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흔히 예향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이 꽃피고 예술을 향유하며 살던 고장이다. 고향의 향기는 농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골목 어귀에도 시간이 축적한 추억들은 켜켜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골목에는 재미가 있다. 추억이 있고 사연이 있고 오랜 세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도시는 골목길로 이루어지고,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은 도시를 숨 쉬게 한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우리는 만난다.[기자말] |
시민들에게 쉼과 여유를 전해주는 무등산 자락에는 전통문화관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운림동 미술관 거리가 있다.
광주 지역 대표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명 '배고픈 다리'로 불렸던 홍림교에서 증심사 입구에 이르는 의재로 약 3km를 따라 미술관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미술관 거리가 조성됐는데, 의재로 일대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갤러리, 작업실, 공연장, 조각공원, 아트숍, 카페테리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운림동 미술관거리'로 부르게 됐고, '운림골 아트밸리'로 불리기도 했다. 소태동의 홍림교 사거리를 넘으면 소박한 붉은 벽돌의 <국윤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운림동 미술관 거리
서양화가인 국중효와 국중효의 아내이자 조각가인 윤영월의 성을 따 이름 지어졌는데, 지역 작가 전시 개최 및 교육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개관 이래 수십여 건의 문화 기획과 소장품 상설전, 기획 초대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조각공원과 갤러리가 함께 있는 '빛의 작가' 우제길 화백이 건립한 미술관 '우제길 미술관'이 있다. 색면추상의 대가이자 광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우제길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기획전시, 특별전시, 상설전시, 성인강좌, 어린이교육프로그램, 학교연계교육 프로그램, 심포지엄, 워크샵 등의 전문 뮤지엄 전시 및 교육행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하얀 건물이 돋보이는 우제길미술관은 1층은 카페로 사용하고, 지하와 2층에 전시실, 교육실, 회의 공간이 있다. 전시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무등산 풍광이 근사하다.
그 옆으로는 정송규 화백이 2007년부터 운영하는 '무등현대미술관'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주변 공방들과 함께 지역 문화의 소통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예술인과 시민들이 예술을 향유하는 데 사랑방 역할을 하며 기획 전시, 초대 전시, 특별 전시 등을 통해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보여줌으로써 일반인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현대미술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젊은 미술인들을 지원하는 '드영미술관'이 있다. 김도영 서양화가가 개관한 것으로, 청년작가의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드 영(De Young)은 프랑스어로 '젊음'을 의미하며 말 그대로 '젊은 미술관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이다. 미술관과 함께 1, 2층으로 구성된 '드 영 카페'가 있는데, 곳곳에 미술품들이 전시돼 있어서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미술관 전시 작품으로 만든 엽서들은 '드 영 카페'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다.
증심사 올라가는 길목에는 무등을 사랑했던 20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과 그의 작품을 기리는 '의재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무등산과 어우러진 건물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데,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미술관은 모두 3개 동으로 이뤄졌다. 증심사를 향해 오르다 처음 만나는 이 건물은 전시동이고, 바로 그 옆에 삼애헌이라는 작은 건물, 또 그 옆에 관리동까지 총 3개 건물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다. 살아생전 의재 선생이 농업학교로 쓰던 건물을 수리해 만든 삼애헌은 차문화교실로 쓰인다.
미술관을 나와 계곡을 건너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춘설헌, 왼쪽으로 가면 의재 선생의 묘소다. 춘설헌은 의재 선생이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30년간 기거했던 작업실이다. < 25시 >의 작가 게오르규를 만난 곳도, 육당 최남선 등과 교류하며 지낸 곳도 모두 이곳 춘설헌이다.
미술관은 더 이상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문화들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광주 전통문화관
전통문화관은 남도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보존, 전수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공간이자 함께 만들고 배우는 창작공방(創作工房)이다. 무등산 국립공원 초입에 위치한 전통문화관은 2012년 전통 한옥 목조 건물인 무송원(撫松院)을 옮겨와 복원하였고, 추가로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전수관을 조성하였다.
광주광역시에서는 2012년부터 전통문화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석당(국악당 대공연장), 새인당(소공연장), 문간채를 복원해 무형문화재 전승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주말상설공연(토요상설공연, 무등풍류뎐), 무형문화재 교육인 전통문화예술강좌, 내외국인 관광객 및 청소년을 위한 전통문화예술체험, 공예 및 전통음식 체험 등의 친환경적 프로그램, 그리고 무등산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특별기획프로그램과 무등산권 활성화를 위한 10월의 무등울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매거진G>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