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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6년 신탁통치 반대시위 당시 임시정부 청사이자 김구의 숙소였던 경교장에 몰린 군중들의 모습 (LIFE Alfred, Elsenstaedt 촬영)
1946년 신탁통치 반대시위 당시 임시정부 청사이자 김구의 숙소였던 경교장에 몰린 군중들의 모습 (LIFE Alfred, Elsenstaedt 촬영) ⓒ 서울시

환국한 유림이 열정을 바쳐 창당한 독립노농당은 진보적인 혁신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정당사와 정치사 연구자들이 대부분 한국민주당(한민당)과 독립촉성회, 조선인민당 등에 관심을 보이고 독립노농당에는 소홀하였다. 유림의 철학과 시국관 등이 담긴 주요 문건을 사료적 의미에서 살펴본다.

발기취지서

우리의 민족대업은 또 다시 다른 한 계단으로 전입하려 하여, 밖으로 국가의 완전한 자주권이 확보되고, 안으로는 삼천만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큰 희생적 분투가 요구되는 이때에 기성한 정당과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만으로는 도저히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노농대중은 자신이 주무자가 되어, 장차 오는 신계단에 난거(難巨)한 임무를 직접으로 부담하는 것이 소원을 성취하는 유일한 방도라고 믿고, 별기의 강령으로 독립노농당을 조직하려 한다.

사회의 늑골이 되는 농민·노동자 제군!
국가의 동량이 될 청년제군!
의지와 역량을 총집결하야 우리의 국가를 우리의 손으로 건설하는 우리 사회를 우리의 뜻으로 조직하자.

대한민국 28년 5월 5일. (주석 1)

당의(黨義)

독립노농당 창립준비위원회
한국민족은 단일한 혈통과 특수한 문화를 가지고, 스스로 개척한 강토에서 유구한 세월 간에 평화로운 생활을 자주하면서 인류의 진보에 위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금일에는 전인류 공존공영의 원칙에 의한 세계 가정의 일원이 되었으므로 현 단계에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임무는 밖으로 정치·경제·문화의 완전한 자유평등의 행복을 형유할 수 있는 사회를 조직함에 있다.

진보발전하는 역사의 노선을 답행아니할 수 없는 현실과 피치못할 장래를 아울러 생각하며 별기의 강령으로 동지들이 단결하여 공동분투함이 부여된 임무를 수행함에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믿는다. (주석 2)

결당선언

우리 민족은 미증유로 암울한 국면에 봉착하였다.
장구한 시일에 피와 눈물로서 찾으려던 국가의 자주독립이 극권진영의 패망과 민주주의 도의에 의하야 지면의 약속만은 보았으나 실제에서 망매지갈(望梅之渴)의 효과도 얻기 전에 또 다시 모양 다른 파멸을 통감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

남북강점과 탁치요설이 국민의 의구심을 한도 없이 자극하는 한 편에는, 무원칙한 지도와 비양심적 책동이 대중의 의식을 피는대로 현혹시켜 사회는 날로 더 혼란하고, 건국은 날로 더 간난하다. 이 상황이 연장될수록 우리 민족은 더욱 비참한 운명에로 질주할 뿐 아니라 일보의 차로서 세계평화가 한 번 더 파괴를 거듭할 위험도 없음을 담보치 못할 것이다.

이렇게 위급존망의 기(機)에 처한 우리 민족이 자아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고 인류 가족의 부분적 임무를 수행하려면 역사발전의 도정에 가로놓인 세계대세와 국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전 민족이 공동진출할 불변의 정로(正路)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제2차 세계전쟁이 역사과정에서 생긴 강권주의 모략과 민주사상 부흥의 필연 결과라면 수천만의 생명을 희생한 유일한 목적은 인간의 해방이다. 개인이나 집단을 막론하고 여하한 이유에서든지 타를 압박함은 천도인심이 용인못할 정의의 반역이다. 양육강식의 사설파 계급투쟁의 유론은 영원히 인류의 뇌근에서 청소하고 오직 상호의 친애와 부조만으로서 공존공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단계에서 단일한 혈통과 특수한 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이 밖으로 완전 자주독립의 국제적 주권을 쟁취하야, 전인류의 평화나 진보에 기여보비하고,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평등으로 보장하는 조선의 실정에 적합한 사회제도를 수립함이 필연의 귀추이며 정당한 요구다.

이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요 사천만이 일치 단결하야 실천해야 할 유일한 노선이다. 이것을 저지 방해하려는 일체 행위는 실패될 것이다.

국가의 존재가 인민의 복리를 전제로 하고, 인민의 복지는 인민자신이라야 최선으로 옹호함이 본문의 철칙이거늘 건국사업이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됨은 민중이 직접으로 건국공작을 부담 아니한 데서 원인이 발견된다. 특히 포악한 왜정의 유린 밑에서 가장 양심적으로, 또 가장 큰 희생으로 이 땅을 지키면서 모든 것을 시설해 놓은 우리 노농근로대중은 이 국토의 진정한 주인이요, 신국가를 건설한 유일한 자격자요 국민의 절대다수를 정한 우리들의 주력이 아니고는 국가의 건설이 전면 불가능하고 전연 무의미한 것이다.

양두를 걸고 구육을 파는 '인민의 수호자?'와 주관에 도취되어 현실을 몰각한 '과학적 이론가?'는 이미 그 정체가 백일하에 폭로되어 그 무상적 신망을 더 유지할 수 없고, 점차 각성하는 우리 노농 근로대중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조국(造國) 사업을 타인에게 위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처리함이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정당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농민 노동자 일반 근로대중은 굳게 뭉쳐 조국의 신건설을 하루빨리 우리 손으로 성취하고, 자신의 정당한 복리를 철저히 수호하기 위하여 독립노농당을 결성한다.

단기 4279년 7월 7일
독립노농당결성대회. (주석 3)

주석
1> <단주유림 자료집(1)>, 88쪽.
2> 앞과 같음.
3> 앞의 책, 89~9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단주 유림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유림평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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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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