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올해 3월에 출간 되었고 지난 9월에 8쇄를 찍었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신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전이나 현대 문학이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참 많다. 이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쓴 조승리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시각장애인이고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다.
작가는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케이스로 15살 때부터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전맹(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시력장애 상태)이다. 책은 작가의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살면서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장애를 갖게 된 후의 에피소드 등을 담담하게 쓴 내용이다. 책은 손에 들고 나면 한 번에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 있고 재미있는 글로 가득하다.
15살에 눈이 멀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용하다는 스님을 찾아가기도 하고 약수라는 흙탕물을 먹은 에피소드까지, 엄마와의 에피소드는 요즘 말로 웃프다. 가장 기억나는 글은 시각장애인 친구 두 명과 함께 떠난 대만 여행 이야기이다. 대만 여행 부분을 읽다가 순간순간 울컥 하고 말았다.
비행기 승무원이 "사고가 나면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요"라고 작가에게 건네는 말이 그랬고, 유명한 관광지보다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공원을 산책하고 싶어요.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어요"라 말하며 사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하는 부분이 그랬다. 작가의 대만 여행을 기록한 글이 내가 다녀온 어떤 여행보다도 더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이 책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조승리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인 것 같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 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의 모습이 멋지다. 일을 하고, 탱고를 추며,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작가의 솔직한 글을 읽다 보면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삶은 반짝반짝 빛나고, 단단한 필력으로 쓴 이 책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 같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