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결론을 냈다. 민주당을 상대로 금투세 폐지를 압박해 왔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결정 배경으로 "원칙을 따지면 당연히 금투세는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개선 후에 시행하는 게 맞다. 민주당도 손실 이연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연간 1억씩 수익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을 고민했다"라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 대한민국 증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위험성과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라며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개선해 시행한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아 주식시장 구조적 어려움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여당 정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은 금투세가 아니라 정부여당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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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여당 정쟁 활용, 아쉽지만 금투세 폐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시장에 기대는 1,500만 투자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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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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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초 내년부터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시행 유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당내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 취임 이후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당내 찬반 토론회까지 개최됐고 결국 이 사안에 대한 결론을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한 성적표에 대해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주가하락의 주 원인은 금투세가 아니라 정부정책에 있다"라며 "우리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 작전 등이 횡행한다. 대통령 부인께서도 주가 조작을 해서 수십억을 벌었다고 하는데도 처벌되지 않는다 이랬으니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장이라고 광고한 거나 마찬가지다. 누가 이런 시장에 투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증시는 교과서에 말하는 우량주 장기투자도 매우 어렵다"라며 "우량주라고 믿고 장기투자하고 있었는데 대주주들이 지배권 남용해서 물적분할이니 전환사채 발행이니 해서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순식간에 우량주가 불량주가 되니 어떻게 믿고 투자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 아무것도 안했고 불공정 거래 규제를 안 하고 있다"라며 "대통령 부인 엄호에 정신이 없어 주주권 강화 같은 주식시장 선진화 나서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진보진영 비판 아프게 받아들인다"... 상법 개정 추진 등 약속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포함한 증시 선진화 정책 추진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민주당은 우리 증시가 정상 회복하고 기업 자금조달, 국민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 내에 주주충실의무조항 개정, 대주주의 우량주 알맹이 빼먹기 허용하고 있는 상법 개정에 나서겠다"라며 "주식시장이 근본적으로 자금조달 시장으로서 자리 잡도록 공정투명한 시장으로 변화시키고 대주주 횡포 부릴 수 없게 하고 산업경제정책 충실히 준비해서 대한민국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제고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원칙과 가치를 져버렸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늦었지만 민주당이 금투세의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화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셨다. 오랜만에 정치가 작동했다라고 생각한다"라며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대단히 어려운데 이걸로 끝나서는 안 되고 자본 시장을 밸류업하고 투자자들을 국내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로 경보가 울리고 증권거래세도 폐지되는 마당에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이 대표의 대표 철학인 기본소득 정책은, 13조원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불합리한 세제를 그대로 둔 채 자본이득에 눈감아주는 그런 세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진보당도 "금투세 폐지의 혜택은 상위 1%의 슈퍼개미가 누리게 된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혜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도 성실하게 노동하며 세금을 내는 노동자들에게 돈이 돈을 버는 불로소득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정치인이, 어느 경제학자가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