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실베스트레 레부엘타스가 작곡한 클래식 '센세마야' 연주가 끝나자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이 강렬한 리듬의 클래식을 연주한 이들은 '꿈의 오케스트라 중구'. 2024년 기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52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연주가 올해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을 통해 아이들이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가족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중구는 2019년 거점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초생활수급가정,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을 우선 선발 기준으로 삼는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예술 중‧고등학교 진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11월에는 전국 50개 꿈의 오케스트라 중 대표 오케스트라로 선정돼 <2024 코리아 시즌 아부다비>에 참가한다. 아부다비 뉴욕대학교 블루 홀에서 아부다비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동공연을 하는 것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중 대표 오케스트라로 선정돼 해외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중구'가 최초다.
이들이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주한 곡들은 모두 난이도가 있는 클래식 음악들이다. '센세마야' 외에도 베르디가 작곡한 '아이다의 승리', 알데마로 로메로가 작곡한 '푸가' 등 5곡의 연주를 선보였다. 매주 월, 목요일 모여 몇 달간 연습한 결과다. 지휘자인 서홍준 음악감독과 11명의 음악강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김길성 중구청장 "걱정 잘 알아... 아이들 꿈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그렇게 6년이 흘렀고, 정부의 지원은 2024년을 끝으로 종료된다. 이제는 오롯이 중구의 재원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중구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날 클라리넷을 연주한 중학교 3학년 이도영 학생의 학부모 임정원씨는 공연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지난 6년 동안 중구의 많은 학생들이 '꿈의 오케스트라 중구'를 거쳐 갔다. 그동안 학생 한 명 한 명이 변화하는 모습들이 교육 현장에서 분명하게 목격됐다"며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던 기초생활수급가정학생, 부모님이 한국어가 서툴거나 보호자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다문화‧한부모가정학생 등 처음에는 의기소침하던 아이들이 몇 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스스럼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성과는 중구 학부모들에게 이미 소문나 있다"면서 "중구 초‧중학생 학부모라면 누구나 관심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연주회가 열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좌석은 공연을 보러온 학생, 보호자 등 시민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혁신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클라리넷 이도영 학생은 "오늘 관객석을 바라보며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껴 자랑스러웠다"면서 "혁신학교와 꿈의 오케스트라는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친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한편 국비 지원 종료에 대한 구민들의 불안을 인지하고 있는 듯 이날 연주회에 참석한 김길성 중구청장(국민의힘)은 축사에서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꿈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소년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데 아낌없이 열정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구·성동구을이 지역구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후원과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의 1년 예산은 2억 남짓. 5천 억이 넘는 중구 1년 예산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중구'의 연주를 내년에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중구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