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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어린이집 야간보육 시간(오른쪽부터) 최지환·최지혁·최지효(4) 어린이가 야간놀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개나리어린이집 야간보육 시간(오른쪽부터) 최지환·최지혁·최지효(4) 어린이가 야간놀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 옥천신문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늦은 저녁인 8시. 충북 옥천군 개나리어린이집의 불은 아직도 환하다. 불빛이 가득한 원내에 근처로 조금만 다가가면 최지혁·최지환·최지효(4세) 세쌍둥이들의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한가득이다.

맞벌이 등 자녀를 일찍 데려갈 수 없는 부모를 위해 개나리어린이집이 야간보육을 근 10여 년간 진행하면서 원아들에겐 어린이집이 또 하나의 집이 됐다. 기자의 카메라가 무척이나 낯선지 지효 어린이는 취재 내내 김애자 교사의 뒤에 숨어있다가 환하게 웃는 카메라 속 자신들의 모습이 신기해, 신나게 클레이를 만지작거리다 한 번 만져보라며 슥 내민다.

세쌍둥이 맡길 곳 없어 걱정 가득했던 날들, 야간보육으로 근심 사라져

 개나리어린이집 야간보육은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10년이 넘었다.
개나리어린이집 야간보육은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10년이 넘었다. ⓒ 옥천신문

아이키우기가 무척이나 힘든 요즘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자녀들의 어린이집 등·하원이다. 어디로 가야 믿고 맡길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히 자녀들을 돌봐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업체 운영을 준비하면서 자녀를 돌봐야했던 구도현(27, 동이면 금암리)·최국진(37) 부부 역시 가장 큰 고민은 보육이었다. 현재 거주지는 동이면 금암리지만 생활권은 아직 대전인 부부에게 옥천에서의 터를 잡기란 무척이나 긴 고민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권을 옮긴다는 것이 사실 사업체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보다 더 힘들었다.

"저희가 원래는 대전이 생활권이었어요. 둘 다 회사가 대전이니까 원래 아이들을 대전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줄 어린이집이 없었어요. 4살이면 아직 많이 어리잖아요.

특히 세쌍둥이와 같은 다자녀를 돌봐줄 가정어린이집이 생각보다 부족하더라고요. 그러다 알게 된 곳이 개나리어린이집인데 야간보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됐어요. 사실 걱정이 많았죠. 아이들이 좋아할까, 엄마 아빠를 빨리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구도현씨)

부부의 이러한 고민은 눈이 녹듯 사라졌다. 막상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있으면서도 "나 집에 안갈래 어린이집이 좋아", "어린이집이 제일 재미있어"라는 반응을 보인 것. 두 부부는 지난해부터 옥천에서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안정감 있는 보육이 두 부부를 정착시킨 것이다.

구도현씨는 개나리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늦은 시간까지 온전한 보육이 가능해서겠지만 '집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의 말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아이들의 그런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두 부부와 세쌍둥이와의 만남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부부는 언제나 아이를 원했지만 세쌍둥이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세쌍둥이를 임신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산모에게도 큰 위험이 따르기에 아이들이 태어나던 해인 2021년은 정말 순탄치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첫째인 지혁 어린이가 동생인 지환·지효 어린이를 떠받치면서 위험한 출혈까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고, 태어난 직후엔 지혁·지환 어린이의 호흡이 멈추기도 했다. 지효 어린이는 감염 문제가 있어 두 부부와 세쌍둥이들은 만남까지 고비의 연속이었다. 태어난 직후 한 달 이상 있다가 겨우 아이들을 안아보게 되었다며 구도현씨는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설명했다.

"거짓말 같은 만남이었을까요. 저희 부부는 늘 아이를 원하고 있었지만 세쌍둥이는 정말 예상치 못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날이 바로 만우절이었어요(웃음). 처음에 아이 아빠는 거짓말 치지 말라고. 세쌍둥이는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진짜 세쌍둥이었던 거죠. 아이들과의 만남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32주 만에 태어났는데 담당 선생님이 고비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아이들이 숨을 못 쉰다고 하시기도 했는데 다행히 막내는 울고 있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2021년이면 코로나가 유행일 때인데 막내는 감염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그때 정말 힘이 들었죠. 물론 지금은 하루하루 자라면서 장난의 스케일도 남다르지만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보람이라면 유난히 서로를 챙긴다는 거예요. 먹을 것을 자기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서로 넣어주면서 정말 각별해요. 물론 엄마 아빠 입에는 넣어주지 않지만요(웃음)."(구도현씨)

세쌍둥이가 이슈 되지 않으려면 보육 기반 적극 지원 필요

ⓒ 옥천신문

ⓒ 옥천신문

거짓말 같은 날에 시작된 만남. 하루하루가 고비였던 시간을 지나자 아이들은 누구보다 건강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강도 높아지는 장난에 때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은 무척이나 감사할 일이다. 그러면서도 세쌍둥이와 같은 아이들이 더욱 무럭무럭 자라고, 지역에서 모든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올해 옥천군 출생아는 약 80명. 저출생 극복을 위해 결혼정착금 지원사업, 출생아당 약 100만 원의 산후조리비용 지원, 7세 이하 영유아 의료비 50만 원 지원 등이 우리지역에서 진행중이지만 정작 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보육사업, 산부인과 개원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문제 중 하나다.

게다가 보육교사 1인당 7~8명 가량 보육해야 하는 환경도 자녀를 맘 놓고 맡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구도현씨는 사실 세쌍둥이들의 이야기가 이슈되는 것은 결국 그만큼 아이키우고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주니 어린이집이 없어지고, 산부인과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잖아요. 사실 없어지니까 더 아이를 안 낳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3명을 동시에 키워내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평균 7명 정도 보육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지쳐버리겠죠.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산부인과가 부족한 것도 큰 문제죠. 아무리 대전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가 없다는 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 낳고 살기 정말 어렵죠. 우리 지역이 더 아이낳고 살기 좋고, 더 애정을 담아 아이를 보살펴줄 수 있는 지역이 되길 바라요."(구도현씨)

구도현씨의 바람대로 개나리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이 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재미난 놀이와 간식이 가득한 어린이집. 늘 웃음 지어주는 선생님들로 인해 배려심이 넘치고 근심 걱정 없는 하루를 보냈다. 사과와 요거트를 잔뜩 먹으며 좋아하는 클레이 놀이를 해서인지, 세쌍둥이들은 언제 낯을 가렸냐는 듯 기자에게 나란히 붙어 본인들이 나온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다음에 또 만나요"라며 손짓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세쌍둥이#저출생#옥천#어린이집#인구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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