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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가 손주 소식을 전해주었다.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아들인데다 손주까지 보았으니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웃음 뒤에는 돈 걱정이 이어진다.

- 요즘은 외가나 친가에서 산후조리원비용을 댄다더라.
- 아니면 손주 영어유치원비용을 대던가.
- 200만 원 가는 유모차가 있다더라.

돈 걱정이 끝나면 그 손주는 누가 키워줄 거냐는 육아 걱정이 또 이어진다. 아이는 아들내외가 낳고 키우는데 조부모가 왜 돈 걱정과 육아 걱정을 하나 싶지만 트렌드가 그렇단다.

"아이돌봄 구합니다."

당근마켓 구인알바를 검색하면 아이돌봄이 수두룩하다. 시간당 12,000원에서 많게는 2만 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좋은 분을 만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소위 '이모님'이 전적으로 봐주는 경우는 그래도 여유 있는 집이다.

 조부모의 도움 없이 애 키우기 힘들다란 소리가 적지 않다.
조부모의 도움 없이 애 키우기 힘들다란 소리가 적지 않다. ⓒ daen_2chinda on Unsplash

두 돌이 되면 어린이집에 보내니 낫다 싶겠지만 '하원 후 돌봄'이 더 필요한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친가 또는 외가 찬스를 쓸 수밖에 없다. 경력단절에서 직장으로 복귀한 조카는 이 '하원 후 돌봄'을 팔순이 가까운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다. 친정어머니는 일찌감치 양육 보조자였으니 양가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

젊은 엄마들의 육아 수다를 들어보면 경제적 지원이나 돌봄에서 조부모의 도움없이는 힘들다란 소리가 적지 않다. MZ세대들이 보통 똑똑한가, 정보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그들은 기대하고 의지한다. 양육을 어려워 하는 엄살도 있겠지만 돈이 부족한 게 이유중 하나일 게다.

386이란 불리웠던 세대가 어느덧 586이다. 그 세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MZ세대들은 아주 힘들게 공부한 것치고는 세상 말로 술술 풀리지 않았다. 대학 입학, 특히 인서울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고 취직은 더더욱 어렵다. 결혼은 어디 쉬운가? 집은 또 얼마나 비싼지 나라에서 해준다는 여러 혜택은 구멍이 많아 맞추기가 어렵다.

나의 자녀가 입시공부를 했을 때 학원에서 받은 프린트물을 정리하면서 뭐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굳이 공부해야 하나,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감사하다란 생각을 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얻어진 결과물은 어른 세대에 비해 초라하다.

정규직이 되어도 평생직장이나 정년퇴직을 기대할 수 없다. 환갑의 나이에도 필드골프를 나갈 수 있는 장년의 경제력이지만 자녀 세대들은 스크린골프로 대리만족을 느낀단다. 월급이 많아도 물가, 생활비, 교육비에 밀려 집장만은 뒤로 미루는 자녀들을 보면서 양육까지 거절하기가 미안스럽다.

내가 맞벌이를 했을 때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맺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친정 어머니는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시어머니는 동서 아이를 돌보느라 양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나를 대신한 양육자에게 비용은 당연하고 미안한 마음에 이 선물, 저 선물을 챙겨주었던 게 20년도 넘었다. 시댁이나 친정이나 육아는 그만하고 싶은 나이와 체력이지만 자식들의 고생이 안쓰러워 나서는 게 현실이다. 20년이 넘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슬프다.

어찌되었든 모든 부모는 자신보다 자녀들이 덜 고생하고 더 누리기를 바란다. 어른세대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지만 나름 경제 성장기였기에 입시부터 결혼 후 집 장만등 지금 세대보다는 여건이 좋았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았고 자녀들도 다 장성했다.

장년세대보다 더 경쟁하며 버틴 지금의 젊은 엄마, 아빠 세대들이기에 부모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 자녀들이 홀로서기를 못 하고 또 손을 내민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조부모의 도움은 그 중 하나, 아주 작은 하나였으면 한다.

인공지능, AI세상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양육자는 '구인중'인 현실. 부모보다 나을 줄 알았던 젊은 엄마, 아빠들 그리고 노후를 맞이한 조부모들, 아이 울음 소리만 들려도 그저 행복하기엔 무엇이 부족한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조부모육아#양육전쟁#양육자구함#돌봄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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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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