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경남교육청, 경남경찰청, 경남도의회의 디지털 성폭력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2025년 예방교육, 피해자 지원 정책 강화하고 예산 확대 편성하라."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경남지역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사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6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요구했다.
경남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 관련 예산이 2022년과 2023년도에 편성되지 않았거나 축소되었고, 2024년에는 학교 자체 교육으로 진행되었다. 또 '장애 학생 성인권 교육' 관련 예산은 올해 삭감되었다.
여성단체들은 내년도 예산 편성 시기에 맞춰 최근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 면담을 진행한 결과 '성폭력 예방교육'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촉구한 것이다.
여성‧교육단체들은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불법합성 성착취물(딥페이크)로 인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사진을 촬영해 만드는 앨범 제작을 꺼릴 정도라는 것이다.
공대위는 "지금은 일상에서조차 개인의 사진, 신상정보, 영상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라며 "곧 다가올 졸업을 기뻐하기보다 앨범 촬영부터 고민해야 하고, 공동체의 활동을 남기기 위한 사진도 불법합성 피해를 입게 될까봐 꺼리게 되어 촬영조차 못하는, 불안한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와 관련해 공대위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경찰 신고가 가능한 불합리한 상황은 피해자들을 절망하게 한다"라며 "심리 치유 지원 예산, 의료비를 지원할 예산이 부족해서 피해자를 돕지 못하는 상담소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 안에 가해자, 피해자가 함께 수업을 받고 있는데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사들, 자녀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끊으라고 해야 할지, 사진이 게시된 것을 모두 삭제하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양육자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예산 관련해 이들은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고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한다"라며 "디지털 불법합성물과 성범죄 예방 교육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각각의 공공기관들이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불안하고 두려운 사회,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아"
공대위는 "경남도청, 교육청, 도의회는 지금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가 줄었다는 이유, 다른 사업을 더 확장하기도 바쁘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당장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경남도는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하고 도민 대상 젠더폭력 예방교육, 피해자 지원 예확 확대하라", "교육청은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 확대와 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하라", "도의회는 도민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학교 내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 확대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이경옥 경남여성회장은 "경남도청, 교육청, 경찰청, 도의회 등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신 담당자들과 다섯 차례 간담회를 통해 디지털성범죄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였으나 늘 예산타령으로 일관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2~3년 전부터 성폭력예방교육, 피해자 지원예산을 삭감했다. 이미 예산이 삭감됐는데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예산은 급하고 중요한 데 쓰야 되는 것이다. 제발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여성들이 살기 힘든 불안하고 두려운 사회에서는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뭐가 급하고 중요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희진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졸업 앨범 촬영 일정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해보니, 고민하고 있는 학교가 많다. 해당 업무를 하는 교사는 자기 손으로 불법합성 성착취물에 사용될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라며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