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대는 퇴계 이황(1501~1570)이 후학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조선 현종(1665) 때 사림에서 건립했다. 정면 2칸, 측면 2칸 누마루에 계자(닭다리 받침대 ) 난간을 설치했다. 4면을 개방하여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병산 서원 답사를 끝내고 안동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천등산 계곡 명옥대부터 시작했다. 명옥대는 작고 아담한 구조지만 계곡과 물소리, 너럭바위 등에서 선비들의 정취가 느껴진다. 정자에 올라 주변 경관을 살폈다.
400여m 거리에는 봉정사가 있다. 명옥대와 봉정사, 유교와 불교문화가 만난다. 유생들은 목탁소리와 염불 소리를 들으며 성리학을 공부했다. 산사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모처럼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해방된 느낌이다.
종소리를 따라 봉정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밤에 절 구경은 특별한 감흥을 준다. 고요와 적막 속에서 느끼는 고독한 즐거움이랄까. 인적이 없는 산속이라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되기도 하지만...
일주문에 들어섰다. 소나무 숲길이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비틀리고 휘어지며 서 있다. 한 5분 걸었을까. 만세루가 나타난다. 만세루는 절 중문으로 봉정사의 입구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방문객이 사찰로 들어가는 통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누각인 만세루다. 좁은 누문을 통과한다. 대웅전이 머리 위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 팔작지붕 형태다. 건축양식과 단청 등 조선초기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의 단층 맞배지붕 건물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삼층석탑과 함께 고려시대에 세워졌다. 목탁소리, 염불소리... 가슴을 아리듯 파고든다. 발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월영교 인근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안동 찜닭, 안동 간고등어, 안동 헛제삿밥 중에서 헛제삿밥을 골랐다. 그것도 까치구멍집의 헛제삿밥이다. 전에 살던 초가집에 까치가 구멍을 뚫어서 얻은 이름이라고.
헛제삿밥은 안통 전통음식 중 하나다. 제사 지낼 때 차리던 음식 요리다. 여러 가지 나물과 고기를 곁들였다. 놋쇠 그릇에 차려주는 음식이 정갈스러웠다. 후식으로 주는 안동 식혜를 다 마셨더니 동행한 친구가 놀란다. 외지인들은 먹기가 힘들다나.
"춘하추동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다. 밤에는 야경이 아름답고, 아침에는 안갯속에 떠오르는 일출, 봄에는 벚꽃과 다리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다"는 편의점 사장님의 자랑이다. 월영교를 걸으며 야경을 즐긴다.
월영교는 은은한 조명 아래 달빛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친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고, 다리 아래에는 문보트가 있다. 뱃놀이를 하는지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들의 낭만이 부럽게 느껴졌다.
안동의 야경 투어 세 번째는 안동 타워다. 전망대에 올라 안동시내와 주변 자연경관을 조망했다. 낙동강, 안동호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 빵선생에서 차를 마시며 야경을 즐겼다. 다음 행선지는 안동의 다운타운인 웅부공원이다.
웅부공원은 안동의 영광과 애환이 깃든 역사의 산실이다. 지금의 도단위 격인 고려·조선 시대 안동대도호부와 경북 동북부 17개군을 관할하던 안동관찰부, 안동시로 통합되기 전 안동 군청이 자리한 곳이다.
고풍스러운 안동 대도호부 옛터(웅부공원)에 영가헌, 대동루가 조용히 과거를 간직한 채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관하인 영가헌과 문루인 대동루는 옛 모습을 재현해 복원했다. 안동군청사에 걸려있던 '安東雄府(안동웅부)' 현판은 공민왕이 썼다. 지금은 안동민속박물관에 옮겨 보관 중이다.
안동 대도호부의 영화가 깃들어 있는 웅부공원을 뒤로하고 안동역(구)으로 발거음을 옮긴다. 송현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90여 년 동안 안동 지역의 철도 교통 중심지 역할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에게 교통 거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한 가수가 불러 전 국민 애청 가요가 된 '안동역' 노래비가 서 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안동역에서 만나 웅부공원까지 걸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