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는 지역의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으로써 광역과 기초 단위의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을 뽑는다. (현행 지방선거의 과정과 결과 모두 문제가 많지만) 이 글은 현행 지방선거 제도로 주제를 좁혀서 문제점을 찾아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방선거 제도의 문제점: 투표 왜곡
(중앙 의회와 중앙 정부의 선거제도를 포함하여) 지방선거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시민의 투표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그림1>은 함수(function) 계산식을 나타난 것이다. 즉 a를 f(x)에 넣으면 그 결과는 f(a)가 나온다. <그림2>는 함수 계산식을 빗대어 투표와 선거제도의 상관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즉 투표가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와 결합하면 그 결과는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 그대로(또는 가장 유사하게) 반영되고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게 된다. <그림3>은 현재 한국의 선거제도의 모습이다. 비례성이 낮은 현형 선거제도 때문에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시민이 어떻게 투표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투표를 왜곡시키고 권력은 거대 양당이 나눠 먹는 형태가 된다.
<표1>과 같이 한국의 지방선거 제도는 다소 제각각인 측면이 있다. 광역의회 선거의 경우에는 지역구 의원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뽑고 비례대표 의원은 폐쇄형 정당명부식(Closed list system)
* 비례대표제로 뽑는 혼합형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기초의회 선거의 경우에는 지역구 의원은 중선거구 단기비이양식(單記非移讓式, SNTV; Single Non-Transferable Vote)
**으로 뽑고, 비례대표 의원은 폐쇄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뽑는 혼합형이자 병립형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의 경우에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 의회와 중앙 정부의 선거제도까지 합치면 각 단위의 선거제도는 더욱 제각각이 된다.
지방선거에서 광역과 기초의회 선거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각각 따로 투표하는 '병립형' 방식이다. 정당득표율이 전체 의석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연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연동형이 아니라 병립형이라고 부른다. 또한 비례대표 의원 수가 지역구 의원 수의 약 10%에 불과하다. 요컨대 매우 비례성이 낮은 선거제도인 것이다. <그림3>에서 본 것처럼 비례성이 낮은 선거제도는 시민의 투표 결과를 왜곡한다.
<표2-1>은 2022년 6월 1일에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 정당 득표율과 시의회의 실제 의석률을 비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0.98%를 득표했는데 36개의 의석을 얻어 의석률은 32.14%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53.99%를 득표했는데 76개의 의석을 얻어 의석률은 67.86%에 달했다. 정의당은 4.01%를 득표했지만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이를 선거의 비례성을 측정하는 '갤러거 지수(The Gallagher Index)***'로 계산하면 11.97로 나왔다.
<표2-2>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용산구의 정당 득표율과 구의회의 실제 의석수를 비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4.75%를 득표했는데 6개의 의석을 얻어 의석률은 46.15%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59.31%를 득표했는데 7개의 의석을 얻어 의석률이 53.85%에 그쳤다. 정의당은 4.46%를 득표했지만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이를 갤러거 지수로 계산하면 9.50으로 나왔다.
대안1. 개방명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확대
오랫동안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투표의 왜곡을 바로잡는 대안으로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꼽아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한 표, 지지하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하게 한다. 전체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데 총 배분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나머지만큼 비례대표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제가 지역대표성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을 보완하며, 무엇보다도 투표에서 나타난 민심과 의회의 의석 배분을 가장 유사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위성정당이 출현할 경우 그 효과가 심각하게 훼손되는데, 현재 한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충분한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있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50:50으로 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늘릴 경우, 필연적으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국민적 반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원 수가 지금처럼 300명 있을 때보다 OECD 평균에 맞게 500명 정도 있을 때, 의원의 기득권은 줄어들고 시민의 권력은 더 커질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후보자에게 투표하기도 하지만, 결국 정당 투표를 통해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정당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부분은 폐쇄명부가 아니라 개방명부를 도입하면 된다. 폐쇄명부란 유권자가 정당이 만들어 놓은 후보자 명단을 보고 정당에만 투표하는 것이고, 개방명부란 유권자가 정당이 만들어 놓은 후보자 명단에서 선호하는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직접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개방명부를 도입할 경우 명망가 중심으로 투표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선거는 비례대표 명부의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부득이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아래 예시는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수를 확대하고 개방명부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한 경우를 예상한 것이다.
<표3-1>은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의석수를 지역구 100석과 비례대표 100석 등 총 200석으로 확대하고, 개방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경우다. 지역구 의석 배분은 2022년 당시 서울시의회 선거의 지역구 당선 비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즉 더불어민주당은 31석의 지역구 의석을 얻고 국민의힘은 69석의 지역구 의석을 얻었으며 다른 정당은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했다.
다음으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0.98%를 득표해 총 82석의 얻었고 국민의힘은 53.99%를 득표해 총 108석의 의석을 얻었으며 정의당은 4.01%를 득표해 총 8석의 의석을 얻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만큼 비례대표 후보자가 당선되는 방식이므로, 더불어민주당은 51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고 국민의힘은 39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으며 정의당은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다. 눈에 띄는 점은 녹색당과 진보당도 각 0.33%와 0.30%를 얻어 각 1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갤러거 지수로 계산했을 때 0.26으로 나와 현재에 비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표3-2>는 서울 용산구의회 선거에서 의석수를 지역구 7석과 비례대표 7석 등 총 14석으로 확대하고, 개방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경우다. 지역구 의석 배분은 2022년 당시 서울 용산구의회 선거의 지역구 당선 비율을 그대로 적용했고 다만 지역구에서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아니라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했다. 즉 당시에 국민의힘이 강세였던 선거 분위기를 반영하여 국민의힘이 7석의 지역구 의석을 석권했으며 다른 정당은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했다.
다음으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4.75%를 득표해 총 5석의 얻었고 국민의힘은 59.30%를 득표해 총 8석의 의석을 얻었으며 정의당은 4.46%를 득표해 총 1석의 의석을 얻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만큼 비례대표 후보자가 당선되는 방식이므로, 더불어민주당은 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고 국민의힘은 1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으며 정의당은 1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다. 이를 갤러거 지수로 계산했을 때 2.62로 나와 현재에 비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안2. 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 도입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천하람 의원(개혁신당)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8개 정당 의원들이 고르게 공동발의하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은 유권자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하며, 당선자는 결선을 거치면서 과반의 지지를 얻게 돼 정당성을 부여받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횡행하는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도 굳이 필요 없다. 단점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의 경우 결선투표 기간을 본 선거의 7일 후로 정하고 선거운동을 선거공보, 방송연설, 방송토론 등으로만 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면 극복할 수 있다. 즉 본 선거 때 1순위, 2순위 후보자를 한꺼번에 찍게 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이 더 들지 않을 수 있다.
제8회 지방선거의 경우에 대통령 선거 후 약 3개월 만에 치러졌기 때문에 여당이 강세인 분위기로 시작하여 여당이 압승하는 결과로 끝났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에서 16개 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대 1 구도로 치러졌다. 나머지 9개 구 중에서 8개 구에서는 무소속 또는 원외 소수정당 후보자가 출마했을 뿐이다.
예외적으로 <표4>와 같이 서울 마포구청장 선거에서는 박빙의 결과가 연출됐고, 당시 원내 소수정당이었던 정의당 조성주 후보가 출마하여 양당 후보의 표 차보다 많은 수를 득표했다. 국민의힘 박강수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으므로 만약에 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가 도입됐을 경우, 정의당 조성주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2차 투표에 따라 선거 당락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위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로 한정했지만, 프랑스처럼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하면, 유권자에게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선출된 의원이 과반의 지지로 당선되어 활동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안을 실현할 전략이 필요하다
이 글의 주제를 현행 지방선거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찾는 것으로 한정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투표를 왜곡하는 것으로 꼽았다. 대안으로써 의회의 경우 의원정수와 비례대표 수를 확대하고 개방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서울시의회와 서울 용산구의회에 선거 결과에 적용했을 때, 현재보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 결과를 도출함을 확인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유권자의 선택에 자유도를 높이고 당선자의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안은 아직 유권자의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 방법이 옳다고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이 대안을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속히 열리길 기대한다.
* 폐쇄형 정당명부식(Closed list system)은 유권자가 정당에만 투표할 수 있고 비례대표 후보자의 당선 순서는 정당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개방형 정당명부식(Open list syetem)은 유권자가 정당뿐만 아니라 정당이 추천한 비례후보자에게도 투표할 수 있어서 비례대표자의 당선 순서에도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 '단기(單記, Single)'란 단 1명에게만 기표하여 선출한다는 뜻이다. 단기의 대응하는 개념은 '연기(連記)'로써 2명 이상의 후보에게 순위를 매기지 않고 동등하게 기표하여 선출하는 방식이다. 한편 '비이양식(非移讓式, Non-Transferable Vote)'이란 당선이나 낙선이 확정된 후보의 표를 다른 후보자게에 넘겨줄 수 없는 방식이다. 반면에 '이양식(移讓式, transferable vote)'은 1순위, 2순위 순으로 선호를 투표한 후 1순위 투표에서 낙선이 확정되어 탈락한 후보의 2순위 투표를 다른 후보자들에게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당선에 필요한 득표 수, 예를 들어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 선거의 비례성을 측정하는 갤러거 지수(The Gallagher index)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숫자가 클수록 선거의 불비례성을 나타낸다. (Vi 는 각 정당의 득표율, Si 는 각 정당의 의석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정치연구소 홈페이지, 캠페인즈에도 실립니다.이 글은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최한 <모두를 위한 정치포럼 “선거제 개혁, 지방선거부터!” 지방선거 공직자 선출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10.21)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