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워싱턴포스트> 사설 ⓒ 워싱턴포스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전투 병력 파견이 "최악의 경우 유럽의 전쟁을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할 위험이 있다"라고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WP는 2일(현지 시각) 사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북한군은 새롭고 위험한 긴장 고조를 나타낸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북한, 파병 대가로 현금·군사기술 받을 것"
WP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끌어들인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공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암묵적 인정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며 "빈곤 국가인 북한에 병력을 요청하는 것은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지만, 병력까지 보내면서 둘의 협력 관계가 불안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 덕분에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추가적 인력을 확보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북한의 지원은 러시아가 세계에서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현금을 받고, 간절히 얻길 원했으나 유엔 제재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군사 기술에 대한 접근권도 얻는다"라며 "이 기술은 한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북한군은 첨단 무기와 드론 사용을 포함한 현대전 실전 훈련도 받게 된다"라며 "이런 경험은 앞으로 한국과 분쟁을 겪게 될 때 북한에 매우 귀중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군 파병, 미국 차기 대통령의 주요 도전"
WP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이 위험을 더 높일 것으로 걱정했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달리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즉각 끝내고 휴전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어 "유럽은 미국이 없어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의 병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합류는 유럽의 지원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이번 미국 대선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며 "미국과 아시아 및 유럽의 동맹국들은 대응을 조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확고한 외교, 강력한 동맹, 견고한 억지가 필요하다"라면서 "이것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직면한 주요 도전"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간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기 전 서방 동맹국들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군의 위치를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러시아 내부 깊숙한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동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영토 방어에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타격에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도 거듭 요청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모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서방의 신속한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