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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회 임종국상을 수상한 <오마이뉴스> 민병래 시민기자
제 18회 임종국상을 수상한 <오마이뉴스> 민병래 시민기자 ⓒ 권우성

<오마이뉴스>에는 민병래 시민기자가 쓰는 '사수만보'라는 연재물이 있다. 사수만보는 '사진과 수필로 쓰는 만인보'라는 뜻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萬人)의 삶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의 만인보답게 글에는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제 삶, 나라면 이런 일을 겪고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

사수만보 (https://omn.kr/1puae)

사수만보에 소개된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그들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어느 날 아들이 군에서 죽었다는 통보를 받은 어느 어머니의 사연처럼 이들은 어떤 힘에 끌려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 힘의 정체는 일제 식민지 잔재와 분단 체제이다. 식민지와 분단 때문에 한국 사회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들은 그 문제에서 튕겨 나온 파편에 바로 맞은 것이다. 민병래 시민기자는 사수만보를 "일제 식민지 잔재에 맞서고 분단 체제에 저항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의 치열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고 말한다.

민 기자는 특히 일제강점기 일본 간토 지방에서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 사건 100주년이었던 지난 2023년 간토 조선인 대학살의 실체를 밝히려고 일본 현지 취재를 해,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듣고 학살 현장을 답사하고 학살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많은 일본인의 말을 들어 사수만보에 소개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에서 잊혀가던 간토대학살의 진실 몇 조각-일본 정부와 군이 조직적으로 일으킨 의도된 학살이었다-이 드러났다.

그의 이런 노력을 인정해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제18회 임종국상 사회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1966년 <친일문학론>을 써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임종국 선생은 평생을 친일문제 연구에 바쳐 우리 민족의 자성을 촉구했다. 선생의 실천적 삶과 뜻을 기리기 위해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임종국상은 올해로 열여덟 번째 수상자를 냈으며 사회부문 민병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학술부문 김동춘 성공회대명예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민 기자는 그 자신이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성균관대에서 제적 당하고 두 번의 옥살이를 했다. "두 번째 징역을 마치고 세상으로 돌아온 날 생계가 다급해 세상사를 잊고 가족의 먹을거리를 위해 뛰기로" 결심한 그는 20여 년간 생계에 전념하며 살았다. 그러다 2016년 촛불 광장을 만나 "젊은 시절 지닌 혁명의 열정이 꿈틀거렸"다는 그는 "촛불 혁명처럼 민중이 만들어 온 거대한 서사를 기록하는 데 조그만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고 사수만보를 쓰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민 기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쓸 때마다 꼼꼼히 취재하고 쓴 글도 몇 번이나 퇴고한다. 그가 쓴 글에는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 혹시나 누가 될까, 조심조심 한 글자 한 글자 표현까지 고심하며 쓴 흔적이 역력하다.

민 기자는 요즘 "정권 유지를 위해 국지전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인 윤석열의 행태를 보게 되니 사수만보를 거쳐 간 이들의 삶이 한층 뜻깊게 다가온다"라고 한다. 사수만보를 통해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를 생생하게 내보였는데 또다시 한반도가 전쟁의 참화 속으로 끌려들어갈지 모르는 위태로운 형국이니 오죽 답답할까. 사수만보에 나오는 여러 비극적인 삶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임종국상 수상 소식에 그는 "기쁘고 영광스럽다"라며 앞으로도 "강물처럼 유장하고 슬프면서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제18회 임종국상 시상식은 오는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사수만보#임종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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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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