찬쉐도 아닌 한강이었다.

이미 일본에서도 이름을 알린 작가, 한강

서점 관계자들은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기념' 판매 공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한국 문학 코너와 창고에 있던 한강씨의 모든 책들이 특설 판매대로 바쁘게 옮겨졌다. 책이 놓이기가 무섭게 서점을 찾은 시민들은 앞다투어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키노쿠니야 서점 직원이 '축!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이라 적힌 종이를 손님들에게 보이고 있다.
키노쿠니야 서점 직원이 '축!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이라 적힌 종이를 손님들에게 보이고 있다. ⓒ 교도통신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 ⓒ 일본 교도통신사

일본 교토 통신의 취재에 응한 서점 관계자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한국 출신의 작가가 문학상을 받아 기쁘다. 요즘 한국 문학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데,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작품이 일본에 소개되고 사랑받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뉴스에서 한강 작가의 팬이라 밝힌 어느 중년 여성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서점을 찾았다. 내 주변에도 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공영 방송인 NHK도 특집 기사를 통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보도했다. 작가의 이력과 국내외 수상 경력, 노벨상 선정 이유 등의 분석과 함께 이번 문학상에 대한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반응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사실 한강은 일본에서도 이미 이름을 알린 작가다. 그녀의 저서는 2011년 이후로 일본에서도 번역 출판되기 시작했다. 대표작 <채식주의자>(2007)를 시작으로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의 작품들이 일본의 4개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판되었다.

NHK의 취재에 응한 와세다 대학 문학부 토코우 코우지(都甲幸治) 교수는 "한강씨의 <채식주의자>는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노벨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한국 작가, 게다가 아시아 여성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처음인 만큼 획기적인 수상이다"라고 말했다.

 키노쿠니야 서점에 설치된 한강 작가 특별 부스
키노쿠니야 서점에 설치된 한강 작가 특별 부스 ⓒ NHK 홈페이지 캡쳐

한강의 작품 <흰>을 <모든, 흰 것들의>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바 있는 출판사 카와데쇼보신샤의 편집자 타케하나 스스무(竹花進)씨 역시 이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학은 일본에서도 많이 읽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강씨는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 작가가 일본을 찾았을 때 '나라는 개인의 내면을 깊이 파고 들어가면 그 끝에 존재하는 보편성과 만난다'라고 말했던 것이 인상 깊이 남아있다. 언젠가는 노벨상을 수상할 작가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수상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구할 수 없는 한강 작품, 중고거래도 눈길

한강의 수상은 일본의 출판 업계에도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후 5일이 지난 15일 신주쿠의 키노쿠니야 서점을 찾았다. 그러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대표작들은 이미 다 팔려 구할 수 없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기념해 만든 특별 코너에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 권, 단편 '교토, 파사드'가 실린 단편집 수어권이 전부였다. 한 작가의 책이 채우고 있는 테이블의 빈 공간에는 작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Jon Fosse)'와 카와바타 야스나리 등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서적이 놓여 있었다.

 키노쿠니야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특별 코너
키노쿠니야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특별 코너 ⓒ 박은영

해당 서점의 관계자는 "서점이 확보한 한강 작가의 책은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이 재고의 전부"라며 문학상 수상 이후 "서점이 확보해 뒀던 작가의 책은 전부 판매된 상태이고 언제 재입고될지는 아직 모른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적 거래 플랫폼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을 예약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일본어판 저서를 출판한 4개 출판사들은 발 빠르게 재판 인쇄에 들어갔다. 10월 말에는 일본의 독자들이 한강의 책들을 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아마존 등의 온라인 상점에서는 한강의 작품은 일치감치 재고가 소진되었다. 아마존 서적 부분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한강의 <흰>이 4위와 11위(문고판)에 올라있다.

여파는 중고 거래 플랫폼까지 퍼졌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는 정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중에는 7만4890엔(한화로 68만 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된 경우도 있다.

 아마존 중고 거래 페이지에 70만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된 '채식주의자' 일본어판
아마존 중고 거래 페이지에 70만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된 '채식주의자' 일본어판 ⓒ 아마존 홈페이지 캡쳐

SNS나 블로그를 통해 한강 씨의 책을 소개하거나 감상을 나누는 누리꾼들의 투고도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를 30대 직장인이라 밝힌 어느 누리꾼은 <채식주의자>를 읽은 후 "30대 여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K 팝에 이어 K 문학의 유행으로 이어질까?", "아시아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시대가 왔다", "처음 듣는 작가인데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해 왔다"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한국에는 물론 일본에게도 반갑고 놀라운 이변이었던 올해의 노벨 문학상. 그녀의 수상을 계기로 촉발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일본에서도 '거대한 파도'처럼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하게 된다.

#한강#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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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두껍게 할 글쓰기를 꿈꿉니다. Matthew 22: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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