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지부 지부장입니다.
공공병원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감염병이라는 국가의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최전선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 천안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여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년 후인 지금까지도 공공병원들은 현재 그 기능이 훼손되고 심각한 경영적 위기로 운영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온 나라가 추켜세우던 '코로나 영웅'들은 하루하루 임금체불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천안의료원 노동자들도 매달 임금체불 위기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추운 겨울에 감염병 전담병원 노동조합 지부장님들이 18일간 단식하며 만들어낸 1020억 원의 예산 중 천안의료원은 16억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비만 지급되었고, 충청남도는 예산이 없다고 지원을 미루고 있는 현실입니다.
천안의료원은 지난 5월, 임금체불이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6월 충청남도 보건복지국장은 면담 과정에서 그동안 충청남도가 천안의료원 경영진에게 경영개선에 대한 자구책을 만들어 오라고 했지만, 천안의료원을 지원해야 할 만큼 설득력 있는 자구책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설득력 있는 자구책'이란 무엇일까요? 이후 천안의료원 사측이 충청남도에 제출한 자구책은 ▲비용 절감을 위한 무급휴직 ▲자연 감소 ▲희망사직 ▲권고사직 ▲해고 등 100여 명을 구조조정하는 계획안이었습니다. 사측은 충청남도가 자구책을 내라 하여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충청남도는 모르는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지난 8월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도정질문 과정에서 4개 의료원 문제에 대해 "적자에 대해 도에서 100% 지원할 순 없다"며 "시설과 장비를 국-도비로 지원하는 만큼 흑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직원 인건비는 줄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충청남도가 천안의료원에 긴급재정 10억 원을 투입한다는 언론 기사가 있었지만, 충청남도의 직접 지원이 아닌 민간은행에서 10억을 대출받아, 6월 급여는 체불 없이 지급되었고, 7월은 서산의료원에서 20억을 빌려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다시 임금체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7월 2일 병원 정상화를 위한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충청남도는 천안의료원 운영상황 진단 및 경영개선 계획에 대해 설명하였지만, 충청남도의 직접 지원 내용은 없었습니다. 경영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비용구조 개선, 1개월 무급휴직 등의 내용이 있었고, 심지어 "경영 개선의 정도가 미미하고 적자 운영이 지속될 경우 경영효율화 방안을 마련하여 부득이 조직 개폐 등 비용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청남도가 직접 지원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충청남도 공무원으로부터 "노동조합의 바람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7월 29일 충청남도지사와 충남 4개 의료원장, 노동조합지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지사는 '임금체불은 없다,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하였으나 천안의료원의 노-사가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천안의료원 경영진은 여전히 비용구조를 개선한다며 노조에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코로나 전쟁을 치른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한 달 한 달 임금체불 위기와 고용불안 속에서 살아야 합니까.
코로나19 전담병원은 우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의료진 이탈과 진료역량 훼손, 환자 이탈로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이 무너진 채 존폐위기에 쳐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병상을 모두 소개하고 일반환자를 전혀 받지 않아 회복이 더 어렵고 더딘 현실임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가의 명령으로 병상을 모두 소개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의 잘못입니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받던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구조조정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고 무한한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공공병원에서 위기를 극복해낼 자구책이란 무엇일까요? 공익 기능 수행으로 발생한 '착한 적자'에 대해 공공병원 노동자들을 쥐어 짜고 인력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을 강요하는 것은 공공병원의 기능을 훼손하고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책임지고 공공병원을 살려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민경님은 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지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