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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각장애인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란 사실이 있다. 바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점자정보단말기 가격이 600만 원이나 된다는 것. 대학생인 나로선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점자정보단말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가격을 확 낮추고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를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25만 원 짜리 점자정보단말기 개발 프로젝트다. 제작 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를 얼마나 가졌는지,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그 필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교육부가 실시한 「특수교육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중 점자 정보 단말기를 보유한 비율은 약 10%에 불과했다.

 특수교육실태조사」(2020) 출처: 교육부, 「특수교육실태조사」, 2020, 2024.10.22.
특수교육실태조사」(2020) 출처: 교육부, 「특수교육실태조사」, 2020, 2024.10.22. ⓒ 교육부

이 통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이 낮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높은 가격 탓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를 소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저렴한 점자정보단말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가의 점자정보단말기는 주로 솔레노이드라는 기계를 사용해서 작동한다. 그렇다면 솔레노이드는 뭘까? 솔레노이드는 전류가 흐를 때 자력을 발생시키는 전자 기기로, 쉽게 말해 자석처럼 물체를 당기거나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전선을 감아 만든 자석 실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전기가 흐르면 강한 힘이 발생해 점자 핀을 올리고 내릴 수 있게 해준다.

강력한 힘을 만들어 점자 핀을 조작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문제는 이 솔레노이드가 비싸고 무겁다는 것이다. 전기도 많이 먹고, 소음도 심하다. 그러다 보니 생산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도르래원리를 응용한 점자모듈 1,2,3번에 달린 서보모터 3개의 좌우운동을 낚싯줄을 통해 상하운동으로 변환하였다. 이때 실핀은 점자의 역할을 한다.
도르래원리를 응용한 점자모듈1,2,3번에 달린 서보모터 3개의 좌우운동을 낚싯줄을 통해 상하운동으로 변환하였다. 이때 실핀은 점자의 역할을 한다. ⓒ 김다연

여기서 나는 생각의 전환을 했다. "꼭 솔레노이드여야만 할까?" 그때 떠오른 게 바로 도르래(풀리) 원리였다. 도르래는 작은 힘으로도 물체를 쉽게 움직이게 해주는 기계 장치다. 이를 활용하면 솔레노이드처럼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점자 핀을 조작할 수 있었다.

3D프린터 설계도 점 하나 당 1cm 단위인 점자 60개를 표현할 수 있는 점자 모듈을 3D프린터로 설계하였다.
3D프린터 설계도점 하나 당 1cm 단위인 점자 60개를 표현할 수 있는 점자 모듈을 3D프린터로 설계하였다. ⓒ 김다연

서보모터(범용 기계와 비교해 보면 핸들을 돌리는 손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머리에 해당되는 정보처리회로(CPU)의 명령에 따라 공작기계 테이블 등을 움직이게 하는 모터)와 낚싯줄을 이용해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점자정보단말기를 만들었더니 전체 비용이 크게 줄었다.

부품 역시 3D 프린터로 맞춤 설계해, 기존의 금속 대신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로써 더 간단하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고, 필요할 때마다 쉽게 부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해서 저렴한 25만 원짜리 점자정보단말기를 만들 수 있었다. 제작 과정도 단순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자는 한 칸에 6개의 점으로 다양한 글자나 기호를 표현하는 체계다. 알파벳, 숫자, 특수기호, 심지어 한글까지, 점의 조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 내 점자정보단말기는 현재 한글, 영어, 숫자, 특수문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기에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독일어나 프랑스어처럼 동일한 6점 체계를 사용하는 언어들도 추가해, 외국어 학습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점자 도서 제작의 어려움도 해결하고자 했다. 기존 점자 도서는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든다.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선 약 두 달이 소요되며,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때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는 시각장애인들이 별도로 점자 도서를 구입하거나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직접 개발한 점자정보단말기는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과 결합해, 어떤 책이든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텍스트를 점자로 변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잡지나 책을 점자정보단말기 위에 올리면, OCR 기술이 텍스트를 인식해 점자로 빠르게 변환해 준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다양한 인쇄물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으며 점자 도서 제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책 사진과 OCR이 끝난 프로그램 화면 책 사진을 찍으면 OCR를 통해 글자로 변환하여 출력한다. 이를 기반으로 점자로 변환하여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책 사진과 OCR이 끝난 프로그램 화면책 사진을 찍으면 OCR를 통해 글자로 변환하여 출력한다. 이를 기반으로 점자로 변환하여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 김다연

대학에서 배운 기술의 쓸모

솔직히 말해,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기술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점자정보단말기는 단순히 시각장애인들이 정보를 접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열쇠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를 갖추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게 되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점자정보단말기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아직은 한 개인이 구상한 단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현재 개발한 점자정보단말기는 작동까지 구현된 상태지만 실제 테스트는 진행하지 못했다. 바라건대 최종적으로는 학교 도서관 책상 위에 고정하여 사용자가 체험해 볼 수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친구도 체험해 보고,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도 해볼 생각이다.

이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더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로 큰 사회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가격 절감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에서 배운 기술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앞으로는 스마트폰 연동, 음성 인식 등의 기능을 추가해 더 편리한 정보 접근을 도울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술이 단순히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이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자신만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점자#과학#O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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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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