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을 이틀 앞둔 27일, 온라인 줌을 통해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임이 열렸다. 해외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4.16해외연대, 미시간 세사모, 샌프란시스코 공감, 스프링 세계시민연대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이 날 모임은 희생자 최유진 아버지 최정주씨, 시민대책회의 이미현 공동상황실장과 희생자 7명의 유가족, 그리고 각국의 동포 7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 행사는 추모의 묵념, 추모사, 추모시 낭독, 최정주, 이미현씨 및 유가족들과의
간담회로 진행되었다.
'연대를 위한 미시간 한인들'의 염동규씨는 추모사를 통해, 모든 걸 잊게 만드는 졸음에서 깨어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우리가 할 일이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 공감'의 임남희씨는 한국 사회가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절망한 상태의 '고장나고 부서진' 사회라고 지적하고,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을 받아 고장나고 부서진 한국사회가 정상화되고 159개의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기를 기원했다.
추모의 시간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최정주씨는 "지난 2년이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고, 길면서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냈다.
이미현씨는 박기영 용산구청장과 서울경찰청 간부들이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부분을 두고, 검찰이 제대로 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서울경찰청 간부에 대해서도 법원이 책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에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책임에 대해 특조위가 출범해 새로운 증거를 바탕으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입증결과를 바탕으로 2심 재판이 진행된다면 결과는 분명히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다.
참사 희생자 최유진씨는 생전에 곡을 내기도 했다. 같은 분야의 선배이기도 한 그의 아버지 최정주씨는 유진씨에 대해 "재능은 있었던 것 같고, 노래 안에 그 또래의 느낌, 스스로의 자존감들이 드러난 것 같다. 뭐라 해도 저한테는 너무 예쁜 아이"라고 말했다. 최정주씨는 직접 만든 '별에게'라는 곡을 통해서 유진씨와 159명의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특조위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최씨는 특조위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조사가 끝난 뒤에 알고 싶은 것들을 알지 못하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의 불안,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다. 참사 2년이 지난 아직까지 아무런 진실도 희생자들의 명예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버린 이 사회에 대한 불신이 유가족들에게 입힌 상처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 하나 하나를 기억해 주기를"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희생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참사 희생자 신애진 어머니 김남희씨는 애진씨가 학생 시절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며 부모들이 살아가는 건, 아이들하고 있었던 추억, 행복했던 순간이 힘이 되고, 가슴 아픈 일도 있지만 가끔은 웃을 수도 있는 그런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 친화력이 좋고 성격이 좋아서 추진력이 좋았어요. 어릴 때 외국에 유학을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몸이 아파져서 걱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예정대로 씩씩하게 잘 다녀왔고,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경쟁률이 높은 대학에 들어가서 디자인을 공부하며 큰 포부를 갖고 사는 아이였어요."
-참사 희생자 정주희 아버지 정해문-
"잘 웃는 아이였어요. 상은이가 웃으면 주변 사람도 웃었고, 많은 이를 웃게 만드는 아이였어요. 여리기도 하면서도 독립적이기도 했어요. 코로나 때 집에서 2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삼시 세끼를 같이 먹는 삼식이 파트너였어요. 그때 밥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참사 희생자 이상은 어머니 강선이-
"다재다능해서 앞에 나서는 걸 참 좋아했어요. 사회에 나가서는 힘들게 살면서도 집에 디제잉 기기도 두는 등 다양한 취미도 갖고 있었어요. 종원이가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데, 아버지만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제 종원이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가버려서 아쉽습니다."
-참사 희생자 임종원 아버지 임익철-
여전한 편견들
이미현씨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할로윈에 대한 편견이나 무지가 많음을 지적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생존자가 아주 적은 것이 현실이고, 상대적으로 할로윈에 대한 편견이 적을 수 있는 해외 동포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기를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본 김미라씨는 이날 모임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아직도 불러야 할 159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세월호 참사만큼 관심과 참여를 하지 못한 데에 대해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최정주씨도 시민들이나 활동가들을 만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참사와 관련된 책 등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이태원 참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영상과 책, 자료는 우리가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많이 있다. 또한 유가족협의회 홈페이지(
https://1029itaewonfamily.org/)에는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온전히 살아서 각자의 꿈을 펼쳤어야 할 이들을 기억하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밝혀내 가족과 희생자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