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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전통주 박람회, 종가음식문화 대축전 안동 월영교와 월영공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안동 전통주 박람회, 종가음식문화 대축전안동 월영교와 월영공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 이호영

" 술 이름은 '숙영주'입니다. 저희 종가에서 대대로 빚어 손님에게 드리던 술인데요. 그동안 이름도 없었어요. 그냥 '우리 술'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새로 이름을 '숙영주'로 지었어요.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제 이름 거꾸로랍니다."

원주 변씨 간재 종가 종부의 말이다. 종부 이름이 '주영숙' 인데,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양주의 이름을 새로 지으면서 '숙영주'로 명명했다고 한다. 종부의 이름을 딸 정도로 술맛에 자신이 있다고 한다.

원주변씨 간재종가 가양주 종부의 이름에서 차용한 '숙영주'
원주변씨 간재종가 가양주종부의 이름에서 차용한 '숙영주' ⓒ 이호영

"우리 종가의 술은 '옥연주'입니다. '옥연'은 하회마을 '옥연정사'에서 땄습니다. 옥연정사라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아시다시피 서애 류성룡 선생께서 '징비록'을 지은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 등을 지내면서 전쟁을 이끈 서애 선생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옥연정사'에서 술 이름을 지었지요."

하회마을 충효당 류창해 종손은 서애 류성룡 선생께서도 술을 좋아하셨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서애 선생이 사용했던 조선 시대 책력(현재 달력)이 우리나라에 돌아왔는데 책 한 모퉁이에 선생이 직접 쓴 소주 제조법이 발견됐다고 한다.

또 제조법뿐만 아니라 숙취 해소법도 적혀있어 선생께서 술을 얼마나 좋아하셨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그는 웃었다.

서애종가 충효당 가양주 '옥연주'는 서애 선생께서 징비록을 저술한 '옥연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서애종가 충효당 가양주'옥연주'는 서애 선생께서 징비록을 저술한 '옥연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 이호영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안동 월영교 주변에서 '안동 전통주 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에는 서애 종가와 학봉 종가, 노송정 종가 등 안동 주요 종가에서 그동안 집안에서만 빚은 가양주를 새로 선보였다.

가양주 대부분은 약주와 소주로 알콜 도수 12도에서 42도까지 다양하다. 멥쌀과 찹쌀, 누룩 등을 이용해 발효와 숙성 등을 대대로 물려받은 비법대로 만들어 일반인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

안동전통주박람회 안동지역 종가의 가양주가 모두 출품돼 있다.
안동전통주박람회안동지역 종가의 가양주가 모두 출품돼 있다. ⓒ 이호영

월영교 주변에 은은한 술 향기가 가득하면서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은 스스로 주당이 되어 하루를 즐겼다. 박람회장 입구에서 작은 술잔을 받아 여러 종가의 가양주를 무료로 맛보고 술 구매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에는 새로 선보이는 가양주뿐만 아니라 그동안 생산된 안동 지역의 소주를 맛보고 살 수 있다. 안동 소주는 이 지역 양반가에서 가양주 형태로 전래한 증류식 소주다. 증류식 소주는 우리가 잘 아는 서양 위스키처럼 제조 기법이 비슷하다.

'국가 유산 명인 조옥화 안동소주', '명인박재서 안동소주', '안동진맥소주' 등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증류식 소주를 모두 만날 수 있고 '경주교동법주', '문경 호산춘', '김천 과하주' 등 경북 지역의 전통주가 다양하게 출품돼 애주가라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안동 맹개마을 진맥소주 밀로 만든 증류주이다. 수운잡방 등 고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제조했다.
안동 맹개마을 진맥소주밀로 만든 증류주이다. 수운잡방 등 고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제조했다. ⓒ 이호영

경북 전통주 이야기 경북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통주 대부분이 전시돼 있다.
경북 전통주 이야기경북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통주 대부분이 전시돼 있다. ⓒ 이호영

사실 가양주는 웬만한 집안에서 만들던 우리의 전통주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주세법이 강화되면서 술을 빚을 수 없었고 근대화 시대 때는 쌀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전통주의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아도는 쌀들을 소비하기 위해 전통주 산업이 다시 육성되고 있다고 한다.

또 막걸리에 이어 전통주, 특히 증류식 소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지금은 전통주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국 주류 박람회에서도 우리 전통주가 예전보다 사랑받고 있으며 20~30대 젊은 층은 카트를 갖고 다닐 정도로 구매 열풍도 분다고 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운잡방', '온주법', '음식디미방', '시의전서' 등 안동을 비롯해 영양, 상주 등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 조리법에 술 제조법이 남아있어 우리 전통주의 역사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안동종가음식 대축전 '주촌종가' 등 안동지역 종가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는 음식이 전시돼 있다.
안동종가음식 대축전'주촌종가' 등 안동지역 종가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는 음식이 전시돼 있다. ⓒ 이호영

전통주 박람회와 함께 월영교 입구 월영공원에는 종가음식문화 대축전도 열렸다. 종가마다 '봉제사 접빈객'을 위해 마련한 음식을 한 상씩 차렸다. 종가음식이 어떠하였는지와 종부들이 손님 상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도 알 수 있다.

이번 박람회와 종가음식문화 대축전에 이어 10월 23일 수요일 안동시 경북 콘텐츠진흥원에서 종가 가양주의 가치발견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안동 종가 가양주 상품화 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토론회에는 전문가의 주제발표와 함께 종합토론 그리고 안동 가양주를 활용한 칵테일 시음 행사도 열릴 것으로 보여 안동 종가의 가양주가 국내외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안동전통주박람회#안동종가가양주#월영교#월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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